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교육과 박현정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하다.’너무 당연하면서도 가슴에 퍽 와 닿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내가 교대를 입학하기 전, 그러니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12년 동안 선생님을 장래희망으로 생각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 주제에 지금 교사를 하겠다고 교대에 와서 선생님을 꿈꾸는 친구들과 열심히 배우고 있다. 물론 지금은 아이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다. 과거에는 교사가 되고 싶지 않았고, 선생님의 입장을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수업에 잘 동참해주면 일찍 끝내주겠다는 선생님의 말에 열심히 귀를 쫑긋 세우다가도, 그 선생님께서 제 시간에 끝내주지 않으면, 괘씸하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래서 수업 막판에 가서는 인상을 쓰고 선생님을 쳐다보지도 않았던 학생이었다. 또 수업이 맘에 들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아도 굳이 잠을 청하려 했었다. 지금에서야 입장 바꿔서 생각해보게 됐는데, 그 때 선생님들은 내가 얼마나 미웠을까 싶다. 나는 고등학생 때까지 쭉 선생님들에게 우등생이 아닌 그저 하나의 학생으로 인정받고 싶었다. 내 학창시절에는 우리들을 그저 수업 시연 대상으로만 보는 선생님들이 많았기 때문에, 선생님과의 교류가 썩 좋지만은 않았다. 그런 나의 경험들과 지금 교사의 꿈을 가진 나의 생각을 토대로,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의 생각은 교사가 아무리 홀로 고립되고, 홀로 분투할지라도 아이들을 위한 애쓰는 마음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 슬프게도 우리는 아이들의 상처의 깊이까지 알아줄 수 있지만, 어린 친구들은 선생님의 상처를 감히 가늠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우리의 상처는 누가 알아줄까? 같은 처지인 동료 교사들밖에, 외에는 교사의 처지를 제대로 공감할 수 없을 것 같다. 대한민국에서의 교육이란 대중들에게 가장 비난 받는 공공 서비스 중 하나이니깐... 엄격한 윤리적 잣대와, 아이들의 성적, 친구 관계에 승진 문제까지 이제는 교사에게 너무도 당연한 임무지만, 그 중에서도 교사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이 아이들과의 관계라고 한다. 작년에 실습 중에 있는 4학년 선배를 만나서 같이 밥을 먹다가 들은 얘기도, 선배가 맡은 반 아이와의 관계에 관한 얘기였다. 이번에 선배는 기린초로 실습을 나갔는데, 기린초가 달동네에 있다고 했다. 일단 달동네에서부터 표정이 일그러졌다. 힘들겠구나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선배가 맡은 반에서 어떤 남자애가 선배를 아주 깡그리 무시를 하더란다. 첫 날은,“재수없어”라고 하길래, 어리니까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갔다고 했다. 그런데 그 다음날부터 동네 형 다루듯이 배를 치고 못생겼다, 꺼져 등등 불순한 말들을 하기 시작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듣던 중에 나도 모르게 욕이 나왔다. 그런 중에 ‘교사 상처’가 생각났다. ‘그런 아이들을 바라볼 때 고개를 흔들며 포기하지 말고 아이들 마음속의 절박함을 그들의 눈높이에서 함께 고민해봐라.’세상이 교사에게 윤리적 잣대를 들이대기 전에, 나부터가 나만의 잣대로 학생을 바라보는데 내가 무슨 자격으로 욕을 해? 나는 달동네를 듣고 얼굴을 찌푸린 순간, 상처받은 교사인 것이다.
현재의 나는 학교를 다니면서 과연 내가 이 길을 걷는 것이 맞나하는 고민을 하는 중이다. 아이들은 청개구리이다. 또 선생님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이것은 약간 진리인 것 같기도 하다. 공부가 싫든 좋든 선생님은 이상한 존재이다. 하지만 내 학창시절에 비추어 보아서 아이들은 선생님의 지대한 관심을 원한다. 그러니깐 아이들의 환대를 바라기 전에 교사인 내가 먼저 아이들을 환대해주어야 한다는 것! 교사로 산다는 것은 피곤한 삶을 선택한 것이란다. 학교는 공교육 기관이기 때문에 관할 교육청에서 지시하는 일들은 일단 모두 처리해야한다. 또한 아이들과 하고 싶은 것을 더 많이 하기 위해 노력한다.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웃어서 행복하다면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다.
행복한 교사 십계명도 핸드폰 메모에 저장해뒀다. ‘내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 아이들을 믿고 이해하며 사랑하자. 나를 믿고 사랑하는 교사가 되자. 마음을 내려놓고 여유 있는 교사가 되자. 나는 아이를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자. 긍정적인 마음을 갖자. 건강을 잘 챙기자. 자주 웃자. 수업을 연구하자. 동료와 함께 나누자.’어찌 됐든, 결론은 포기하지 말자. 평소의 나는 약간 자존감이 낮은 편이다. 그래서 친구 관계나 사랑?의 문제로 속을 썩는 나를 본 주위의 고마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너를 아끼고 사랑하지 않는데 누구한테 사랑받기를 원하는 거니. 이것은 아이들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나를 믿고 사랑하는 교사가 되어야 아이들을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건강 또한 잘 챙겨야 내가 아이들을 깊은 상처로부터 구제할 수 있다. 자주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도 있다. 해괴망측하게 웃지 않는 이상 누구도 나를 욕할 수 없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내가 웃으면 언젠가는 아이들도 웃겠지. 아이들을 웃게 하기 위해서 수업을 포기하진 말자. 하기 싫은 수업이지만, 아이들이 웃을 수 있는 수업을 만들자. 그리고 그 수업 방식에 관해 좋았던 점이라든지 긍정적인 부분을 동료 교사와 공유하자. 아이들에게 상처받은 것 또한 공유하자. 상처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은 동료 교사이다. 그래도 나 혼자 짊어지기 보다는 나누는 것이 수월할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어차피 부딪힐 것이라면, 더 단단해지자. 고통과 상처를 인정하고, 내 나름대로 그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교사가 되자. 등등
이런 생각을 통해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좀 더 확신을 가지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