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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과교육과 20140146 전경은

미래 교육 2016. 5. 31. 03:13

나는 오랫동안 교사를 꿈꿔 교대에 온 것은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초등학교 교사가 주는 메리트가 컸고, 하고 싶은 게 많은 나에게 그 직업은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교사란 직업의 무게에 대해 알지 못하고 교대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로부터 2년 반 정도가 지난 지금, 그 무게를 어렴풋이 가늠해보며 달라진 나의 생각을 말하고자 한다.
그간 몇 몇 교수님들이 “너는 어떤 교사가 되고 싶니”, “교육이란 무엇이며, 교사란 무엇이라 생각하니”란 질문을 하셨다. 반복되는 같은 질문에도 나는 명확히 답을 할 수가 없었다. 교대에 다니는 지난 3년은 나는 어디에 가치를 둘 것이며, 그 가치관을 가지고 어떤 선생님이 될 것인지 답을 찾아가는 시간이었다. 아직도 명쾌한 답은 찾지 못했지만, 나는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학생을 포기하지 않는 교사”가 되고 싶다.
내가 수능을 못 봤을 때, 아빠는 ‘우리집에 재수는 없다’고 하셨고 엄마는 아빠의 완강한 태도에 차마 나를 믿으니 한 번 더 도전해봐라 라는 말을 하지는 못하셨다. 그런 우리 부모님께 선생님께서 찾아오셔서는 “경은이가 원하는 대로 교대에 원서를 쓰게 해주세요. 만약 떨어지면 제가 책임지고 재수 시킬 테니까 원서 쓰도록 허락해주세요.”라고 말씀하셨다. 그 때 그 고마움을 지금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결국 나는 교대를 썼고, 신기하게도 꽤 괜찮은 등수로입학했다. 그 때 선생님이 나를 믿어주시지 않았다면, 나는 이 자리에 올 수 없었을 것이다. 교대에 와서 다문화 멘토링으로 처음 만난 아이가 탈북한 지 얼마 안되는 6학년 여자아이였다. 학습수준은 1,2학년밖에 안되고 마음의 문도 열지 않았다. 학교에서도 일명 ‘문제아’라고 여기며 우울증치료와 심리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아이라고 했다. 처음에 나는‘왜 하필 이런 아이를 맡게 되었을까’하고 생각했다. 내가 노력해도 아이는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학습에 대한 의욕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친구들은 학생처에 멘토링 포기한다고 말하라고 했다. 그 때, 날 믿고 포기하지 않으셨던 선생님 모습이 생각났고 나도 기다려주고, 믿어주며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거의 2개월 정도가 됐을 무렵, 아이는 펑펑 울며 속마음을 털어놓아주었다. 그 뒤로 나는 그 아이에게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알게 되었고, 학습적인 면보다는 정서적인 면을 더 우선적으로 다독여 주려했다. 내가 그 아이에게 친구이자,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존재가 되자 아이는 전보다 훨씬 심리적으로 안정되었고 자연스레 학습의 의욕도 높아졌다. 6개월 간의 멘토링 끝에, 아이는 정상적으로 학교 수업을 따라갈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마지막 수업을 하는 날, 아이가 내게 준 편지에는 “왜 말을 하지 않느냐고 다그치지 않고 기다려주어서 감사해요. 비밀을 말할 수 있는 친구가 되어줘서 감사해요.”라고 써져있었다.
아이들은 믿는 만큼, 믿는 대로 자라는 나무가 아닐까? 나는 아이들을 믿어주고 내가 믿는 대로 자랄 수 있다고 스스로 믿는 교사가 되고 싶다. 1000명의 아이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 1000명의 아이들을 끝까지 믿어주는 것. 교사의 어깨에 1000명의 아이들이 달려있다고 생각하면, 부담스러우면서도 좋은 교사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게 된다. 항상 끊임없이 고민하고, 반성하면서 아이들과 함께했을 때 행복한 교사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