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교육과 노건형
나의 비전 수학교육과 20120085 노건형
나의 비전을 말하기 전에 예비교사의 길로 들어온 과정을 돌이켜보면 참 허무하다. 어려서부터 손재주가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학교 성적도 수학, 과학 같은 이과 성향의 과목에서 우수했기 때문에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IT시대의 꽃인 반도체 학과를 꿈꿨다. 오랫동안 꿈꿔온 것이라 당시에는 내 미래가 이미 정해져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였고 집안에서도 내가 당연히 그 길을 갈 줄 알았다. 그러던 열일곱의 가을, 뒤늦은 사춘기가 왔다. 말 그대로 질풍노도(疾風怒濤)처럼 이것은 내 오랜 꿈도 앗아갔다. 성적이 추락했고 가치관이 흔들리면서 단지 과학 성적이 조금 떨어졌고 공부 잘 하는 친구들이 이과를 간다는 말을 듣고 생긴 두려움에 문과를 택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리석었고 아쉬움도 남는다. 문과를 선택하긴 했는데 하고 싶은 것이 없었다. 그래서 학교에서 가장 많이 마주치는 선생님을 그냥 어렴풋한 장래희망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일년 정도 더 이어진 사춘기는 한 여자를 만나면서 마무리되었다. 낭랑 18세의 가을, 운명처럼 내 이상형의 그녀를 만날 기회가 생겼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꿈이 초등학교 교사였다. 그리고 나중에 무조건 초등학교 교사와 결혼할 것이라 내게 말했다. 그 한마디가 날 각성시켰고 지금 이 곳까지 오게 하였다.
내 꿈은 초등학교 교사가 아니다. 교육대학교를 다니면서 과외 수업과 참관실습, 멘토링 활동 등으로 아이들과 마주칠 기회가 많았는데, 처음에는 마냥 아이들이 좋고 그 순수함에 빠져들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빙산의 일각과 같은 현실이었다. 물론 교사가 되어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 자체가 큰 보람이고 재미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정말 아이들에게 교과지식과 인성교육 등을 잘 가르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아직 배우는 학생이라 이런 생각에 머물러 있을지 모르지만 한마디로 내 자신은 교사의 그릇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꿈꾸는 미래는, 학교를 졸업하고 임용에 합격하여 남들처럼 교사생활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10년에서 15년 정도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내 젊음을 피어나는 아이들에게 바치고 싶다. 교직생활을 하는 동안 축구나 줄넘기, 고무동력기 만들기 등등 내가 잘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아이들에게 최대한 가르쳐주고 싶다. 체육전담이나 과학전담 교사와 같은 역할을 맡고 싶다. 짧은 듯 긴 듯한 교직생활을 마무리하면 교육청의 교육행정 업무를 맡을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방법은 찾아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임용고시와 행정고시를 모두 합격하거나 장학사 시험을 보면 그 쪽으로 갈 수 있다고 들었다. 물론 교장이나 교감이 되는 과정처럼 교직생활 중 점수를 따기 위해 도서지역과 기타 여러 가지 활동들을 많이 해도 장학사도 옮겨 갈 수 있다고 하지만 나는 그 모든 과정이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진정성보다 자기 혼자만의 욕심을 위한 과정같이 느껴서 거부감이 생겼다. 교육행정 업무라는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될 40대의 내 모습은 솔직히 잘 상상이 안 간다. 어렴풋이 이런 업무가 내 적성에 맞을 것이라고 생각만 해왔지 실제로 장학사가 무슨 구체적인 업무를 하고 일과시간동안 무얼 하는지 잘 모르고 있고 주변에서도 알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의 이상적인 생각으로는, 우리나라 교육의 발전과 개혁을 위해 탁상공론이 아닌 직접 발로 뛰어 체계적인 분석과 판단으로 여러 가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그런 사람이 될 것이다. 그동안에도 학생들과 멀어지지 않기 위해서 교육봉사나 야학 등으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다. 이 일을 또 십여년 가까이 하고 내 자식이 어느 정도 성장했을 무렵에는 공무원직을 그만 두고 늦은 나이이지만 내 어릴 적 꿈을 위한 걸음을 내딛을 것이다. 반도체처럼 전문성이 있는 직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겠지만 각종 아이디어 상품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크게는 회사나 작게는 가게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싶다. 한 번뿐인 인생에서 단 하나의 직업을 갖고 살다가 돌아가는 것은 너무 아쉽고 비효율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철없고 앞날이 창창한 스물둘에 꿈꿔온 내 미래가 꼭 실현되어 반백년 후 후회없이 살았노라 생각하며 눈을 감았으면 더없이 행복한 인생일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