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선언

초등교육과 양승제

미래 교육 2014. 5. 31. 07:52

 

  내가 교사라는 꿈을 갖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아마도 어머니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외근으로 인해 어머니와 자란 시간이 많은 나는 중학교 교사이신 어머니는 본래 예술의 길을 걷고 싶어 하셨지만 가난했던 집안 사정 때문에 본의 아니게 중학교 국어교사라는 길을 선택하셨다. 본래의 꿈을 포기한 체 원치 않는 길을 걷는 사람의 마음은 아마도 참으로 고통스럽고 좌절감에 휩싸여 의욕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머니는 아니었다. 물론 그렇다고 어머니가 어느 누구보다도 교육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며 열정을 가지고 교사라는 직업을 수행하셨던 것은 아니다. 다만 적어도 내가 보기에 어머니는 자신이 가고 싶어 했던 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가르쳤던 학생들을 너무나도 사랑하셨다.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어머니는 학생에게 뺨을 맞고 오셨다. 그런데 너무나도 담담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나는 적지 않게 충격을 받았다. 오히려 어머니는 부모님 중 한 분이 가출하여 할머니 손에 맡겨 자란 그 학생의 처지를 두둔하였다. 그리고 몇 달 뒤 중학교 3학년이었지만 고등학교로 진학할 수 없었던 그 학생을 위해, 어머니는 몇 주간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니며 비용 없이 학생이 미용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발품을 팔고 사정사정하며 매일 밤늦게 돌아오셨다. 그리고 약 1년 뒤 그 학생의 전화를 받으며 하염없이 미소를 지으시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나는 무언가를 느꼈음이 분명하다. 나는 훌륭하고 능력 있는 교사가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적어도 나의 어머니처럼 현실의 밑자락에서 고통 받는 학생들을 이해하고 그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내가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해줄 수 있는 교사가 되고 싶다.

  그렇지만 조금 더 구체적인 비전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면서 저런 추상적인 목표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함을 깨달았다. 구체적인 나의 비전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해보면서 떠오른 일이 하나있었다. 교대에 입학하면서 나는 우연히도 다문화 학생을 가르치게 되었다. 이 학생은 나의 조카이기도 했는데 외삼촌과 결혼하신 숙모가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둔 딸이었다. 때문에 원래 한국이 아니라 베트남에서 자란 아이다보니 한국말을 전혀 할 줄 몰랐고 이 때문에 외삼촌께서는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셨다. 나의 첫 제자이기도 한 이 아이를 위해 나는 열심히 준비하고 가르쳤지만 결국 아직 여러모로 부족했었던 나로서는 얼마가지 않아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결국 한글도 제대로 띠지 못한 체 이 아이는 학교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여 베트남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 일을 되돌아보게 되면서 문득 교사가 된다면 그리고 세밀하고 전문적인 분야까지 고려해본다면, 나는 다문화 교육에 있어서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그 시절의 경험은 나에게 있어서 큰 실패로 다가왔지만 그 경험 때문에 어렴풋이나마 나는 나의 비전을 새겨나갈 수 있게 되었다. 현장에는 내가 가르쳤던 조카처럼 분명 한국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수많은 다문화학생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러한 아이들의 고통을 헤아리고 이해해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 그리고 단순히 착한 교사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 아이들이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다문화 교육 전문가가 되는 것이 나의 비전이다.

 

 

5년 후 나는....

  현장에서 교사생활을 하면서 다문화학생들을 이해하고 그들과 관련된 문제를 좀 더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대학원에서 교육사회학을 전공하고 있을 것이다. 단순히 다문화학생들의 문제를 개인적인 측면으로만 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구조 내에서 왜 이들이 이토록 고통 받고 적응하기 힘들어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식견을 기르고 싶다.

 

10년 후 나는...

  실제 현장 속에서 다문화학생들을 가르치고 이들을 위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을 것이다. 다문화교육을 위해 필요한 연수를 받고 자격증을 획득하고 지역사회 내의 다문화기관과 연계함으로써 다문화학생들을 위해 열정을 가지고 일하고 있을 것이다.

 

20년 후 나는...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교육청과도 연계하여 지역 단위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실행하는 다문화교육 전문가로써 일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발휘하여 다문화학생들의 복지와 교육을 위해 노력하는 교사이자 행정전문가가 되어 있을 것이다.

 

30년 후 나는...

  여전히 교사로서 그리고 다문화교육 행정전문가로서 활동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이 시기가 된다면 그동안의 경험을 다른 후배 교사들에게 전수해주고 싶다. 다문화교육에 관해 강연함으로써 젊은 선생님들의 열정을 일으켜 세우고 그들의 역할이 정말 중요함을 알려주고 싶다. 그렇게 함으로써 비록 내가 은퇴하더라도 현장의 능력 있고 열정적인 젊은 선생님들을 통해 다문화학생들이 즐겁게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내 마지막 목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