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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교육과 장지영

미래 교육 2018. 5. 28. 21:28

나는 사실은 수능 점수에 맞춰서 교대에 들어왔다. 원래는 의사가 되고 싶어서 삼수까지 했는데 생각도 못했던 교대에 다니게 되어서 1학년 때부터 불만을 가득 안고 교대생활을 시작하였다. 나는 어릴 적부터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었다. 박학다식하지 못하더라도 한 가지 분야만큼은 남들보다 뛰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1학년 실습을 나가서 본 초등학교 선생님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봄’이라는 교과를 가르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나름 생물2까지 공부했는데 결국 한다는 게 봄에 뭘 하는 지 가르치는 것이라니...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러다가 1학년 말에 스와질랜드로 교육봉사를 가게 되었는데 그것이 나의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가 되었고 그 곳을 다녀와서 좋은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스와질랜드에서 현지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쳐주면서 내가 알게 된 것은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한 기본적인 것이 아이들에게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떠한 지식을 한 사람에게 있어서 당연한 기본적 지식/예절으로 받아 들여지는 일, 그 시작을 함께하는 일이 참 가치있는 일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스와질랜드에서 나는 아이들에게 너무나도 순수하고 깨끗하고 무한한 사랑을 받았다. 내가 준 것에 비해 받은 것이 너무 커서 부끄러워질 정도로 분에 겨운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학생에게 있어서 교사란 단순히 지식의 전달자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의 멘토, 롤모델으로서 굉장한 존경과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 때부터 아이들과 교실에서 상호작용하고, 아이들의 첫 걸음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교사가 되기로 마음 먹었다.
교육봉사를 다녀 온 뒤 나는 ‘좋은 교사란 무엇일까?’,‘어떻게 하면 좋은 교사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였다. 저마다 정의하는 것이 다르겠지만 나는 ‘매일 고민하고 반성하는 교사’ 좋은 교사라고 생각했다. 오늘 나는 아이들을 편견없이 대하였는지, 나의 판단은 적절했는지, 수업을 효과적으로 진행하였는지 매일매일 고민하고 반성하다 보면 처음은 어설프더라도 결국은 그 누구보다도 좋은 교사가 되어있을 것이다. 따라서 나는 고민하는 교사가 되고자 한다.
또 나의 하나의 욕심은 아이들의 말과 행동 이면에 숨겨진 진심을 봐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24살인 나도 가끔은 내가 왜 그런 말을 하고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사실은 그런 마음이 아니었는데 괜히 툴툴대고 밉게 행동할 때가 있다. 아이들도 역시 항상 예쁘고 사랑스러운 행동만 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갑자기 화를 낼 수도 있고. 교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도 있고, 돌발행동을 할 수도 있다. 그 때 아이의 말과 행동만 가지고 무조건 혼내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숨겨진 심리와 의도를 알아내어 아이의 결핍을 채워줄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
10년 20년이 지나고 이 글을 보게 되었을 때 ‘이런 생각도 했네 참 순진했구나’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에 가까운 교사가 되어 뿌듯해 하고, 다시 초심을 회복하는 교사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