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교육과 양희수
교대에 정말 오기 싫었습니다. 저는 교대 오기 전, 비전이라고 믿고 있던 꿈이 있었고 그 꿈을 위해 꽤 오랜 시간 기도로 준비하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원하던 대학, 과에 가지 못하고 교대에 오게 되면서 저는 하나님이 제게 왜 이러시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고 원망하는 마음과 함께 비전을 놓아버렸습니다. 이곳에는 제 비전이 없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입학 후, 서관석 교수님이 하나님께서 나를 좋은 교사로 부르셨다고 하셨습니다. 교수님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그때는 그저 ‘그건 교수님 생각이시죠’ 라는 마음이 먼저 들었고 하나님이 정말 ‘나’를 부르셨다는 말씀은 와 닿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왕 교대에 오게 된거 좋은 교사가 되자, 나쁜 선생님은 되지 말자’라는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2010년 여름 방학, 원주 캠퍼스에서 기독 교사 대회가 있었습니다. 그냥 좋은 교사가 되어야지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고, 제 신앙 챙기기에만 급급했던 시기에 선배 언니와 교수님의 권면으로 기독 교사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그 은혜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초등, 중등, 고등 교사들이 모여 이 땅의 교육을 위해, 아이들을 위해 눈물로 기도하며 정말 지금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사가 되기 위해 영적으로 전문성으로 준비하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인간인지라,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모두 진심으로 사랑해 주지 못하는 것에 너무나 마음 아파하며 더욱 사랑을 많이 줄 수 있는 교사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모습이 도전이 되었습니다. ‘좋은 교사’란 아이들과 만나는 시간에만 적당히 아이들과 친밀하고, 아이들이 큰 문제 일으키지 않도록 지도하고, 수업 잘 하는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학교에 있지 않은 시간에도 아이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가정방문을 준비하고, 기도하며, 더욱 전문성 있는 수업을 위해 협동학습, 교재 연구 등을 하며 자신의 삶 전부가 그것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실제로 저렇게 살아가고 계시는 선생님들을 보면서, 아직 젊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위해 나의 시간과 물질을 할애하는 것에 대해 아깝게 생각하고, 빠른 퇴근시간과 방학을 이용해 적당히 나의 삶을 누리려 했던 모습에서 참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기독 교사는 달라야 한다는 생각이 있으면서도, 다른 교사들과 다를 바가 없는 모습에서 나도 결국 교사를 하나의 직업으로 밖에 보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교사 발령이 난 첫 해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것입니다. 아이들을 만나는 것 외에도 교장, 교감 선생님과 동료 교사들과도 첫 만남이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계획했던 것처럼 아이들을 위해 쓰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3월과 4월에 걸쳐 가정방문을 하도록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은 전문성 향상을 위해 교재 연구 모임에 참여할 것입니다. 그리고 하루에 한명씩 아이를 선정해서 'A학생 day'를 만들어 한 사람 한사람을 위해 매일 기도해주는 교사가 될 것입니다. 발령 후 첫 해부터 교직 생활이 끝나는 때까지 꼭 이 세 가지는 지키고 싶습니다.
5년 후, 저는 어느 정도 교재 연구도 하고, 학급 경영도 어느 정도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에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때든, 언제든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에 저의 중학교 3학년 시절 국어를 가르치셨던 이정관 선생님을 한번 찾아뵐 것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대입 시절 제 삶에서 중요한 선택을 할 때에는 늘 선생님을 찾아뵈었습니다. 선생님은 항상 저에게 삶에 있어 새로운 시각과 도전을 던져주시는 분입니다. 교사가 된 후에도, 이 선생님은 저에게 많은 일깨움을 주실 것 같습니다. 또 저는 이 때 결혼을 준비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MK 사역에 헌신하는 시기가 될 것 같습니다. 또 이 시기에 저는 대학원에 다니고 있을 것입니다. 대학원은 연극에 관련된 것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10년 후, 저는 한 가정의 엄마로서 학부모님들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이 시기에는 어느 정도 학급 경영에 노련함도 생기고 영적으로도 지금보다는 훨씬 성숙한 모습일 것이기 때문에, 아이들도 저를 엄마처럼 따를 수 있는 인격과 사랑이 길러져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대학원을 나온 이후 연극에 관련해서 계속 공부하고 있을 것입니다. 부족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창작극도 만들어보고, 학급 단위로 연극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할 것입니다.
20년 후, 저는 이 때 상담을 공부하고 있을 것입니다. 늦게 시작하는 공부이지만, 아이들과 발생하는 세대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아이들과 상담하는 시간을 많이 늘리고,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상담 공부와 함께 여전히 연극 공부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나의 교직 생활, 신앙 생활 또 아이들의 삶을 연극으로 만드는 작업을 할 것입니다. 창작극도 여러편 쓰고, 아이들과 함께 연극도 만드는 시간을 가질 것입니다.
30년 후, 은퇴를 한 후, 저는 소극장을 하나 운영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50대때 공부했던 상담을 기초로 하여 연극을 통해 아이들이 치료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낼 것입니다. 아이들이 표현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아이들과 함께 연극을 통해서 소통하고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것입니다. 또한 저의 삶을 정리한 책을 내기 위해 준비하고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