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교육학과 조은혜
지난 6년간 대학생활을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들어간 첫 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하면서, 내가 간호사로서의 사명을 다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의문을 가진 채 2년을 아무 의미 없이 대학생활을 했다. 간호사로서 책임을 다 할 수 있을꺼라는 막연한 자신감을 가졌다. 하지만 아무리 되짚어 보고, 멀리 내다보아도 간호사로서의 내 생활이 그려지지 않았다. 결국 다시 내 자리를 찾기로 하였고, 지금의 전주교육대학교 학생이 되었다.
아쉽게도 나는 선생님만 되고 싶진 않았다. 경험이 많은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 경험을 통해 삶의 깊이가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경험을 쌓고 싶었던 나의 바람대로 그 중 한가지인 교사를 택했다. 하지만 이렇게 내 삶의 목표만을 쫓기에는 나를 만날 아이들이 안타깝게 느껴지면서 교사의 비전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에게 교사란 무엇이고,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교사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
나는 초등학교를 2군데를 다녔는데 4학년 때까지는 서울에서 다녔고, 졸업한 학교는 작은 시골학교다. 서울에서 더 오래 다녔고, 많은 선생님들을 만났는데도 내가 기억나는 선생님은 작은 시골학교에서 첫 담임을 맡으신다고, 기대가 된다고 소개하셨던 선생님이다. 선생님은 음악을 전담하셨는데 과목 특성상 아이들이 선생님을 잘 따르고 그 수업을 좋아했던 것 같다. 나 역시 선생님을 참 좋아했는데, 선생님이 다른 분들과는 많이 다르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항상 우리들과 얘기하셨다. 강압적으로 하지 않았고 우리들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 주셨다. 그래서 교대에 들어오면서 항상 그 선생님을 생각하면서 나를 참교사로 만들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수직적인 관계로 보지 않고, 수평적인 관계로서 인격적으로 대하는 참교사가 되고 싶었다.
5년 뒤, 나는 아이들과 함께 놀 것이다. 아마 나는 신규 교사의 이름표를 막 뗀지 얼마 안된 즈음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성적에 열정적인 때에 논다고 하는 것이 이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초등학생은 빠르게 수학문제를 풀어내는 기계도 아니고, 유창하게 영어로 말할 줄 아는 외국인도 아니며, 빈틈없고 오차 없이 실험을 척척 수행해 내는 과학자도 아니다. 그들에게 초등학교 시절은 많은 경험을 해보면서 자신의 꿈을 찾아가야 하는 시기이다. 나를 만난 아이들이 단지 공부만 하고 졸업했다고 하면 나는 교육을 한 것이 아니라 지식을 주입한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그들의 귀를 즐겁게 해줄 음악회도 보러 가고, 박진감 넘치는 운동 경기를 보며 응원도 하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봉사도 함께 한다면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교육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10년 뒤, 나는 보수적인 학교 체제에 능숙하고 노련해 졌을 것이다. 어쩌면 결혼을 한 뒤고 아이도 있는 터라 적당하게 교사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면서 직업으로서의 교사를 꽤 만족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매일매일 변화하면서 경험할 것이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연극을 통하여 아이들과 연극 동아리를 만들 것이다. 신규 교사 시절에는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께 동아리를 만들겠다고 말도 못 꺼냈지만, 이제는 이정도의 제안은 할 수 있을 만큼의 경력은 되었다^*^ 연극을 통하여 아이들과 더 소통할 것이고, 활동적이고 재미있는 경험을 만들어 줄 것이며, 아이들 또한 연극을 통하여 친구들과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만들어가는 즐거움을 스스로 깨닫게 해주고 싶다.
20년 뒤, 벌써 50살이 되어간다. 이상하게 나는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고 싶은 욕심도 없고, 그럴만한 능력도 안 되는 교사가 되어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여전히 평교사겠지?^*^(평범한 교사라고 생각하고 싶다) 교사 생활 20년이면 산전수전(?) 겪으면서 다양한 학생들을 많이 만났을 것이다. 이 세상에는 행복한 사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듯이 아이들 또한 마냥 행복한 모범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아이들을 만나온 나의 경력이 무기라면 무기이다. 이러한 무기를 통하여 아이들에게 많은 꿈과 인격을 ‘너그럽게’ 형성시키도록 도와주고 길을 안내해 줄 수 있는 넓은 마음이 생겼을 것이다. 교사를 가르치는 수석교사도 참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경험이 되겠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학생이 좋다.
30년 뒤, 나는 섬에 있는 작은 학교를 돌아다니면서 자연을 벗 삼으며 커가는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고 싶다. 내가 처음에 생각한 바람직한 참교사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며 꿈을 키워주고 인격을 형성시켜주는 모습으로 교육을 하고 싶다. 그렇게 교직을 마무리 하고 싶다.
최근에 과외하는 학생과 ‘꿈’에 대해서 이야기 한 적이 있다. 학교를 무려 12년이나 다녔는데, 아직 꿈이 없다고 했다. 하고 싶은 것도 관심 있는 것도 없다고 했다. 지금 교육현장에 계시는 교사들이 원망스러웠다. 왜 이 아이는 꿈이 없는 것일까? 왜 교사들은 이 아이에게 꿈을 생각하도록 시간을 주지 않았던 것일까? 나에게 있어서 참교사란 ‘아이들과 소통하고 꿈을 심어주는 조력자’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