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육과 한예지
나의 비전
나는 교사가 되기를 희망하지 않았던 사람이다. 솔직히 말해 나는 수험생 시절, 죽어도 교대에 가지는 않겠다고 말하곤 했었다.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원하지 않았고, 나의 미래 모습을 그려볼 때에 선생님은 결코 내 범주에 있던 직업이 아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었고, 늘 그것에 대해서만 꿈꾸고 생각해왔기에 눈 앞에 펼쳐진 교대라는 현실은 나에게 낯설기만 했다. 입학 후,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행사에 웃고 떠들면서도 시도 때도 없이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걸까?’ 라는 의문이 날아들었다. 학교 생활은 정말 즐겁고 신났지만 나중에 선생님이 될 생각만 하면 답답하고 한숨이 났다. 하고 싶은 일이 아니기도 했고, 잘 할 자신도 없었다. 하루에도 몇 번 씩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용기가 없어 하루하루를 의미 없이 보내다가 그렇게 교생실습을 나가게 되었다. 운이 좋았던 것인지 내가 바라던 1학년에 배정되었고, 병아리 같은 아이들과 일주일을 함께 하면서 처음으로 선생님이라는 직업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나에게도 수줍게 먼저 다가와 말을 걸었고, 사랑스러운 말투로 ‘선생님~’ 하고 부르며 내게 안겨왔다. 수업시간에 하는 어떤 활동이든지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아이들의 모습은 예뻤고, 같이 놀자며 손을 잡아끌 때는 웃음이 났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일주일에서 앞으로의 20년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은 직업이구나, 혹은 할 만한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덧 시간이 흘러 2학년 2학기 기말고사만을 앞두고 있다. 선생님이 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 중 절반이 지난 셈이다. 그동안 교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 과목들을 배우면서도, 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 앞에 설 날이 그리 멀지 않음에도 내가 어떤 교육관을 가지고 아이들을 가르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본 시간은 많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목표 의식이 없이 하루하루를 보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어떤 선생님이 되기 위해 교대에서 앞으로의 2년을 보낼 것인지, 생각해보았다.
어떤 선생님이 되고 싶냐는 물음에 많은 사람들은 친구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들 말한다. 흔하고 뻔한 대답일 수 있지만 어떻게 보면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이상적인 모습으로 삼는 교사상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 아이들에게 친구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 그렇지만 내가 생각하는 친구 같은 선생님은 사람들의 생각처럼 아이들과 친하고 격식 없이 어울리는 선생님과는 약간 다르다.
친구라는 존재는 함께 많은 시간을 공유하며 서로에게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많은 영향을 끼친다. 같이 있지 않아도 같이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고, 내가 의지할 사람이 필요할 때 말없이 곁에서 어깨를 내어주고 위로를 해주기도 한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친구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 아이들이 ‘언제나 선생님만은 내 편이야.’ 라고 생각할 수 있는 교사가 되고 싶다. 또 나의 학생들이 될 수많은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훗날 아이들이 나와 함께 보낸 시간을 돌이켜봤을 때 ‘아, 이 선생님은 정말 나를 아끼고 예뻐해주셨어.’ 혹은 ‘내가 이렇게 잘 자라게 된 데에는 이 선생님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그런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