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중학교 때까지 초등학교 교사가 내 직업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입학한 후 다른 아이들이 각자 자신의 꿈을 정하는 동안 나는 잠시 정체해 있었던 것 같다. 되고 싶은 것도 없고 그저 하루하루 수면부족과 공부에 치여서 살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과 진로상담을 하던 중 교사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말이 나왔다. 나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기분으로 그 얘기를 받아들였고 엄마는 그 얘기를 들으시고는 이게 딱 네 적성에 맞다고 말씀하셨다. 교사를 하기 좋은 적성이 도대체 어떤 것인지 잘 몰랐지만 어느 순간 그것은 내 목표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교대를 들어온 후 교사가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꿈이었다고 말하는 아이들을 보면 왠지 나의 교사가 되려고 했던 동기가 초라해졌고 그 아이들이 부러웠다. 내가 교대에 입학한 후 부러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이해가 안 되면서 나같은 애가 교대에 들어와도 되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간절히 교대에 오고 싶어했던 아이들의 자리를 내가 뺐은 듯한 죄책감마저 들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내가 교사라는 직업을 간절하게 원하기를 바랐다. 시간이 흐르고, 공부방 동아리 활동을 하고 교생실습을 하면서 내 마음이 점차 바뀌는 것을 느꼈다. 내가 앞으로 살아내야 하는 초등학교 교사라는 직업이 얼마나 큰 책임감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직업인지 마음 속 깊이 깨달았다. 그러면서 두려운 마음과 함께 정말 잘 해내야 겠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그리고 조금씩 내 소망을 하나하나 만들어갔다.
5년 후)
그 땐 내가 4년차 교사가 되어있을 것이다. 초임교사가 된 후, 3년을 정신없이 보내다가 선생님이라는 직업에 대한 회의감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음 속에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가지고 아이들을 대했으면 좋겠다. 아마도 고학년을 맡지 않을까 생각한다.
10년 후)
선생님을 하면서 교육대학교 석사과정에서 상담부분을 배우고 있을 것이다. 평소 아이들과의 상담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초임때부터 차곡차곡 써 온 상담일지가 공부할 때 밑바탕이 되어줄 것이다. 만약 학교에서 전문적인 상담교사를 뽑을 때 지원할 것이다. 이제 어느정도 여유가 생겨서 아이들과 소통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시기일 것이다. 될 수 있다면 외국으로 유학도 다녀오고 싶다.
20년 후)
이제 어느덧 40대가 되었다. 아이들에게 아줌마 샘이라고 불리면서 아이들이 언제든지 문제를 상담할 수 있는 푸근한 상담 선생님이 되있을 것이다. 상담에 대한 공부는 계속 하면서 박사과정까지 밟고 있을 것이다. 상담부분에 대해 나름 전문적인 입지를 가진 교사가 되어있을 것이다.
30년 후)
이젠 할머니라고 불려도 할말 없는 나이가 되었다. 하지만 나이답지 않게 쾌활하고 발랄한 선생님이고 싶다. 경력과 나이로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지 않고 계속 공부하고 노력하는 선생님일 것이다. 항상 아이들에게 먼저 인사하고 아이들이 하는 말에 귀기울이는 초심을 잃지 않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