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선언

영어교육과 황낙원

미래 교육 2012. 6. 7. 18:22

교사의 비전

내 꿈은 초등학교 교사가 아니다. 나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세상에서 제일 싫었던 사람이다. 초등학교 때에 항상 공부를 못한다고 무시를 받고 자랐기 때문이다. 친구와 싸워도 나는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내가 너 많이 혼나고 공부를 잘하는 아이하고는 싸우지도 말고, 가까이 하지도 말라는 말을 너무나 많이 들어왔다. 그런데 아직도 기억하는 이름이 있다. 바로 내 심장에 쓰여진 이름 손국환 선생님이다. 4학년 시절 얼굴도 까맣고 키도 크고 반항기 어린 아이에게 손국환 선생님은 나를 사랑해 주셨다. 관심을 가져 주셨다. 가정환경이 좋지 않는 나를 불쌍히 여기지도 않았다. 그저 나의 이야기를 거듭해서 듣고 싶어 하셨다. 항상 방과 후에 나를 불러 세우고는 ‘오늘 학교 수업 어땠니?’ ‘학교 끝나고 주로 무얼 하니?’등 항상 대화를 요청하셨다. 마침내 한 달 두 달이 지난 이후에 나는 선생님께 마음의 문을 열 개 되었고 전학을 가서도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선생님들과도 원만한 관계로 지낼 수 있었다. 나는 그런 선생님이 좋았고 나 같은 아이도 교사에 의해 바뀔 수 있다는 점에 놀랐다. 아마 그때부터 나는 교사가 되고 싶었던 것 같다. 결정적인 계기는 아버지가 몸이 아프셔서 병원에 쓰러져 계실 때 거듭 말씀 하시는 것이 ‘공부 잘해서 꼭 선생님 되어야 한다.’ 라는 말이 너무나 마음에 와 닿았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학창시절 꿈도 초등학교 선생님이며, 단 한 번도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시지 않았던 분이 나에게 꿈을 결정시켜 주셨기 때문이다. 정말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열심히 공부해서 운도 따랐고 교대에 입학했다. 그런데 교대에 다니면서 지금까지 나는 교사를 준비하는 삶에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대학교에서 와서 나는 누군가에에게 무시받길 싫어했다. 그래서 남들이 꺼려하는 과대를 맡아서 고생도 해보고 여러 가지 사회경험도 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관계를 넓히려 애를 썼다. 영어과만이 아니라 다른 11개과에 있는 사람들과 친해지려 노력을 많이 했다. 그 시작은 하이퍼리온등 운동동아리에 있었다. 운동을 너무 좋아하기도 했고 대학이라는 외로운 곳에서 나를 가족처럼 아껴주는 형들, 동생들, 친구들이 운동동아리에만 있었기 때문이다. 후회는 하지 않지만 지금껏 교대생활이 조금은 교사의 직접적인 준비보다는 간접적인 준비에 머무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교사가 되고 싶기 보다는 친구가 되고 싶다. 학생들이 고민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가 내 주된 관심거리가 될 것이다. 항상 수업을 할 때도 내가 편한 수업을 하기 보다는 아이들이 편한 수업을 할 것이다. 나는 교사가 완벽해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허점이 있어야 인간미 있고 친근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바보 같은 웃음으로 아이들에게 한걸음 더 다가갈수록 아이들의 마음은 더 열릴 것이다. 마음으로 대화하는 친구 같은 교사, 그것이 바로 내가 원하는 교사상이다. 그리고 나는 운동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같이 운동을 하게 되면 사람 간에 정이 생긴다. 그리고 무엇보다 배려하는 마음이 생긴다. 아이들에게 꼭 배구라는 운동을 가르치고 싶다. 그래서 요즘 이기적인 아이들의 마음속에 협력이라는 씨앗을 심어 배려라는 열매를 얻게 하고 싶다. 그리고 나는 시끄러운 교실속의 선생님이 되고 싶다. 아이들이 발표하려고 손을 들고 말을 많이 하는, 비록 통제가 쉽진 않겠지만 즐겁고 가족 같은 수업분위기를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힘들 때 교사에게 달려와 안아달라고 조르고, 기분 좋은 일이 생기면 먼저 와서 교사에게 알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금도 꿈꾸고 있다.

 

