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교대에 지원해서 입학 하게 된것은 순전히 고등학교 3학년때 담임선생님 덕분이었다. 선생님께서는 내가 고등학교 2학년때부터 나만 보면 '넌 꼭 교대에 가야한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글쎄, 선생님께서 어떤 의도로 말씀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말씀하셨다. 처음에는 생각하지도 않았던 길이었다. 세상에, 말썽꾸러기 정희수가 교대에 갈것이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나 조차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초등학교 때 장래희망을 쓰는 칸에 여자아이들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은 썼을 법한 '선생님' 이라는 글자를 난 단 한번도 써 본적이 없다. 그런데 그런 나에게 대뜸 "교대가" 라고 말씀 하셨던 선생님의 말씀은 의아함을 넘어 헛웃음이 나올법한 이야기 였다. 그 선생님이 결국 고등학교 3학년 대 우리반 담임을 맡게 되셨고, 선생님께서는 '정희수 교대보내기'에 더욱 열을 올리실 수 있게 되었다. 그런 내가 교대에 가야겠다고 결심했던 것은 선생님의 노력과 정성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깨달은 다음부터 였다. 선생님께서는 어느 날 나를 교무실로 부르셨다. 그리고 전국의 교대 입시전형 자료를 손수 모아 정리 하신것을 보여 주시며 내가 어느 지역 교대가 가장 가능성이 있는지, 그리고 합격하려면 어떤 과목의 점수를 조금 더 올려야 하는지, 그리고 그 과목에서 내가 자주 틀리는 문제는 어떤 유형인지, 그런 유형의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해 주시는데, 나는 정말 믿을 수가 없었다. 선생님께서는 나를 위해 직접 홈페이지를 찾아 다니시며 정보를 모으셨고, 그것을 바탕으로 나의 모의고사 성적표를 분석하셔서 내 앞에 내밀어 놓고 하나하나 설명하시는 그 모습이 실로 대단해 보이는 것이었다. 나 뿐 아니라 우리 반 다른 친구들에게도 이렇게 하셨을 거라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 과연 교사라는 직업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점점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 호기심은 지금 나를 전주교대 학생으로 만들어 놓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 때 선생님께서는 '이 놈아, 선생님이란 직업은 이런거라는 걸 보여주는 거야, 어때? 점점 구미가 당기냐?"' 하는 마음이 아니셨을까 웃으며 생각해 본다.
어느 새 나는 교대 3학년이 되었다. 입학 당시는 내가 어떤 선생님이 될 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나에게는 먼 일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실감이 나지 않았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나는 지금 가끔 생각한다. 내가 어떤 교사가 되어야 하는지, 내가 교사로써 어떻게 행동해야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그 때마다 답은 나오지 않지만 한가지 확신하고 있는 것은 있다. 그것은 바로 '지식만 가르치는 교사가 되지 말자' 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나오는 것은 단순히 지식획득만을 목적으로 나오게 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학원에서도 또한 여러 방법으로 획득할 수 있는 정보의 세상에서 그것은 무의미 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이야기 하고 자신의 선택에 걸맞게 행동하는 법을 가르쳐 주고 싶다. 물론 합당하고 논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말이다. 자신이 타당한 이유를 바탕으로 선택한 일은 그것은 해낼 때 까지 거침없이 나아가야 한다고 가르칠 것이다. 그리고 '말이 통하는 선생님' 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노력할 것이다. 내가 교사가 되어서 시간이 많이 흐르더라도 이 생각만은 변하지 않게 소신있게 교육자의 길을 걷겠다고 다짐해 본다.
5년 후 나의 모습을 생각해 보면 나는 천방지축 아무것도 모르고 오로지 열정만 가지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초임교사가 되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물론 분명히 아이들에게 상처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겠지만 나로인해 상처를 받는 아이들도 있고 나도 아이들로 인해 상처 받는 일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 생각만큼 아이들이 따라와 주지 않을 때 학교 화장실에서 눈물을 닦아내고 있을지도 모를일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말이 통하는 교사로 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교사가 되어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10년후 나는 어느 정도 교사라는 직업에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아이들을 대할 때 조금은 여유로워지고, 교사생화 10년을 바탕으로 조금더 노련한 교사가 되어있을 것이다. 그리고 교사의 입장에서 시간을 활용하는 법을 터득해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어떤 이야기를 해 주면 아이들이 꿈을 키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며 여러가지 경험을 하려고 시도 하고 있을 것이다.
20년 후 나는 아이들과 이야기 하기에는 조금은 벅차게 될 나이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절대 '말이 통하는 교사'의 목표를 잊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목표를 위해서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이야기 하고 싶은 마음에 요즘 아이들은 어떤 가수를 좋아하는지, 또는 어떤 노래를 좋아하는지, 어떤 드라마가 유행이고, 새로운 아이들의 문화는 어떤것들이 생겼는지에 대해 공부하고 있지 않을까? 열심히 인터넷을 뒤져가면서.
30년 후의 나는 흰머리가 군데군데 나고 주름이 생긴 영락없는 나이든 아주머니, 혹은 젊은 할머니 측에 속해 있을 것이다. 그 때 아이들에게 나는 편안한 외갓집 할머니처럼 다가가고 싶다. 나를 깐깐하고 무서운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지는 않다. 거침없이 나에게 달려와 나의 품에 안길 수 있는 그런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다. 그리고 저학년 아이들 쯤은 품에 거뜬히 안고 들어올릴 수 있는 힘 정도는 남기려고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후배 교사들에게 조심스레 아이들과 대화하는 방법을 일러주고 후배 교사들도 무엇이든 머뭇거림 없이 나에게 학생과의 관계라든지 하는 것들을 물어올 수 있는 교사가 되어있을 것이다.
앞에서 말한 나의 계획들 안에는 모두 '말이 통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나를 그렇게 생각해 줬으면 한다. 물론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결국에는 아이들이 나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할 지라도 나를 '그 선생님은 그래도 말이 통하는 사람이었어' 라고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나로 인해 다른 사람의 인생이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만들어 질 수 있다는 그것은 참으로 부담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리고 몇년 후면 나는 그런 자리에 앉은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다. 나로 인해 아이들이 다치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뛰고 함께 노는데 아이들이 거리낌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그런 교사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