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선언

수학교육과 박규표

미래 교육 2014. 5. 31. 01:11

 

   교사로서 미래를 생각했을 때 아무래도 지금 가지고 있는 교육관이나 개인철학적인 생각들과 과거로부터의 기억에 바탕을 둘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전에는 교사라는 직업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겨우 4년 전부터나 직장으로 가져야겠다는 생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을 뿐 그 이전까지 상당시간을 의미 없이 지냈다는 생각뿐입니다. 이루고 싶었던 꿈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그때에도 꿈을 중요하게 생각했었던 점은 지금과 같지만 실패했다는 생각이 가득했던 것이 많은 시간을 버리게 한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꽤 오래된 예전 일이 되었지만 고등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나름의 꿈이 있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막연했지만 당시에는 꽤나 이루고 싶은 마음이 강했던 꿈이었습니다. 그런 기분이 들도록 한 이유는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국어 선생님의 단 한마디였습니다. 나이가 많으셨던 선생님께서는 무엇보다도 솔직하고 진심어린 모습 때문에 인기도 많으셨습니다. “마치 책을 잘 읽는 구나. 성우가 되면 좋겠어.” 어느 날 수업 중에 책을 읽고 나서 선생님께서 해주신 칭찬 한마디에 많은 용기를 얻었습니다. 단 한마디였지만 당시에 꿈이란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할지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아나운서라는 꿈을 접고 어려워진 집안을 위해 교사가 되었다고 하신 선생님께 보답할 수 있는 것은 말씀 그대로를 이루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런 이야기하는 것은 선생님으로서 앞으로 가질 필요가 있어 보이는 한 가지 모습이라 생각해서입니다. 단순히 직업이라는 측면에서 머리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움직이는 감정이 이끌어 줄 수 있는 하나의 모습으로서의 꿈을 느끼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서입니다. 다만 스스로 이것을 느껴 꿈을 가지고 있는 것이나 현재 그 과정에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이것을 끊임없이 자신의 감정으로 옮겨 오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게 된 것은 아쉽게도 한참 뒤였습니다.

   직장으로서 교사를 바라보고 학교에 들어오기 위해 공부를 하기 시작할 때만해도 교사에 대해서는 꿈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꿈을 이루지 못한 채로 교사가 되어 아이들에게 꿈을 가지라는 말을 할 자격이 있는 것인지를 놓고 고민이 가득했습니다. 그러던 중 함께 공부하던 아이들(20살이라고 해도 나이차이가 꽤 있었기 때문에)을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중의 많은 아이들이 꿈이 없이 그저 ‘수능등급’이 높은 학교에 가려고 하는 것뿐인, 그러면서도 남 못지않게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꿈을 이루는데 실패했다는 생각이 가득했던 입장에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보잘 것 없었지만 몇몇에게는 목표라 할 것을 만들어주고 싶었고 나름의 꿈을 갖고 있던 아이들에게는 도움이 되고 싶었지만, 수능이라는 벽에 막혀 모두 포기하는 아이들을 보았을 때는 나 자신의 무능력함, 무기력함을 느꼈습니다. 특히나 ‘수학선생님’을 꿈꾸던 아이가 포기하겠다면서 좋은 선생님이 되어달라던 말을 할 때 너무 괴로웠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이곳에 와서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지만, 마지막으로 했던 약속이 교사라는 꿈에 도전하게 해주는 힘이 되었습니다. 이전까지 실패의 느낌, 무능력함과 무기력함만을 느꼈지만, 내가 여기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그 아이에게 꿈이 있었다는 증거’가 되리라 믿으면서 싫은 마음, 편하지 않은 마음들을 누르면서 노력하자 생각보다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꿈에서부터 생겨나는 감정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 때 지속적으로 꿈에 대한 감정을 느끼고 움직이게 되면, 감정이 힘의 역할을 하면서 반대로 꿈을 갖는다는 것이 특별한 감정의 원천이 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학교 현장으로 갔을 때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것은 바로 이러한 감정입니다. 나 자신이 꿈이 주는 감정적 힘을 느낀 만큼 아이들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성장해 가면서 감정적 힘을 느끼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교사가 되겠다는 것이 목표라기보다 아이들에게 꿈을 만들어줘야겠다는 것이 목표지만, 교사가 가질 수 있을만한 꿈이라면 아이들이 꿈을 갖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것만으로도 교사로서의 꿈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위해서 꿈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걸 잊지 않기를 바랄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