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선언

체육교육과 박선희

미래 교육 2012. 6. 10. 17:33

 나의 고등학교 1, 2학년 생활기록부의 장래희망 칸을 보면 학생, 학부모 모두 '교사'라고 적혀있다. 장래희망에 교사라고 적은 이유는 단지 '교사는 안정적인 직업이고,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직업이니까.'였다. 그러나 고등학교 3학년이 된 나에게 '교사되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성적이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교대나 사범대가 아닌 수도권에 있는 사립대 환경공학과에 입학했다. 입학 후 2년 동안 방황을 했다. F도 맞아보고, 전과도 준비해보고 휴학 후 여군도 준비해보았다. 그러나 모든 게 실패였다.

 실패 후 무작정 집으로 돌아왔다. 수능은 절대 다시 보지 않겠다는 일념하나만 가지고 타지에서 집으로 돌아온 날, 나는 어머니와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 집, 나의 미래에 관한 대화였다. 대화를 나누던 중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시며 나의 미래를 걱정하셨다. 어머니는 나에게 안정된 직업을 얻을 수 있는 교대를 권하시며 다시 수능공부를 하는 것은 어떻겠냐며 물으셨다. 수능은 절대 보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어머니의 눈물을 보는 순간, 내 생각은 180도 달라졌다. 그리고 이틀 후 전주의 한 학원과 고시원을 등록했다.

 그때부터 나의 인생은 달라졌다. 친구들과 친척들로부터 잠수를 타고 수능을 볼 때까지 정말 죽어라 공부만 했다. 항상 잠들기 전엔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렸다. '난 당연히 붙을 거야. 난 미래의 교대 학생이야." 스스로 주문도 외웠다. 내 기도를 들어주셨는지, 나의 주문이 효과가 있었는지 정말 운 좋게도 수능이 대박이 나고 나는 꿈에 그리던 전주교대에 입학했다.

 1년 동안 교대만 생각해서 그런지 교대를 다니면서 항상 감사하고 학교생활도 열심히 했다. 그 전 학교를 다니던 나와는 전혀 다른 '나'였다. 사실 나는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학교를 다니며 멘토링과 참관실습도 하고, 또 강의를 듣다보니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교사를 바라보는 나의 생각도 완전히 바뀌었다. 귀찮고 시끄러운 아이들은 이제 나에게 밝고 꿈 많은 아이들이 되었고, 버릇없는 아이들은 나에게 순수하고 맑은 아이가 되었다. 사실 처음 교사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안정된 직장, 인정받는 직장이라는 것 때문이었고, 두 번째 교대를 목표로 공부한 이유는 어머니의 눈물이었다. 그러나 지금! 내가 교사가 되고 싶은 이유는 안정된 직장도, 어머니의 눈물도 아닌 아이들에 대한 나 자신의 의지다.

 나는 8살~13살 아이들의 선생님이 될 것이다. 무섭고 어려운 선생님이 아닌 함께 하면 즐겁고 편한 선생님, 그러면서도 존경받는 선생님이고 싶다. 나는 아이들과 진심으로 소통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 소통이라는 것은 참 쉽게 쓰이는 말이지만, 그렇게 되기란 참 어렵다. 나는 아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나 또한 초등학생인 적이 있었다. 아이들은 나를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나는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다. 겪어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들의 말을 들어주는 교사가 될 것이며 이해심이 많은 선생님이 될 것이다. 학부모와도 많은 교류를 가질 것이다. 학생은 교사가 모두 책임지는 것이 아니다. 학부모와 잦은 교류로 아이들이 마음 편하게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아이들에게 선생님보다는 스승님으로 기억되고 싶다. 물론 무거운 느낌의 어려운 스승님이 아니다. 아이들이 꿈을 키우고, 그 꿈을 향해 나아가도록 응원해주며 잊지 못할 멋진 학교생활이 되도록 늘 함께 하는 그런 교사이고 싶다. 나는 내가 가르친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그 아이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고 싶다. 안타깝지만 나의 학창시절을 떠올렸을 때, 마음 속 깊이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없다. 물론 담임선생님은 기억에 남지만 나의 스승님이라고 할 수 있는 분은 없으시다. 나는 나의 제자에게 기억에 남는 스승님이 있길 바란다. 그리고 큰 바람이지만 그게 나이길 바란다. 또한 나의 제자들과 졸업한 지 10년, 20년이 지나도 편하게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길거리를 가다 마주쳐도 나에게 반갑게 웃으며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되고 싶다.

