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교육과 박세록
교대에 입학한 후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질문이자 아직도 확실하게 답할 수 없었던 질문이 바로 “나는 어떤 교사가 될 것 인가?”라는 질문이다. 나는 초등학생일 때부터 초등 교사가 되는 것을 꿈꿔왔다. 내가 그런 꿈을 가지게 된 데에 어떤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막연히 나는 당연히 교사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런 꿈을 가지고 공부를 하여 꿈에 그리던 교대에 입학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입학한 후 계속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교대 입학이라는 1차적인 목표가 이루어지니 그 이후로 나 스스로를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어떤 교사가 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면 할수록, 내가 생각한 교사가 진정으로 좋은 교사인지 또는 내가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하지만 이런 생각과 고민이 나를 조금이라도 더 좋은 교사의 길로 이끌어줄 것이라는 확신은 가지고 있다.
내가 되고 싶은 교사의 모습은 나의 학생들이 오랫동안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는 그런 선생님이다. 이러한 나의 비전은 내가 기억하고 있는 나의 초등학교 선생님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초등학교 시절 6명의 선생님을 만났지만 기억에 오래 남는 선생님이 2분 계신다. 이상하게도 그 2분의 선생님은 전혀 다른 성향을 가지고 계셨던 것 같다. 한 분은 나이가 지긋하신 중년의 남자선생님이셨는데 2학년이던 우리에게 항상 친절하고 한없이 자상하셨다. 숫기가 없어 조용하던 학생들에게까지 관심을 주시고 일일이 신경써주시던 모습이 생각이 난다. 또 다른 1분은 매우 엄격하시고 무서우셨던 젊은 여자선생님이셨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잘못했을 때는 화도 많이 내시고 철저하셨지만, 기회가 될 때에는 우리에게 친구처럼 친근하게 대해주셨다. 이렇게 다른 방법으로 아이들을 가르치셨던 두 선생님의 공통점은 바로 아이들에게 최대한 관심을 주고 이해하려는 모습이셨던 것 같다. 내가 이 두 분의 선생님을 기억하는 이유도 아마 선생님들의 그런 모습 때문일 것이다. 남자 선생님은 사랑이 필요한 2학년의 학생들에게 화나 체벌보다는 칭찬으로 다스려 아이들의 자신감을 높여주고 밝게 생활할 수 있게 해주셨다. 그리고 여자 선생님은 통제하기 힘든 6학년 학생들을 엄하게 다스렸지만,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었던 나에게 큰 위로와 힘을 주시려고 노력하셨다. 그 때 나는 내가 선생님에게서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고 어린 나이였지만 자신감과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매년 무섭게 성장해버리는 아이들의 성향에 맞춰서 지도하려다 보니 방법의 차이는 생길 수 있지만, 그때마다 아이들을 이해해주고 아껴주는 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나도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자신을 사랑하고 이해해준다는 믿음을 줄 수 있는 그런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고 싶다. 그래서 내가 가르친 학생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항상 자신감을 가지고, 남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믿음을 가진 그런 밝은 사람으로 자라났으면 좋겠다.
5년 후에 나는 아직은 서툴지만 열정은 넘치는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을 것이다. 소외받는 아이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하여 아이들의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또 아이들과 교환일기, 편지 등과 같이 의사소통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수단을 만들어서 아이들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힐 것이다. 아직 어린 나이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친구처럼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을 이용하여 아이들과 허물없이 지낼 수 있는 그런 교사가 될 것이다.
10년 후에 나는 작은 시골에서 선생님을 하고 있을 것이다. 시골의 학생들은 어떤 생활을 하면서 지내는지 이해하고, 열악한 학습 환경 속에서 부족하지 않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또 도시에서의 교사 생활과 시골에서의 교사 생활을 바탕으로 아이들을 이해하고 사랑을 주기에 어떤 방법이 필요할지에 대해서도 고민할 것이다.
20년 후에 나는 학생들을 내 자식이라고 생각하며 가르칠 것이다. 그 때쯤에는 나에게도 나의 학생들 나이 또래의 자식이 있을 것이다. 학생들이 남의 자식이 아닌 내 자식이라면 어떤 것이 학생들에게 좋고 나쁜지 고민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칠 것이다. 또 학생들에게 엄마와 같은 자상하고 편안한 모습을 보여주어, 믿음을 가질 수 있게 하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아이들이 기댈 수 있는 그런 선생님이 될 것이다.
30년 후에 나는 나의 교사생활을 담은 책을 쓰고 싶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겪었던 여러 가지 경험과 느낌, 그리고 나의 교사 생활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정리하여 앞으로 교사가 될 여러 사람들이 올바른 교사가 될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싶고,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느꼈던 보람도 함께 느끼고 싶다.
사실 나의 가장 큰 바램은 10년, 20년, 30년이 지나도, 나의 지위나 상황에 변화가 생겨도 나의 교사생활에는 변화가 없는, 일관된 비전을 가지고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그런 교사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좋은 교사, 내가 원하는 교사의 모습에 대해 앞으로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테지만,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중시하는 나의 비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내가 이 비전을 마음에 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교사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