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교육과 소은봉
나는 어렸을 적부터 딱히 이렇다 할 꿈이 없었다. 그냥 막연히 친구들 따라서 멋져 보이는 직업을 장래희망으로 말할 뿐 내가 무엇을 원하고, 또 하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거 같다. 그렇게 목표가 없었던 대학입시를 치르고 얻은 점수를 가지고 담임선생님께서 소위 ‘점수에 맞춰준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다. 이과생이었기 때문에 가장 만만했던 공대에 들어갔지만 나의 특기나 적성과는 전혀 맞지 않아 1학년 때는 동기들과 놀기만 하고, 2·3학년 때는 꾸역꾸역 학점만 채우는 학생이 되어 버렸다. 고등학교 때까지 성적도 나름 괜찮아서 부모님께 사랑 좀 받는 딸이었는데, 대학교에 가고 나서는 공부도 안하고 밖으로 돌기만 하는 딸이 되어버렸다. 고등학교 때 못 놀았던 한을 풀고 싶어서 많이 놀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려면 돈이 필요했고, 부모님께 손 벌리자니 염치도 없는 것 같아서 알바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힘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싶던 차에 과외를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나름 수학을 좋아했고, 공대에 가서도 계속 수학을 배웠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중·고등학생을 구해서 과외를 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용돈을 벌기 위해 애들을 가르쳤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애들 입에서 수학이 점점 재밌어 진다는 말이 나오고, 성적 또한 많이 오르게 되었다. 한낱 용돈벌이를 위해 과외를 하는 대학생인 나를 ‘선생님~선생님’하며 불러주고 공부도 열심히 해주던 아이들이 너무 예쁘고 고마웠다. 그렇게 1년 정도 과외를 했을 무렵, 내 마음속에 교사가 되고 싶다는 하나의 목표가 생기게 되었다. 정말 살면서 처음이었다. 무언가를 꼭 이루고 싶다는 마음이 든 것은.
그래서 대학교 3학년 겨울, 홀연히 휴학계를 내고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 재수학원을 등록하고 교대 입시를 준비하게 되었다. 그리고 열심히 공부했고, 목표를 이루게 되었다. 정말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한 부푼 꿈을 안고 교대에 들어왔지만 처음 1년간은 일반대와는 정말 다른 학교 문화, 환경, 수업과목들 등에 지치고, 적응이 너무 안 되서 방황 아닌 방황도 했었다. 하지만, 2학년, 3학년을 보내면서 직접적인 수업이론들을 배우고 나니, 어렵고 과제가 많아서 힘들긴 했지만 내가 교사가 되기 위해 실제로 배워야 하는 것들을 얻는 것 같아서 뿌듯하고 좋았다. 하루하루 노력하고 나의 부족함을 채워가며 임용공부까지 열심히 해서 꼭 좋은 교사가 될 것이다.
5년 뒤에 나는 31살이 되어 있고, 교사가 된지 3년째에 접어들 것이다.
교사로서 정말 햇병아리 수준이겠지만, 아이들도 잘 지도하고 교실 미화나 공문 처리에 나름 익숙하게 잘 처리하며 지낼 것 같다. 그리고 멋진 솔로 생활을 즐기며, 반듯한 직장인으로서 부모님을 모시고, 제주도, 태국 등을 여행시켜 드릴 것이다.
10년 뒤에 나는 36살이 되어 만약 만나는 이성이 있다면 결혼 한지 1년 차가 되어 있겠고, 없다면 독신으로서의 삶을 준비하여 번듯한 나의 집을 장만했을 것이다. 이때 교사의 모습으로서는 초심을 잃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따라서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교사연수도 열심히 참여하고, 아이들과 소통하는 데에 노력을 기울이고, 아이들 편에 서서 순수한 마음을 지켜주려는 교사가 되려고 노력할 것이다.
15년 뒤에 나는 41살이 되어 정말 교사로서는 베테랑이 되어 있을 것 같다.
따라서, 후배 교사들에게 모범이 되고, 또 내가 그동안 모아온 교사 자료들을 후배 교사들에게 전수해주고 도움을 많이 줄 것이다.
20년 뒤에 나는 46살이 되어 있겠고, 여러 단체들에 가입하여 불쌍한 소외 계층들을 위해 자원봉사를 다닐 것이다. 특히, 소년소녀 가장아이들을 후원하며 살고 싶다. 물질적인 후원은 물론이거니와, 내가 교사인 만큼 공부도 가르쳐주고 상담도 해주며 친구 같은 존재로 편하게 다가가서 상처받고 아픈 마음들을 보듬어 주고 싶다.
30년 뒤에 나는 56살이 되어 있을 것이다. 나는 평교사로 늙고 싶은 바람이 있는데, 그것은 무엇을 준비하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과정에서 자칫 내가 내 아이들을 소홀히 돌보거나 가르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 너무 싫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때도 나이는 많이 먹은 교사이지만, 아이들에게는 편하고 푸근한 교사로서 아이들을 마음과 머리를 따뜻하게 채워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
그래서 아이들이 나중에 ‘소은봉 선생님’은 어떤 선생님이야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편안하고 상냥하고, 공부도 잘 가르쳐 주시는 이야기보따리 같은 선생님이야.’ 라는 대답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게 내 목표이다.
지금 나는 인생에서 내 꿈을 이루기 위해 준비하는 소중하고 값진 귀중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내가 세운 비전들을 위해 하루하루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노력하여 내 꿈들이 이루어지고, 내 밑에서 가르침을 받은 아이들이 예쁘고 바르게 커나간다면 나는 더없이 행복한 인생을 살았다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