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과 조무현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초등 교사라는 직업은 내가 교대에 입학하기 전 전혀 관심이 없던 직업이었다.
아애 마음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오고 싶지 않았던' 분야임에 더욱 고백하기 힘들다.
나는 원래 경제학, 금융업 쪽에 관심을 가지고 그 목표로 인해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에 초등교사를 목표로 하는 교대에 오게 된 이유는 순전히 나의 불찰과 태만, 용기의 부족 때문 이라고 하겠다.
나는 재수를 했다. 그러나 내가 이런 선택을 한 더 큰 이유는, 내가 고등학교를 자퇴를 했기 때문이다.
공부도 나름 곧잘했고, 전주에서는 나름 이름있는 고등학교를 다니던 내가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고 2년 동안 방황했던 것으로 부모님께 짐을 짊어드렸는데, 재수를 실패하여 다시 한번 그러한 부담을 끼치긴 싫었고 나에게 주어진 기회는 3번으로 족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점수에 맞춰서 교대에 입학하게 되었다.
사실 진로 탐색을 할 때부터, 선생님에 대한 관심이 아애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초등학교 교사만큼은 정말 직업선택에서 최하위권의 수준이었다.
아이들을 대하는 것이 어려웠고, 소위 말하는 '오글거리는' 직업이라고 생각했으며, 비전이 없고 성취도 또한 낮은 직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교대에 입학한 나는 모든 것을 체념하고, 달관해가며 학교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1학년 1학기에 초등학교의 실습이 다가왔다. 지금까지 5학기 동안 교대를 다니고 있는데, 그 순간이 제일 초조하고 불안했던 순간이 아니었다 싶다.
'아이들은 대할 줄 모르는데, 무시당하면 어떡하지?' '가서 어느정도 생활지도를 해야 한다는데, 내가 그걸 할 수 있을까?' '그냥 안가면 안되나?' 라는 생각들이 엄습해왔고, 어디로든 도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그 날은 다가왔고, 인후초등학교로 배정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영악하고 귀찮을 것 같기만 했던 초등학생들은 순수하고 맑은 마음으로 수업에 충실하게 임하고 있었고, 그들이 하는 모든 행위에는 사랑이 담겨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그들에게 다가가기 어색하더라도 그들이 먼저 나에게 다가와주었고, 재미없어하고 지루해하며 장난만 칠 것 같았던 수업시간도 예상과는 호기심을 가지고 진지하며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었다.
또 이런 일도 있었는데, 같은 학년임에도 불구하고 담임선생님에 따라 수업 분위기가 판이하게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었다.
그 때 처음으로 느낀 것 같다. 어렸을 때 참된 교육으로써 성립하는 가치관의 중요성을, 그리고 초등교사로서의 중요성을. 내가 어떻게 이 학생들을 이끌어 나갈까. 사랑으로써 이끌어 나갈지, 강압으로써 이끌어 나갈지에 따라 아이들의 가치관이 성립되고, 어렸을 때의 가치관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성인때까지 형성되어 수정하기 힘들다. 이러한 측면에서 초등교사의 가치가 재조명되었던 순간이 바로 이 교생실습이었다.
나의 첫번째 비전은, 학교를 학생들에게 즐겁고 소중한 장소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장소로 만드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자퇴를 하고 많은 후회를 했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사람이, 무슨 학교 교사를 할 자격이 있냐고 말한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만큼 학교의 소중함과 필요성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인지하고 있는 것 또한 나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에게 있어 학교는 소중한 장소가 되어야만 한다. 즐거운 장소가 되어야만 한다. 사랑이 넘치고, 희망이 넘치고, 꿈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되어야만 한다. 나는 내 학생들에게 이러한 것을 느끼게 해 주고 싶다.
두 번째 비전으로, 나는 학생들이 (어렸을때만이라도) 행복하게 지내게 할 것이다.
두번째 교생실습을 갔을 때의 일이다. 우리반에 키가 작은 한 학생이 있었다. 장난끼 많고 , 순수한 눈빛을 가지고 있었고, 교생 선생님들에게 많은 관심을 보이던 학생이었다. 그렇게 활발하고 밝은 아이인줄만 알고 지내던 어느날, 담임선생님께 충격적인 사실을 듣게 되었다. 그 학생은 부모님께서 이혼하시고 아이를 버리고 가서 할머니와 둘이 사는 상태라고. 할머니께서 혼자 학생을 데리고 살아야하기 때문에 저녁은 집에서 혼자 라면을 끓여먹고 아침은 먹지 못하고 온다고. 그제서야 그 학생이 왜 급식시간에 밥을 많이 달라고 하는지, 오전의 우유 배식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는지 이해가 되며 마음이 정말 아팠다. 이 학생 이외에도 한부모 가정의 학생,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와 함께 사는 학생 등 사연이 많았다.
어린 시절만큼은 우리 모두가 근심없이 행복해야하는 시간인데, 이 맑고 순수한 학생들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러한 불행을 겪어야 하는지 참 마음이 아팠다.
그 때 결심한 것 같다. 학교만큼은 이 학생들이 행복한 시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학생이 있다면 학생들에게 내 반찬을 좀 더 덜어줄 것이다. 집에서 혼자 하는 일이 없다면 학교에서 다양한 체험과 놀이를 경험해보도록 할 것이다. 주위로부터 사랑받지 못한다면, 권위적인 스승이 아닌, 인생의 배려자의 위치에서 이 아이에게 사랑을 전해 줄 것이다. 다른 주위 환경으로부터 힘들어도 학교는 안식이 되고 즐거우며 행복한 장소라고 느끼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다.
이것이 현재 나의 교사의 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