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교육과 김균태
저의 비전은 ‘느린 교육’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느린 교육은 빨리빨리 문화가 뿌리 깊게 박혀있는 한국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개선하는 운동의 신호탄이 될 것입니다.
제 비전의 시작점은 사실 저의 집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제가 실수를 하면 꾸지람보다 실수에 대해서 책임지고 수습할 때까지 기다려주시거나 도와주셨으며, 그것이 오래 걸리더라도 끝까지 기다려주셨습니다. 이러한 ‘느림’이 저에게는 책임감이 되었으며, 책임지겠다는 마음가짐만 있다면 어떤 일이던지 실수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고 도전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에 입학하니 느리고 꾸준한 사람들은 마치 뒤쳐진 것 같은 분위기에 휩싸이게 되었습니다. 한 번의 실수에 희로애락이 갈리고 마치 그게 자신의 능력이자 한계인양 끝없이 힘들어했습니다. 선생님들은 그런 학생들을 위로해주고 자신감을 돋구어주기도 하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학생들과 함께 조급해지고 여유가 사라졌습니다. 어떤 친구는 밤을 새고 새벽시간까지 쪼개가며 잠을 줄이고 공부를 하다가 건강이 나빠지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저에게 주어진 수업시간과 쉬는 시간,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충실하였고 집에 오면 어머니가 준비해주신 야참을 먹으며 그날 하루 있었던 이야기를 하였고 어머니는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며 편안히 잠들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교대에 오고 나서 저는 교육에 대해 이론과 경험 양 측면 모두로부터 고민해보기 위해서 교육봉사 동아리에 가입하여 활동하였습니다. 동아리는 교육적으로 낙후된 임실지역 초등학교에서 멘토링과 캠프를 진행하였는데, 저는 그 곳 아이들과 한 학기 단위로 1주일에 한 번씩 만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말도 안 듣고 선생님들을 힘들게 하던 아이들이 점점 저희가 만든 프로그램을 재밌게 즐기면서 결국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모습과 신기한 결과물들을 보여줄 때면 화를 꾹 참고 그 친구들을 기다려준 것에 대해 보람이 생깁니다. 그 아이들은 분명히 가능성을 품고 있지만, 당장 능력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해서 아이들을 부담과 기대로 짓누른다면 과연 우리는 그런 뛰어난 모습을 볼 수 있었을까요.
교육학개론을 비롯한 여러 교육학 관련 수업을 들었지만, 저는 제가 직접 집에서 생활하면서 느꼈던 어머니의 마음과, 동아리에서 발로 뛰며 얻은 그 교훈이 제 마음 속에 가장 깊이 남아있습니다. ‘느린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저는 앞으로 제 교육 비전과 같이 느리게 차근차근 노력할 것입니다.
먼저 향후 5년 동안은 교육에 관련된 여러 책들을 읽고 다양한 교육적 비전들을 접할 것이며, 교육대학원에서 미술 치료와 같이 학생들을 힐링하기 위한 공부를 할 예정입니다. 10년 뒤에는 그동안 아이들과 함께하며 얻은 여러 교훈들을 바탕으로 교육행정직에 대한 비전을 세우며 새로운 공부를 시작할 것이며 20년 뒤에는 교육행정직의 위치에서 ‘느린 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들과 이를 위해 노력하는 현장교사들을 도우며 살 것입니다. 30년 뒤에는 교감 또는 교장이 되어 작은 학교에서 착한 아이들과 함께 아무런 걱정 없이 행복하게 ‘느리게’ 살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