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는, 막연하게 요리사가 꿈이었다. 여러 가지 재료로 무엇인가 뚝딱뚝딱 만들고. 그걸 맛있게 먹어주는 친구와 가족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정말 즐거웠기 때문이다. 지금 그 자리에 있지 않은 걸 보면 막연한 꿈만 가지고 있었을 뿐, 구체적이고 열정적으로 원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 후로도 정말 간절히 원하는, 내가 되고자 하는 꿈은 없었던 것 같다. 그저 그렇게 지내다가 주변의 권유로 떠밀리듯 교대라는 곳까지 오게 되었다. 처음 1학년은 아무런 생각 없이 주어진 것에 열심히 하며 지냈던 것 같다. 2학년이 되자 조금씩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가 몇 년 만 있으면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가지게 될 텐데 이렇게 아무런 준비도 없이 선생님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나는 선생님이 되고 싶은 걸까?” 등 턱하니 정해진 미래에 마음의 준비가 안 된 나는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든 생각이 피할 수 없으니 받아드리고 준비하자였다. 일부러 교육캠프도 가보고, 교육봉사도 가보고, 멘토링도 해보았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 정말 힘들다” “이런 애들을 보고 어떻게 평생일 살지?”라는 생각만 들었다. 여기서 학교를 그만두어야 하는 생각도 정말 많이 했다. 하지만, 내가 지금 여기 남아 있는 이유는 저렇게 밉던 애들이 그래도 예뻐 보일 때가 있고, 어떻게 하면 더 잘해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이해하자고 다짐 하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내안에서 조금의 열정이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사실 2학년 때 교생실습을 가서, 담임선생님께서 교생 실습 기간 동안 무엇을 가장 배우고 싶냐는 질문에 나는 ‘여러 가지 이론을 학교에서 배웠는데, 그게 정말 효과적인지 보고 싶다’고 했다. 단순히 학교에서 공부했던 것에 대한 학업적인 호기심이었던 것 같다. 지금 그 질문이 다시 주어진다면,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잘 지낼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고 대답할 것 같다. 선생님이라는 것을 직업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이젠 아이들을 대하는 사람으로서 그 사람이 어떤 역할을 가져야 하는지가 궁금해졌다.
남들처럼 정말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 열정을 가지고 들어온 것은 아니지만, 나도 왠지 잘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정말 그렇게 되고 싶다는 간절함도 생겼다.
지금 나에게는 이 확신과 간절함을 좀 더 키워나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 다음 나에게 필요한 것은 구체적인 계획이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될 것이며, 특히 아이들에게 어떤 선생님이 될 것인지를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먼저, 멘토링을 계속하면서 어떤 선생님이 서 아이들에게 친근감을 주면서 동시에 카리스마적 인상을 줄 수 있는 지 보고 알고싶다. 처음에는 그저 잘해줘서 아이들 통제가 되지 않아 더 짜증내고 그래서 괜히 아이들이 더 밉게 느껴졌던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좋은 선생님들이 강압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 학교 모습을 보며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좁혀나가야 겠다는것이 당장의 나의 가장 큰 목표이다. 그래야만 내가 선생님이 되서, 이상과 맞지 않는 현실에 부딪혔을 때 충격을 받지 않고 , 포기하지 않고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