컴퓨터교육과 김현진
꺼져 가는 불씨를 지키는 손이 되고파
저는 어렸을 때부터 체구가 작고 매사에 소극적이어서 아이들 틈에서 잘 어울리지 못하는 초라한 아이였습니다. 부모님은 그런 저를 많이 걱정하셔서 건강뿐 아니라 공부, 친구관계에 있어서까지 모두 세심한 신경을 써 주셨지만 저의 모습은 쉽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런 저에게 초등학교 4학년 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우리 반의 담임선생님이셨던 이일근선생님은 발표도 잘 못하고 매사에 주춤거리며 나서지를 못하는 저에게 많은 중대한 일을 맡기셨고 저는 점차 아이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존재가 되어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때 이후 저는 저처럼 소심하고 인정받지 못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해 주고 그런 아이에게 나처럼 놀라운 변화의 경험을 줄 수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수능시험을 보고 나서 하나님께서 저를 도우셨는지 다행히도 한 번에 교대에 합격하여 입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입학 후 몇 달간 저는 참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성품이나 능력 면에서 너무도 부족한 내가 과연 교대를 졸업하고 나서 교사로서 평생을 의미 있게 살 수 있을까, 오히려 아이들에게 피해만 주지는 않을까하는 고민이었습니다. 그런데 예비교사라는 호칭을 들으며 교대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동안 아이들을 대하는 일과 나 자신의 미래에 대해 점점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교대라는 특수한 환경 안에서 교육받고 있어서인지 저는 점점 선생님으로서의 자세와 마음가짐, 지식 등의 소양을 갖추어 나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전에는 저 자신에게 항상 열등감이 있어서 제 몸 건사하는 데만 바빴다면 이제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주고 교사의 마음으로 도와주고 포용하는 마음을 조금씩 가지게 된 것입니다. 교생실습을 나가면 공부 잘하고 인기 많은, 소위 ‘잘 나가는’ 아이들보다 조금 모자라 보이고 친구들에게 소외당하는 아이들에게 더 관심이 가고 그 아이들을 더 많이 보살펴 주는 저의 모습은 제가 봐도 신기해 보였고 내심 자랑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시간이 지날수록 변하는 것이긴 한가 봅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온갖 과제와 발표, 시험 준비에 찌들어 그 때 가졌던 순수한 열정은 퇴색되고 어떻게든 임용시험에만 붙고 보자는 마음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이번 계기를 통해 그런 저를 반성하고 그 때의 마음으로 되돌아가서 막연하게 희망사항으로 그려왔던 미래의 저의 모습을 구체적인 비전으로 설계해 보고자 합니다.
5 년 후 저의 모습은 아직 신출내기의 모습을 벗지 못한 젊은 교사의 모습일 것입니다. 하루하루 열정적으로 아이들과 의사소통하고 올바로 가르침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것입니다. 또한 다양한 능력과 성격을 가진 아이들을 서로 배려하고 포용하는 마음을 가진 인격체로 길러 내겠다는 굳은 의지를 잊지 않도록 항상 저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과 그 가족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돕고 다문화 가정에 속하지 않은 아이들도 다른 문화에 대한 편견이나 이질감 없이 서로 잘 어울리도록 가르치는 다문화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로 일하고 싶습니다. 우리 것의 바탕위에 다른 문화와의 만남을 통해 서로 변화되는 것을 이해하고 우리 것을 더욱 발전시키려는 태도를 갖는 것이 앞으로의 교육의 주된 목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다른 문화와 상호작용해 보고 문화적 편견을 해소하여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자신의 문화적 특성에 대한 자부심과 긍정적 태도를 가지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10년 후에 저는 소외받고 어렵게 살아가는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상담교사로 일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해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더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그런 아이들의 마음
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아동심리학과 심리 상담을 주로 공부하고 있을 것
입니다. 또한 공부에서 그치지 않고 미술 치료 등 배운 지식을 마음에 상처가 있거나 열등감을
갖고 있는 아이들에게 적용하여 상담과 함께 심리 치료도 해 주고 싶습니다. 어렸을 때 가진 마
음의 상처는 평생 마음에 남아 어른이 되어서도 큰 영향을 끼친다고 합니다. 저는 그런 아이들
이 한 명이라도 생기지 않도록 그 아이의 미래에 있어 큰 선물을 해 주는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20년 후에 저는 아마도 푸근한 아줌마가 되어 있겠지요. 저는 가능하다면 이때까지도 심리
상담 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아마도 경륜이 쌓여 엄마 같은 따뜻함이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데 더 좋을지도 모르겠지요. 하지만 이때쯤 되면 오랜 교사 생활에 매너리즘을 느껴 자칫
게을러지기도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푸근하고 자상하면서도 수업에 있어
서는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 전문성을 갖춘 교사의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서 교사들을 위한 사이
트를 하나 운영하고 싶습니다. 수업시간에 사용하기 좋은 자료나 교구들, 수업 전략 등을 동료
교사들과 공유하고 이에 덧붙여 심리 상담이나 다문화교육에 관한 유익한 내용을 서로 주고받는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을 것입니다.
30년 후에는 지금까지의 저 자신을 되돌아보며 처음에 가졌던 그 순수한 열정이 퇴색되지 않도록 항상 저 자신을 갈고 닦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오랜 경륜을 통해 알게 된 아이들의 마음이나 교육현실, 그리고 그것에 임했던 나의 자세 등을 한 편의 글로 써 내려 가고자 합니다. 그리고 혹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소년 소녀 가장이나 몸이 아픈 아이들, 어려운 형편 때문에 마음껏 공부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조용히 후원하고 싶습니다. 어렸을 적에 제가 선생님께 받았던 큰 선물을 이제는 나의 아이들에게 베풀면서 말이지요.
아이들에게 선생님의 영향은 굉장히 크다고 합니다. 현장의 선배교사들에게 들으면 아이들은 금새 선생님의 말투를 따라하거나 선생님의 칭찬 또는 꾸중으로 행동이 크게 변화하기도 한다지요. 연쇄 살인범 신창원이 한 유명한 이야기가 있지요.
“내가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너 착한놈이다' 하고 머리 한번만 쓸어주었으면 여기까지 안 왔을거다. 5학년 때 선생님이‘새끼야, 돈 안 가져왔는데 뭐 하러 학교와 빨리 꺼져’하고 소리쳤는데 그때부터 마음속에 악마가 생겼다 ”
선생님의 한 마디는 아이들의 미래를 크게 바꿀 수 있습니다. 저는 그런 아이들의 미래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는 선생님이고 싶습니다. 특히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몸이 불편해서, 또는 저처럼 성격이 너무나 내성적이어서 움츠리고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바람에 못 이겨 꺼질 듯 작게 타고 있는 촛불을 보호해 주는 작지만 큰 손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