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교육과 송다혜
제가 장래희망으로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꿈꿔 온 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라고 생각됩니다. 딱히 어떤 계기가 있어서 장래희망을 선생님이라고 정한건 아니지만, 그저 어렸을 때부터 "다혜 너는 커서 무엇이 되고 싶니?"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마다 주저없이 "응, 선생님!"이라고 시원스레 대답하던 그 때의 내 말소리, 기분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저에게는 두 살 어린 여동생이 있는데, 어렸을 때부터 저는 동생을 앉혀놓고 이것저것 알려주며 선생님 놀이를 많이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 여동생은 활동적인 성격이라 오랫동안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계속 몸을 비틀며 안절부절 못했지만, 저는 그런 동생은 아랑곳하지 않고 어제 읽었던 책이나 오늘 텔레비전에서 봤던 새로운 사실들을 종알종알 알려주며 즐거워하곤 했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교육대학교에 입학해서 선생님이 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니 새삼 내 자신이 자랑스럽게 느껴집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저의 그런 다짐을 더욱더 굳건하게 해주신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그 해 첫 부임하셨던 김해정 선생님은 어린 저에게는 정말 천사 같은 모습이셨습니다. 저는 그 때에는 지금과는 다르게 수줍음도 많고 목소리도 작아서 반에서는 항상 뒤에서 그림자처럼 서 있는 아이였습니다. 그래서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발표 한 번도 제대로 못하고 선생님이 시켜서야 쭈뼛쭈뼛 일어나서 개미만한 목소리로 몇 글자만 겨우 말하고 얼른 앉아버리곤 했었는데, 김해정 선생님께서는 그런 저를 웃음으로 다독여주시며 용기를 주셨습니다. 단번에는 아니지만 서서히, 저는 발표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 되었고 1학기가 끝나갈 무렵에는 학년 대표로 뽑혀서 전교생들 앞에서 저의 작품을 낭독하게 되는 기회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 때에는 너무 어려서 선생님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고는 있었지만 잘 표현하지 못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지금의 제 성격의 대부분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주신 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분께 제대로 된 감사 인사도 드리지 못한게 너무나도 죄송스럽습니다. 저의 초등학교 시절을 돌아보면, 나 개인의 인격을 형성하는 시기에 모범적인 성인으로써 조언과 칭찬, 또는 훈계를 아끼지 않으셨던 분이 계셨다는 것이 정말로 행운으로 느껴집니다. 저는 그러한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아이들에 대한 조건 없는 사랑을 바탕으로 저는 한 개인의 인생에 있어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될 것이고, 또한 그에 대한 막중한 책임을 져야만 할 것입니다.
5년 후 제 나이 27살, 저는 초등학교에서 초임 교사로서 바쁜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물론 아직은 서투른 점이 많겠지요. 교대에서 선배 선생님들이 해주셨던 많은 특강, 그리고 교생실습에서 참관했던 뛰어난 시범수업들을 통해 경험과 경력이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란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선배 교사들이나 주위 동료들을 보며 배울 수 있는 것은 모두 제 것으로 만드는,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끊임없이 발전하는 교사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대학에서 배웠던 것을 실제로 해보며, 시행착오도 물론 있겠지만 그것을 발판으로 삼아 더욱 더 나아갈 수 있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저는 재작년에 영국으로 배낭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그 때 느꼈던 영국의 인상이 굉장히 좋아서 3주간의 짧은 일정이 아쉽기만 했었는데요. 2학년 때 교사론 수업을 들으면서 해외의 한국인 학교에서 교사를 할 수 있는 '교환 교사'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프로그램에 지원하여 영국에서 여행자로써가 아닌 거주자로서 그 나라를 조금 더 가까이 접해보고 싶습니다. 또한 그곳에서 교사를 하면서도 나 자신의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고, 그 지역 또는 다른 곳에 있는 대학의 아동심리 분야의 석사 혹은 박사과정을 밟아서 한국에 돌아와서도 그 공부를 계속 하고 싶습니다.
10년 후 제 나이 32살, 저는 이 때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저를 닮은 귀여운 아이들도 태어났을 테지요. 물론 저는 가정에도 충실하겠지만 학교의 일도 절대로 소홀히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학교란 제 직장이기 이전에 제가 몸을 담고 있는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는 이 때쯤 신참 티를 벗고 조금은 중견 교사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교사라는 직업을 10년간 해오다 보니 어쩌면 매너리즘에 빠져서 자기발전을 소홀히 할 수도 있겠지만, 절대로 그런 일이 없도록 항상 공부를 멈추지 않겠습니다. 20대 때 다녔던 대학원의 전공을 바탕으로, 저는 그 지식을 아이들에게 적용하고 싶습니다. 나쁜 행동을 하거나 일탈을 일삼는 아이들에게 일방적인 훈계만이 아닌, 그 아이의 심리를 분석하여 제대로 된 원인을 찾아서 그 아이들에게 꼭 알맞은 해결책을 제시해 주고 싶습니다. 저로 인해서 아이들이 올바른 길을 찾게 되고, 또 먼 훗날 저를 기억해 준다면 그것이 교사 생활 중에서 가장 보람찬 일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20년 후 제 나이 42살, 어느덧 40대에 접어든 아줌마 선생님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때 겪어 봤었던 이른바 '아줌마' 선생님은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기 보다는 항상 자신의 기준에 맞춰서 생각하고, 또 발전에 대해 더 이상 열정이 없는 그런 모습이셨습니다. 저는 절대로 그러한 선생님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나이가 절대로 저와 학생들 사이를 단절시키는 요인이 되게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항상 배워가고 수용하며, 모든 새로운 것을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꽉 막힌' 선생님은 되지 않을 것입니다.
30년 후 제 나이 52살, 중견 교사가 되어 이제는 정말 경력이 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교사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사실 그 정도 나이라면 이미 많은 것을 배웠고, 또 이제는 더 나아질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저는 항상 발전하고 나아가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아이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여전히 그들의 인생에 전환점 또는 훌륭한 조언자가 되고 싶은 나의 소망에는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