 아이들 앞에서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까지도 조심해야 한다. 나는 아이들이 나로 인해 상처받지 않도록 항상 말과 행동을 조심하는 선생님이 될 것이며, 교사와 학생이 상하관계가 아닌 수평관계가 되도록 할 것이다. 또한 아이들에게 많은 문화적 경험을 갖게 할 것이고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주고 싶다.

 지금으로부터 5년 후, 나는 29살이다. 나는 아마 시골 학교의 인심 좋고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선생님이 되어있을 것이다. 또한 초심을 잃지 않고 수업 준비를 열심히 하는 선생님일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수업 모형으로 아이들 스스로 여러 활동을 하며 즐거운 수업을 할 것이다. 체육과 음악, 미술 같은 예체능 수업도 절대 주입식 교육이 아닌 열린 교육을 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주변의 선생님들에게 따가운 시선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계속해서 나의 신념을 가지고 주변 선생님들의 마음을 돌려 함께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학교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학교가 끝나도 아이들과의 관계는 여전히 계속된다. 고민이 있는 아이들의 전화도 받아주고, 학부모들과의 연락도 자주하며 하루하루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퇴근 후 집에 가면 내일은 어떻게 수업을 할지 고민하고 준비하며 아이들에게 더 좋은 수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짬짬이 대학원을 다니며 더 전문성을 지닌 교사가 되기 위해 상담과 생활지도 분야의 공부를 할 것이다.

 10년 후, 나는 34살이다. 교사에 대한 블로그 활동을 꾸준히 했던 나는 국내에서 많은 성과를 내고 어느 정도 유명한 선생님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해외 파견 교사를 신청해 해외에서 교사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 나라의 교육환경을 겪어보며 교사로서 많은 교육 경험을 쌓을 것이다. 방학 동안에는 해외 교육봉사나 일반 봉사활동을 꾸준히 할 것이다. 또한 몇몇의 외국 어린 아이들을 후원하여 멋진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20년 후, 나는 44살이다. 해외에서 교사를 하고 돌아 온 나는 국내에서 더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연수를 받고, 많은 연구실적을 남겨 교장이 되었을 것이다. 교장이 된 나는 좋은 환경에서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하고,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많은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다. 또한 교장이지만 아이들이 다가가기 어려운 교장선생님이 아니라 아이들이 먼저 다가와 장난도 치고 함께 운동도 하며 아이들이 나에게 "교장선생님"하며 웃으며 달려오는 교장선생님이 되어 있을 것이다. 등교할 때는 정문에서 아이들이 들어올 때마다 웃으며 인사해주고, 하교할 때도 문 앞에서 조심히 가라며 인사하는, 아이들과 마음으로도 가깝고 따뜻한 교장선생님이 되어 있을 것이다. 또한 여러 강연을 나가 아이들을 위한 수업환경이나 학교개선을 주제로 선생님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줄 것이다.

 연구 실적이 더 많이 쌓이면 장학관이 되어 지역 교육환경을 아이들을 위한 교육환경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아이들이 스트레스 쌓여가며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꿈을 키울 수 있는 환경에서 경쟁하지 않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교사에게 되도록 많은 공문을 보내지 않도록 하여 선생님들이 학교 수업을 준비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더 좋은 환경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선생님들에게도 많은 배려를 할 것이다.

 30년 후, 나는 54살이다. 우리 지역의 교육환경을 바꾸기 위해 교장, 장학관을 넘어 교육감을 위해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결국은 교육감이 되어 학부모, 교사, 학생들과 벽 없는 친근한 교육감이 되도록 많이 소통하고 지역민들이 원하는 교육환경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경쟁 없는 교육을 만들기 위해 하나하나 바꿔갈 것이며, 아이들이 학업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자신의 꿈을 향해 마음껏 비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또한 이상적인 교육환경이 현실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나 자신의 욕심을 버리고 교육감으로 많은 노력을 할 것이다. 교육감이 된 후에는 많은 연구실적을 남겨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교육부 장관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나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닌 오로지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우리나라의 교육을 위해 많은 강연과 자기발전을 할 것이다. 말로만 하지 않고 실천하는 교육감일 것이고, 나로 인해 교육계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교육에 대한 책을 꾸준히 집필하고, 많은 교사의 롤모델이 되며 나 자신이 떳떳한 교육인이 되도록 항상 초심을 잃지 않을 것이다.

 

 

-훌륭한 스승은 그 자체가 촛불이다. 제자들의 두 눈이 밝음에 트일 때까지, 어둠이 다할 때까지 스스로를 다하여 타오르는 하나의 촛불이다.-

 

<나는 내가 적은 '교사의 비전'을 나의 블로그에 올려 초심을 잃지 않도록 교사가 된 후에도 꾸준히 읽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