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꿈꿨던 장래희망은 세상을 접하며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었다. 장래희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던 건 초등학생 고학년 무렵 부터였는데 그 후로 내 꿈은 꽤 오래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다. 내가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고자했던 이유는 간단했다. 아빠의 바람이 그랬고, 어렸던 내 눈엔 초등학교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할 만해보였고,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안정성에 끌렸기 때문이었다. 교사가 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나 교사로서의 꿈은 없었기 때문에 집을 떠나 전주에 있는 이 학교까지 오면서 내 머릿속엔 4년 빨리 보내고 다시 서울에 올라가 편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이 후 교대에서의 3년은 나의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교육에 대해 배우고 교생실습을 나가고 수많은 과제를 하면서 든 생각들은 교사로서의 역할에 대한 무게감을 느끼게 했다. 학교 현실에는 수많은 함정이 있다. 그 중 하나가 경쟁을 조장하는 입시 풍토이다. 무한 입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친구가 라이벌이 되고 성적을 올리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아이들의 현실은 심각한 주객전도의 결과이다. 학습의 목적은 단순한 점수 향상이 아닌 개인의 성장과 발달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내가 그랬듯 수많은 아이들은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도 모른 채 좋은 학벌을 갖기 위해,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무의미한 문제풀이 기술만 익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나는 교사가 되어 아이들이 가치의 중요성을 깨닫도록 도와 주고 싶다. 아이들은 단순한 지식 습득이나 문제풀이 기술보다 더 중요한 수많은 가치에 대해 알고 느낄 기회를 가져야 한다. 과정의 중요성을 깨달으면 결과에 관계없이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갖게 될 것이고, 공부가 아니더라도 각자 하고 싶은 일, 잘 하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면 조급함을 버리고 꿈을 좇을 수 있을 것이다. 수업 내용과 실생활의 경계를 허물어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고, 학급 내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인성과 태도 측면의 가치를 느낌으로써 학생들의 내면이 성장하기를 바란다.
학생을 둘러싼 환경에는 그들의 학업과 성장, 발달에 방해가 되는 요소가 있을 수 있다. 나는 집단따돌림을 포함한 학교폭력, 스스로의 내적 고민 등으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 망설임 없이 찾아올 수 있는 쉬운 선생님이 되고자 한다. 어린 학생들이 저런 어려움을 겪을 때 담임교사가 무섭고 어려워서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다면 누가 가까이에서 그들을 도와줄 수 있을까. 무작정 권위만 내세우는 교사가 되기보다는 언제나 학생들과 소통하며 학생의 말에 귀 기울이고 교사로서 줄 수 있는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해 학생이 자신의 길을 흔들림 없이 갈 수 있도록, 공부하고 싶고 꿈을 좇고 싶은데 저러한 방해 요인들로 인해 좌절하지 않도록 지켜주는 울타리가 되고 싶다.
나의 마지막 비전은 행복한 교사가 되는 것이다. 20대 때의 초심을 잃지 않고 마지막으로 맡을 학생들에게 까지 최선을 다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 학교를 다니던 중 교직을 정말 직업으로만 생각하던 선생님을 많이 보았다. 그런 선생님들이 모두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수업 연구, 자기계발을 소홀히 하고 퇴근 시간만 기다리는 그런 교사가 되어, 결국 교사로서 학교에 머무르는 것이 행복하지 않다면 그 영향은 열 배, 백 배로 불어나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까지 부정적으로 미칠 것이다. 불행한 담임교사가 행복한 학급을 만들 수는 없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교사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내 직업을, 학생들을 사랑할 수 있도록 언제나 배우는 자세로 교단에 설 것이다. 학생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지금은 알지 못하는 현실적 어려움 속에서 교직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런 시간이 찾아오더라도 자포자기하지 않고 내 나름의 방법을 찾아 그것을 계기로 또 다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교직에서 행복을 느끼고 그것이 아이들에게도 전달된다면 그것이 학생들의 성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