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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교육과 정민호

미래 교육 2013. 6. 8. 14:47

교사의 비전을 이야기 하기 전에, 우선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나의 정체성을 만들어주었던 계기였던 중3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본다. 별 다른 취미도, 특기도 없던 내가 급식실을 지나가던 길에 밴드부 동아리방에서 나오는 기타 소리에 매료되어 버렸다. 그 때 처음으로 무언가를 배워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엄마를 졸라서 기타를 사고, 매일 점심시간 밥을 5분만에 먹고 기타치는 시간에 몰두를 했다. 처음에는 실력도 많이 늘지 않고, 손에 땀이 많아서 기타 치는 데 정말 많이 불편했다. 여름방학 때 하루에 8~10시간씩을 기타치는데만 몰두를 하다보니 어느 순간 엄청나게 실력이 향상되어 있었다. 그 후에 시내에서 길거리 공연도 하고, 청소년 축제에 나가서 수백명 앞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경험도 있었다.
분명 고등학교 때도 밴드 동아리를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공부를 하길 원하셨던 부모님은 담임선생님께 몰래 전화를 걸어 밴드 활동을 못하게 해달라고 하셨나보다. 그것도 모르고 부모님께서 ‘대학만 가면 니가 원하는 음악을 얼마든지 할 수 있어’ 라고 하신 말만 믿고 열심히 공부를 했다...그리고 전주교대 음악교육과에 왔다.
이 곳에 가면 밴드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많이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이 곳은 클래지컬한... 관현악과 국악을 주로 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 곳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기타를 꾸준히 배우기로 결심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고 싶었지만, 음악과 남자들이라면 거의 대부분 들어가는 남성 중창단 ‘울림촌’이라는 동아리에 가입을 하게 되었다. 4성부로 나누어 노래를 부르는데 화음이 가져오는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러면서 내가 하고 싶은 밴드도 꾸준히 하기 위해서 전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학생들을 모아서 인디밴드를 만들었고, 이번에 전주교대 대동제때 초청공연에 서기도 했다.
이렇게 음악을 좋아하는 내가, 과연 좋은 교사가 되려고 여기에 있는걸까.... 나는 진짜 음악을 할 때만이 행복한데, 선생님을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한다. 수업도 잘 안듣고, 과제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서 머릿속에는 항상 음악에 대한 생각 뿐이었다. 그래서 1학년 때부터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내용에 대해 관심도 없었고,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회의감까지 들면서 ‘학교를 옮겨야 하나...’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해왔다. 그런데 내가 속해 있는 중창단을 가르치러 와주는 음악교육과 96학번 선배가 해준 조언이 내 가슴을 움직였다. “나는 노래라는 한 우물만 팠기 때문에 학생들에게도 합창을 가르치고,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다. 가르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이들을 학업 외에 다른 소중한 것을 찾아주는 교사는 많지 않다. 너도 기타라는, 밴드라는 취미가 있다면 아이들에게네가 가진 특기를 살려 좋은 교사가 될 수 있다” 였다. 아....내가 왜 전주교대 음악교육과에 있을까란 질문에 내가 사랑하는 아이들을 ‘음악적으로 조금 더 전문적인 교사’가 되어서, 많은 아이들에게 음악적인 능력들을 키워주고 싶어서 여기 있다라는 답을 내릴 수 있었다.
앞으로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고, 30년이 지나도 난 교사를 할 것이다. 그 동안 남들은 자신이 가진 단점을 보완하려고 노력할 때, 나는 내가 가진 장점을 특화시키고 더 갈고 닦아서 ‘초등 음악교육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 내 인생의 큰 비전이다. 단순히 기타, 밴드 만이 아니라 독창, 합창, 기악 등 여러 가지 세분화된 음악 지도에 힘을 써서 전국에 있는 초등학생들의 음악교육에 일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