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교사는 친숙한 직업이다. 친척 중 4명이 현직 초등 학교 교사이고 아버지의 가장 절친한 친구도 고등학교 교사이며, 노래를 즐겨 듣는 뮤지션도 낮에는 현직 교사로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하던 시절 내내 초등 학교 교사라는 직업을 권유 받았다. 자유롭고 재미있는 삶을 살고 싶었던 나는 교대만은 절대 가고 싶지 않았지만 ‘취업난에 여자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직업이며 방학도 있고 야근도 없다.’라는 초등 교사의 외적인 면에 대한 얘기들만 들은 채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교대에 입학을 했다.
이렇게 교대에 입학을 했으니 당연히 교사의 비전이란 게 있을 리가 없었다. 1학년 때는 정말 아무 생각이 없이 3일에 한번씩 ‘언제 학교를 때려치울까’라는 생각과 함께 주말에 놀 생각만 하면서 학교를 다녔다. 발표에 극도의 긴장감을 느끼고, 아이들을 싫어하는 내가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수업을 하며 아이들과 함께 보내게 된다니, 상상만 해도 숨이 막혔다. 게다가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불신도 가득했다. 모난 성격 탓에 따돌림도 당해봤고 장애인인 동생과 함께 등교한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했던 나에게 선생님이라는 존재들은 무력하고 무능한 존재들이었다. 중학생이 되어 상위권, 소위 모범생이 되자 괴롭힘은 일절 사라졌고, 공부를 잘해야만 예쁨을 받고 보호받게 된다는 거라고 믿게 되면서 그런 생각은 더욱 심해져 갔다.
하지만 나의 마음가짐은 작년 1학기 교육사회와 2학기 교육철학 및 교육사 강의를 들으면서 서서히 바뀌어 갔다. 교육사회 강의의 형식은 교수님이 지정해 주신 교재의 부분을 읽고 그 부분과 관련된 나의 경험들과 생각들에 대한 글을 쓰고 과제로 제출 한 후, 강의시간에 모두 함께 이야기 해 보는 형식이었다. 글을 쓰며 나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전혀 알지 못 한 우리나라 입시경쟁의 부조리함이나 지배계층에 의해 결정되는 교과서의 내용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고, 잘못된 현실에 대해서-교사나 학생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 외부적 요인에 의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짚어주는 강의를 들으며 숨통이 트이고 시야가 넓어지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깨달은 상태로 교육철학 및 교육사 강의를 듣게 되었다. 교육철학 및 교육사 교수님은 강의 시작 전에 ‘좋은 교사’에 대해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서 십분 정도 얘기하는 시간을 가지셨고 틈틈이 EBS에서 교육에 대해 다룬 영상물들을 보여주셨는데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영상은 간디학교 같은 세계의 대안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을 다룬 영상이었다. 생각하기도 싫은 나의 청소년기와는 대비되는 정말 행복해 보이는 아이들을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해서 남몰래 눈물을 훔쳤던 기억이 난다. 그 영상에서 대안학교의 교장선생님께서 ‘아이들은 행복해야 한다.’는 말을 하셨다. 그 장면을 보고 처음으로 ‘나는 행복한 아이들과 함께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는 첫 비전을 가지게 되었다.
교사를 하기에는 나는 한참 모자란 사람이라는 것을 여실히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며칠 전 수학교과교육론 모의수업 동영상을 찍으며 말을 더듬고 교재 내용 설명도 제대로 못하는 나를 발견하고 자괴감에 빠졌으며, 여유가 되는 시간에는 책을 읽거나 필요한 공부를 하는 생산적인 행동을 하기 보다는 SNS를 하며 낄낄대는 버릇들을 알면서도 고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이 매일 매시간 볼 사람으로서 모범적이고 완벽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러한 수업을 이끌어가는 역량, 교재연구 같은 교사로써의 능력을 기르는 것이 나의 첫 번째 목표이다. 두 번째 목표는 인간으로써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사회적 이슈와 같은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서 징계가 두려워 언급을 피하지 않고 아이들이 문제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고 삶의 올바른 가치들에 대해 깨닫게 할 것이고 내가 어린 시절 원망했던 그런 교사의 모습이 아닌 학생의 어려움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돌파구를 찾게 할 것이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될지 막막하긴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다. 영재 교육원 보조교사 일도 주말 아침의 늦잠을 포기해야 하지만 아이들을 기피하지 않고, 친해지기 위해서 하겠다고 했고, 겨울방학때는 중학생 멘토링을 하면서 직접 가르쳐 보기도 했고 말하는 법, 가르치는 법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도 가졌다. 나는 ‘삶의 올바른 가치들을 알며 행복한 아이’를 만들기 위해서 꼭 좋은 교사가 될 것이다. 현직 교사가 된 후 이 글을 내 제자들이 봐도 부끄럽지 않게, 그리고 나 스스로가 봐도 부끄럽지 않게 항상 다잡으며, 고민하며 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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