5년 후의 나는

군대도 다녀오고 어느 정도 업무나 수업에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아마 넘치는 끼와 열정을 감추지 못하고 수업시간에 수많은 활동을 하고 있을 것이다. 기타를 쳐가며 음악을 가르치고, 국어시간에는 소설을 읽을 때 직접 주인공역할을 맡아서 실감나게 연기도 하고 있을 것이다. 항상 바보같이 웃고 장난치기를 좋아해서 친구 같은 마음씨 좋은 선생님이 되어있을 것이다.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꼭 5년 후에는 아이들에게 글쓰기 지도를 하고 싶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아이들에게 시를 써보라고 하고 싶다. 그래서 그것을 모으고 나의 작품과 합하여서 책을 내고 싶다. 물론 힘든 과정이겠지만 아이들에게도 자신의 시가 올라가는 추억도 생기고 아이들의 순수함을 현대인들에게 조금이나마 알리고 싶기 때문이다. 아마 5년 후에 나는 시골에 있을 것 같다. 성적이 이유겠지만 도시에 있는 나보다 시골에 있는 내 미래의 모습이 좋다. 왜냐하면 나는 전원생활이 너무나 좋다. 자연과 숨 쉬면서 아이들과 농사일도 돕고 하며 생활전반에 걸친 교육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마을주민과도 사이좋게 지내는 선생님, 아무 때나 불러서 막걸리 한잔하고 담소를 나눌 수 있는 마음씨 좋은 선생님 이런 선생님이 5년 후의 나의 모습이 되었으면 한다.

 

10년 후의 나는

10년이 지나면 어느 정도 교육에 있어 노하우가 생길 것이다. 그리고 너무 아이들을 풀어주면 안 된다는 생각도 점점 들게 될 것이다. 나이를 먹다보니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래서 조금은 호되게 아이들을 나무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항상 혼을 낸 후에 그 아이와 산책을 하며 대화를 하려고 한다. 10년 후쯤 되면 어느 정도 묵직한 교사가 되어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설득력 있고 어느 정도 신임이 가는 노련한 선생님으로서 아이에게 충고하고 싶다. 대신 혼낼 때와는 다르게 부드럽고 아빠 같은 목소리로 말이다. 이때엔 내가 결혼을 하고 자식을 부양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면 학생들이 자식으로 보일 수 있다. 정에 이끌려 엇나가는 학생을 붙잡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어렸을 때 세상을 등지고 살아보았다. 그래서 그런 바탕으로 아이들을 충분히 붙잡을 수 있다고 본다. 어렸을 때에 이야기를 재미나게 아이에게 해주며 웃음 짓게 하고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설명해주다보면 꿈이 있는 아이를 길러내는 교사가 되지 않을까.

 

20년 후의 나는

20년 후면 내가 42살이다. 이제는 시대에 뒤떨어지고 조금은 고지식한 교사가 될 거 같은 불안감이 몰려온다. 그러나 나는 절대로 고지식한 선생님은 되기 싫다. 그리고 배움을 꺼리는 교사가 되지 않을 것이다. 나보다 나이어린 선생님에게도 배울점이 있으면 고개를 숙여서라도, 밥한 끼를 대접하고서라도 기꺼이 배울 것이다. 42살이라는 나이에 나는 항상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는 교사가 되고 싶다. 마음속에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아야지 하는 생각을 항상 가지며 나이어린 교사들과 학생들에게 귀를 기울일 것이다. 퇴근하고 나서 바로 집에 가지 않을 것이다. 나이가 들다보니 자주 까먹고 하는 사항들을 항상 더 공부하고 남들보다 두 배로 노력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 경쟁력 있는 교사로서 삶을 살아가고 싶지, 삶에 안주하며 일정한 권력을 가진듯한 행동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다.

 

30년 후의 나는

50이 넘은 나이에 반평생을 살아오며 교육에 관한 나의 철학정립에 항상 골머리를 앓을 것 같다. 나이가 들다보니 좀처럼 새로운 사항들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고 나약해 지는 내 자신을 반성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되도록 정년까지 교사를 하지 않고 일찍 그만두려 한다. 새로운 선생님들에게 양보하고 싶어서이다. 나이 많은 교사가 많다는 것은 그 학교가 좀처럼 바뀌지 않는 교육방법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때에 나는 아마 저학년 아이들을 맡게 될 것 같다. 저학년 아이들을 맡으면 첫째로 때리지 않을 것이다. 대화로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 그리고 나보다 나이어린 교사들의 관계를 개선해 나가는 교사가 되고 싶다. 내 자신의 삶보다는 학교전체를 바라보며 교사들끼리 모임도 자주 가지고 배구도 자주하면서 사이좋은 교사관계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서로 좋은 교육방법이 있으면 공유하고 교육철학에 관해 토론하는 것을 즐기다 보면 아이들을 위한 교육은 자연스럽게 나오기 마련이다. 항상 쉬지 않고 내 할 일을 찾아다닐 것이다. 또 학부모들이 상담하려고 오시면 상담하는 것을 귀찮아하지 않고 수년간의 교육노하우로 가정에서도 교육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알려드리고, 여러 가지 방법을 추천할 것이다. 교실안의 권력자이기 보다는 교실안의 학생들은 뒷받침하는 서포터즈가 되고 싶다.

 

이 비전들은 아마 이룰 수 있을 듯싶다. 비전을 쓰다 보니 교사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것을 느꼈다. 교대에 다니며 교사에 관한 생각을 한 번도 안하면서 왜이리 하고 싶은 것들은 많은지........ 욕심이 많아서 인듯하다. 그 교육에 대한 욕심 잃지 말고 선생님이 되어서까지 유지하고 싶다. 이 비전선언문 절대 잃어버리지 않고 간직해서 교장이 되었을 때 다시 한 번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