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선언

초등교육과 이주영

미래 교육 2009. 5. 31. 23:57

  이번학기에 들어오면서 강의내용도 교양보다는 초등학교수업의 실전과 관련된 내용이 많아지면서 점점 내가 교직의 길을 간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학교에 입학한고 5학기동안 자기소개서 라던지 앞으로의 미래계획이 라던지 하는 글을 쓰는 과제가 종종 있었다. 그때마다 ‘평소에 생각해보지 않다가 대학원서접수 기간에 갑작스레 오게 된 학교이기에 아직 맘을 못 잡고 있다. 적성과 맞지 않을까봐 걱정이다. 아직은 수업내용에서 흥미를 못 찾고 있고 좀 더 지켜봐야할것 같다.’와 같은 글들을 썼었는데, 오랜만에 내 비전에 관해 생각해보니 예전의 썼던 내 글을은 다 변명처럼 느껴진다. 단지 내가 너무 이루어놓은 것도 없었고 그 전에 노력하고 있는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아직 방황중이라는 말로 합리화를 했던 것이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난 그때부터도 이미 내 미래를 교사로 선택한것에 만족하고 있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때 꿈꾸었던 원래의 꿈들이 가끔 그리울때도 있지만 지금 이 길에 있는 것을 행복하게 여긴다. 3학년이 되고 요즘 고민이 많다. 강의를 받다보면 느끼는 점은 초등학생을 가르친다는 것이 생각했던 것보다 심도 있고 그냥 가르치는 것만이 아니라 생각해야할 것도, 계속 노력해야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난 너무 미래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이런 나에게 나의 미래를 상상해보는 것은 나의 남은 교대 생활을 좀 더 의미있게 가꾸어주는 기회가 될 것이다.

 지금 생각으로는 막연하기만 한 나의 앞으로의 교사생활, 우선 나는 항상 아이들에게 열정과 인내를 가지는 교사가 되고 싶다. 너무 식상하고 광범위한 말이지만 이 다짐은 사실 너무나 지키기가 어렵다. 나는 1년동안 초등학교6학년 아이를 개인교습을 했는데, 그 아이는 보통 아이와는 달리 직접 말로 꺼낼때마다 너무 그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지만 학습수준이 또래와 다른 아이였다. 그 아이를 가르치면서 나는 종종 인내를 잃곤 했다. 점점 아이의 사소한 행동에도 화를 내게 되었고 처음 아이를 가르칠때의 열정도 너무나 식어버렸다. 처음엔 아이가 자꾸 벽만 쳐다보면 10번 넘게 사정을 해서 문제를 보게 만들었었지만 최근에는 한숨만 나오고 아이가 보던말던 진도를 나가는 행동도 했다. 그런 수업 후에 집에 돌아올때면 항상 후회가 됐고 앞으로 내가 만날 수없이 많은 아이들에게도 이렇게 인내를 잃고 열정을 잃으면 어떻게하나 걱정이 들었다. 내 몸이 힘들고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나도 모르게 아이를 포기하고 마는 것 같아 걱정이다. 아이에 대한 열정이 식으면 오히려 나도 점점 심하게 지쳐버리고 만다는 것을 느낀다. 요즘엔 이런 걱정들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하는 중이다. 교사에게 중요한 수많은 자질 중에서 내가 좀 더 지침으로 삼고 싶은 것은 열정과 인내이다. 교직생활 중에 내가 지쳐버리고 마는 많은 상황들이 있겠지만 그럴때마다 나의 초심을 잃지 않으려면 지금의 이런 생각을 잊지 말아야한다.

 

 5년 후 처음의 막막했던 교사생활에 조금씩 적응해가고 있을 나의 모습이 그려진다. 하지만 적응과 동시에 대학시절 생각했던 교사생활과 현실에는 큰 차이점이 있음을 깨닫고 좌절을 할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가지고 있던 교사로서의 뜻을 잊어버릴지도 모르고 의욕을 잃을지도 모른다. 현직교사로 나가신 분들이 하시는 말이 처음 3년은 거의 매일을 울고 지낸다고 할 정도다. 그 시기를 잘 극복한 사람과 잘 극복하지 못한 사람의 앞으로의 교직생활은 크게 달라진다고 한다. 잘 극복하기 위해서 나는 아이들에 대한 욕심을 먼저 버려야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아이들로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하는 것이다. 교육을 하다보면 아이들을 과대평가해서 질서를 너무나 요구하기도 하고 또는 아이들을 너무 무시하고 일일이 지적하고 가르치게 되는데 아이를 아이자체로 존중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나의 열정도 금방 식지않고 아이들과의 관계도 잘 유지되지 않을까 싶다.


10년 후 이제 10년차 교사가 된 나는 일하는데 요령이 생기고 여유도 생겼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아이를 낳았을 시기이다. 여자교사는 자신의 아이를 낳았을때와 아직 낳지 않았을 때 크게 다른모습을 한다고 한다. 어떻게 다른지는 얘기만 들었지 마음깊이 아직은 와닿지않지만 10년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며 느껴왔던 것들이 새롭게 다가오는 시기일거라고 생각한다. 아마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빛도 달라질테도 보다 더 학부모들의 심정을 잘 이해해서 아이들을 하나하나 사랑해 줄 수 있는 교사가 되지 않을까. 그리고 10년동안 교육에 힘써왔으니 이제 한숨 돌리고 나의 교직생활에 살을 붙여줄 나의 특기를 살려야한다. 그것이 무엇이 될지는 지금 모르겠지만 그 때의 나라면 뭔가 나에게도 도움이 되고 나의 학생들의 교육에도 도움이 될 무언가를 찾아내지 않을까.


20년 후 이제 40대가 되었을 나는 한참 아이들에 대한 노하우가 생기고 아이들을 교육하는데 숙달 되어있을것이다. 그와 동시에 아이들에 대한 열정이 어느정도 식어 아이들을 대하는데 선을 그을지도 모르고 무관심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그럴 때 나의 초심을 꼭 상기하며 내 몸이 조금씩 지쳐가는 것을 막아야한다. 이제 슬슬 나의 몸도 예전같지 않아서 아이들과 같이 활동하고 하는 것은 어려워질지도 모르겠지만 항상 마음속의 열정을 유지하고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 나의 특기를 개발하는 것도 멈추어서는 안된다.


30년 후 정년을 10년정도 남긴 이 때 나는 아마 점수가 많이 쌓였다면 승진이 되어있을테고 아니라고 해도 고참교사가 되어있을것이다. 그동안 나의교직생활을 되집어 보면 나의 그동안의 교사생활을 후회하지 않는 내가 됬으면 좋겠다. 나는 이 때의 나에게 특히 바라는 것은 권위가 없었으면 하는 것이다. 실습을 나가서 보면 고참교사분들은 흔히 명령조로 아이들을 대하는 것 같다. 그것이 아이들을 다루고 이끄는데 효율적일지는 몰라도 나는 항상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인내를 가지고 아이들을 이끌어 나가는 교사가 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