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교육과 정연승
나의 비전을 생각하기에 앞서 진부한 이야기를 먼저하고 싶다. 입시를 준비하면서 단 한 번도 교사라는 직업은 나의 미래의 선택지에 존재하지 않았다. 반신반의하며 불안한 마음으로 교대에 입학하고 처음에는 단순히 어린 학생들이 귀엽다는 이유로 교사라는 직업이 친근하게 다가왔다. 여러 학기를 보내며 내 적성과도 잘 맞는다는 점, 교사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가치 있는 직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여태껏 자라오면서 부모님을 제외하고 단언컨대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사람은 그 영향이 좋던 나쁘던, 선생님이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장면들이 있고 선생님의 말씀 한 마디에 여태껏 나 자신도 몰랐던 다른 사람이 되곤 했다. 내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한 것처럼 선생님은 어린 학생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단지 안정된 직장, 좋은 근무조건을 따지며 교사를 논하는 것은 선생님이 될 자격이 없다. 선생님은 다른 그 어떠한 직업보다도 큰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져야한다. 아직 교사도 되지못한 교육대학교 학생일 뿐인지라 나의 비전이 무엇이라고 벌써 정답을 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계속 고민할 것이다.
나의 교사의 비전 첫 번째, 아이들을 온전히 사랑하는 교사가 되자.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사라는 것은 단순히 착한 선생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어머님이 항상 하셨던 말씀처럼 사랑받은 사람이 사랑을 베풀 줄 안다. 내가 사랑과 관심으로 학생을 대하면 나의 학생들도 사랑을 남에게 베풀 줄 알게 될 것이라 믿는다. 사랑으로 대한다는 것은 단순하게 학생들에게 잘 웃어주고, 칭찬하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다. 학생 개개인에게 관심을 가지고, 학생의 행동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학생의 일을 나의 일처럼 여겨 걱정하고 고민해주는 선생님이다. 절대 이상적이기만 한 비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에겐 실제로 딱 한분, 교사라는 말보다 선생님이란 말이 어울리는, 어린 나이의 내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사랑으로 우리 학급을 대해주신 선생님 계신다. 학급의 문제아들은 선생님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선생님께 미안해서 그릇된 행동들을 고치곤 했다. 나의 초등학교 5학년 선생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선생님이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하면 아이들은 사랑에 보답할 줄 알고 더 나아가 그 아이들이 만나는 제 3자에게도 그 사랑이 전해 질 수 있다.
나의 교사의 비전 두 번째, 함부로 아이들의 성향을 규정하지 않는 선생님이 되자. 교실에는 여러 아이들이 있고 여러 유형이 있다고들 한다. 모범생이 있는 반면에 열등생도 있다. 문제아도 있기 마련이다. 물론 이런 유형은 학생들의 행동과 태도에 기반하여 만들어진 것이겠지만 적어도 제대로 된 선생님이라면 학생들에게 낙인을 찍어서는 안된다. 마음에서 우러나와 말과 행동이 되지만 마찬가지로 말과 행동이 마음을 바꾸기도 한다. 학생이 나쁜 짓을 했다고 하더라고 선생님이 그 학생을 ‘넌 나쁜 학생이야’라고 규정하거나 탓하는 것이 아니라 관용적인 태도로 이해해야한다. 나쁜 행동에 대해 나쁘다 말하고 꾸중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사람을 나쁜 것이라고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그러면 정말 나쁜 사람이 되어갈 뿐이다.
나의 비전을 읽어보니 학생들이 순수하고 선한 존재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나에게는 실제로 그렇다. 아이들이 나빠봤자 얼마나 나쁘겠나, 사람은 변한다. 누구나 한 번쯤 나쁜 행동을 할 수 있다. 인격적으로 훌륭해지는 데에는 많은 연륜과 경험, 노력이 필요하다. 어린 아이들에게 완벽한 인격과 행동을 기대하는 건 욕심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