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교육과 하성룡
어렸을 때 나는 장난기도 많고 리더십이 강한 아이였다. 내 주위에는 친구들이 많았고 나를 많이 따랐다. 선생님들은 그런 나를 예뻐해주셨다. 학교 가는 게 재미있었고 공부도, 친구도, 선생님도 모두 좋았다. 선생님들의 언어로 나를 표현하자면 학급을 이끌어 가기 위해서 자기 편으로 만들거나 철저히 기를 꺾어야 하는 그런 아이였다. 1~4학년까지 담임선생님들은 나를 많이 챙겨 주셨고 나도 이에 부응하기 위해 수업에 열심히 참여한다든지 매사에 열심이었다. 그런데 5학년이 돼서 변화가 생겼다. 내가 5학년이 될 때 초임 발령나셔서 우리 학교에 오게 되신 나의 담임선생님은 내가 교사의 권위에 도전하는 아이로 느껴지셨나 보다. 나의 기를 꺾으려 하고 다른 아이를 더욱 예뻐하셨다. 그 당시 나는 이러한 상황들에 너무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하루 아침에 선생님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분하고 속상했다. 그래서 관심을 끌기 위한 행동이었는지 짓궂은 장난도 많이 쳤다. 그럴 때마다 선생님은 나를 더 심하게 혼내셨다. 5학년이 돼서 처음으로 학교가 재미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일 년간 선생님과 나는 묘한 신경전을 벌이며 한 학년을 보냈다.
시간이 흘러서 나도 여느 교대생들처럼 수능 망쳐서 교대에 끌려 오게 되었다. 교사로서 비전도 없었고 아이는 더더욱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2학년 실습을 하면서 나 자신에게서 어느 정도 변화를 느꼈다. 우리 반에는 문제아가 있었다. 수업시간에 집중 못하고 장난을 치거나 아이들을 괴롭혔다. 선생님은 아이가 잘못을 할 때마다 "넌 도대체 왜 그래"라고 다그치셨다. 어느 날은 교생들 앞에서 혼나는 게 부끄러웠는지 아이가 울어 버렸는데 너무 안쓰럽고, 5학년 때 나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꼭 선생님이 그렇게 하셔야 했을까"라는 원망과 아쉬움이 생겼다. 아이가 선생님이 싫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자기도 사랑해 달라는 왜곡된 애정표현이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내가 만약 교사가 된다면 안 그래야지, 아이들을 공평하게 대해 줘야지"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때 느꼈던 생각들을 지금 구체화해보면 나는 아이들을 두루두루 예뻐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 왜냐하면 내가 몸소 느껴봤지만 아이들은 인성이나 지적발달에 있어 선생님의 사랑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고 이해해 주면 엇나가려던 아이들도 제 자리에 쉽게 돌아오게 된다. 그러므로 교사로서 아이들을 교육하기 위해서는 사랑이라는 가치에 중점을 두고 교육해야 할 것 같다. 처음 교사가 되어서 현장에 나간다면 다짐한 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고 나도 확신한다. 여느 선생님들처럼 한 아이만 유독 예뻐하고 아낄 것 같다. 다만 이 글을 다시 읽든지 혼자 깨달음을 얻든지 가능한 한 남들보다 빨리 내가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싶다. 그래서 우리 반의 아이들 개개인을 사랑받는 아이로 만들어 주고 싶다. 한 명의 주인공과 다수의 조연이 존재하는 반이 아닌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반을 만들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계획을 세워 본다면 향후 5년간은 정말 정신없이 업무에 치여서 살 것 같다. 수업시간이나 제대로 확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다음 5년은 깨달음을 얻었으면 좋겠다. 이 과제물을 펼쳐 봐야 할 것 같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울 것이다. 아이들을 아껴주고 사랑하려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할 것이므로 상담을 전공으로 하여 대학원을 다니고 있을 것 같다.
그 후 10년은 내가 대학원에서 배운 지식들을 교육현장에 적용하면서 이론에 대해 보완해야 할 점이나 유의할 점들을 파악하고 상담사례들을 분석할 것 같다.
그 후 20년간은 내가 가진 이론, 지식들을 남들에게 전수하거나, 부족하다면 더욱 연구하는 학자의 자리에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