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교육과 이지은
최근 갓 발령받은 초등학교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2학년을 맡았는데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 같았다. 가뜩이나 초임인데 어린 학년을 맡게 되었고, 말도 잘 안 통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지도를 해야 하다 보니 같은 말을 열 번 이상 매일하게 되어 목이 일주일 만에 쉬었다고 한다. 집에 오면 진이 빠져서 그대로 쓰러지는 게 매일의 일상이고 휴일은 잠자는 시간으로 보내고 있는 게 현실이 되었다고 한다. 이때 나는 나의 비전을 서너번은 쓰다 지웠다 쓰다 지웠다를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이 말을 듣고 나니 나의 비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실 내가 지금 꿈꾸고 있는 비전들이 과연 현실에 부딪쳤을 때 지켜질 수 있는 강한 비전인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내가 처음에 쓴 비전 대부분이 겉으로 맴도는 비전들이었다. 한마디로, 외부 상황에 따라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는 그런 비전들 말이다. 그래서 내가 마지막으로 정한 비전은 전문성과 소명을 갖춘 교사가 되는 것이다.
나는 다른 교대를 원했지만 어찌됐든 교대에 입학을 했기 때문에 방황하는 아이들과 달리 만족스러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다. 나름대로 입학하기 전부터 입시를 위해 꾸준히 면접 준비를 해서 인지 교육 분야에 대해서도 웬만큼 남들보다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명의식 같은 것도 있었고, 내가 열심히 ‘잘’ 배워야 하는 이유는 나를 위해서 이기도 하지만 내가 나중에 가르칠 아이들에게 미안하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정도까지만 생각해 왔었다. 그런데 나의 비전은 무엇일까 쭉 생각해오면서 크고 거창하게 혹은 너무 멀리 있는 비전을 생각하기 보다는 가까이에 있으며, 지키고 싶고, 지킬 수 있는 그런 비전을 생각해 보았다. 먼저 전문성을 갖춘 교사가 되기 위한 3가지 비전이 있다.
요즘 많이 들었던 생각은 수업을 잘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사실 전문성 측면에서 교사가 제일 잘해야 하는 것이 수업인데, 수업을 잘하는 것이 제일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기본적으로 매시간 수업을 하는 초등교사의 입장에서 수업을 잘하지 못하는 교사라면 학교생활이 두려울 것이다. 물론 전제에는 인격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나는 적어도 30대 까지는 많이 배우고 공부해서 나의 지적수준을 높여 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수업을 잘하고 싶다면 공개수업도 많이 해보고 많이 비판받고 경험해 봐야 문제점을 고치고 발전할 것이라고 ‘머리’로는 생각이 된다. 그런데 실제로는 진짜 두렵기도 하고, 누가 칭찬보다 쓴 소리 듣는 것을 좋아하랴. 쓴 소리를 달게 받으려고 노력을 하는 것뿐이지...라는 생각도 많이 든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머리와 행동이 일치될 때 까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것 같다.(아무래도 많이 부딪혀보고, 유명한 강연들도 찾아다니면서 스스로 배우려고 노력하는 길 밖에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의 두 번째 비전은 첫 번째 비전을 바탕으로 교사로서의 자신감을 잃지 않는 것이 교사의 권위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사로서의 권위를 지키고 아이들의 존경을 받는다면 학교생활이 즐거울 것이고, 교사가 학교에 오는 것이 즐거우면 아이들도 즐거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도 아이들도 아침마다 학교, 나의 학급에 오는 것이 즐거웠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만의 학급을 위해 우리 학급만의 무언가 특색 있는 것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지만 학교를 다니면서 더 생각을 해놔야겠다.
세 번째 비전은 눈높이를 낮추는 것이다. 교대에 다니는 사람들 정도면 어느 정도 공부 좀 했고, 성실한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 같다. 사실 그래서 멘토링을 하거나 과외를 하면 평균 수준보다 못하는 아이들이 잘 이해가 안 되는 경우도 많이 있을 것이다. 절대 교사의 지적수준을 낮추라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런 아이들을 인정하고, 눈높이를 낮춘 상태에서 그 아이의 수준에 맞게 지도하고, 나의 가르침으로 인해 발전하고 있다면 그때 교사가 함께 눈높이를 높여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나에게 많은 비전이 생길 것이다. 많은 비전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아이들을 인격체로 대하고 귀히 여기는 것이다. 교사라는 직위로 학생 위에서 군림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겠다고 이 글을 통해 다짐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나는 하나님이 나를 이곳으로 부르신, 소명을 주신 이유가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답을 확실히 찾지는 못했지만 2가지를 생각해 보았다. 첫 번째는 앞으로 만나게 될 약 천 명의 아이들을 사랑하라는 것. 두 번째는 방향을 제시해 주는 교사가 되라는 것. 첫 번째 소명이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나도 사람인지라 만나는 아이들 중에 마음에 드는 아이도 있고 들지 않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인간’이라는 이유하나로 아이들을 모두 평등하게 존중하고 섬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부터라도 이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내 비전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비전도 발견하고 키워주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교사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