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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교육과 주의진

미래 교육 2019. 6. 9. 16:56

  얼마 전에 연출을 맡아 연극을 올렸습니다. 제가 직접 고르고, 각색한 대본을 가지고 배우를 캐스팅해서 연기 지도는 물론, 무대공사까지 제 손을 안 거친 데가 없는 연극입니다. 그만큼 연출로서 자신의 연극에 애정이 많이 가는 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역대 연출들보다 제가 더 이 연극에 대해 애틋함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 것은, 본디 제 꿈이 영화감독이었기에 더더욱 각별하게 느껴져서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직까지도 그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제가 왜 꿈과는 전혀 무관한 교대에 진학하게 됐냐고 물으신다면, 저조차도 그러게 말입니다.”가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아마도 현실과의 타협이 정답이겠지만요. 저 스스로 그걸 알면서도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비겁하잖아요. 내 꿈을 스스로 소중히 대하지 않았다는 게 부끄러워서요. 저는 고등학교 때 영상에 눈을 떴습니다. 학교 수행평가로 대본대로 영상을 찍어오는 과제가 있었는데, 그 때 워낙 즐겁게 영상을 찍으면서 영상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여러 영화제에 제가 쓴 대본으로 출품하여 입상까지 하는 쾌거를 이루었지만, 어느새 시간이 많이 흘러 저는 고3이 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당연히 제가 지금까지 해온 동아리 활동을 스펙삼아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대학을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활동도 기본적으로 성적이 받쳐줘야 스펙이지, 성적이 나쁘면 뻘 짓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걸 알게 된 저는 꿈이 확실한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성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좌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상에 몰두하느라 학업에 소홀했었거든요. 하지만 스스로 부끄러운 대학에 가는 건 죽어도 싫었기 때문에 늦게나마 자존심 때문에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남들이 한 번 보는 수능을 전 3 번이나 치르게 되었고, 수능에 대한 부담감이 지긋지긋했던 전 이 공부의 끝이 취직 경쟁의 시작이라는 말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던 중 초등교사가 취업도 잘 되고, 방학도 보장이 되며 육아 휴직도, 은퇴 후 연금도 매달 나온다는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결국, 교대에 오게 된 것은 현실에 치이다 못 해 내리게 된 결정이었습니다.

  교대 생활은 생각보다 훨씬 더 즐거웠습니다. 학점에 대한 부담도 적었기에 시간이 많았고,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넘쳐났기 때문에, 그 좋은 사람들과 그 많은 시간을 함께하기에 딱 좋은 구조였습니다. 덕분에 대학생활에서 제 인생에 다신 없을 여유를 실컷 누리게 된 것은 행복했지만 문득 제 꿈이 생각날 때면 이게 맞나 싶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교생 실습을 가게 되었습니다. 막상 아이들과 마주하니, 너무 예쁘고 귀여워서, 그 순수한 마음에 동화되어서 저까지 행복해지더군요. 그런 아이들을 보며 저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선생님의 말 한 마디에 울고 웃던 제 모습이 말입니다. 새삼 선생님이 아이의 많은 부분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영상을 만들던 과정과 오버랩되어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왜 영화감독을 하고 싶었는지 돌이켜보니, 저는 제가 창작해 내는 작품 하나하나를 내 아이처럼 생각하고, 그만큼 커다란 열정으로 여러 고생을 이겨내고 탄생시킨 나의 작품을 보는 것에 큰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를 가르치는 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선생으로서 아이들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앞으로 그들이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나와의 기억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면, 저는 일 년에 스물이 넘는 작품을 탄생시키는 셈입니다. 그렇게 아이들 하나하나를 나의 작품으로 생각하고 대한다면, 그리고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이 사회를 위해서 또 어떤 일들을 해낼까를 생각한다면, 이는 몇 개의 영상을 제작하는 것보다 어쩌면 더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그런 역할을 해 낼 수 있다면, 교사라는 직업이 본래 저의 꿈의 의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어떤 교사가 되면 좋을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고, 3가지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첫째로 아이들 하나하나를 제 작품으로 생각하고, 책임감 있게 그들의 인생이라는 작품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교사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 스스로도 자신의 삶을 작품이라 여길 수 있도록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주고 싶습니다. 이를 토대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당당히 할 수 있는 용기를 길러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꿈을 더 소중히 대할 수 있도록 가르칠 것입니다. 아이들이 저처럼 꿈을 포기하고 자신에게 실망하는 경험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둘째로, 아이들을 가르칠 때 수업에 영상을 접목시킬 것입니다. 때로는 제가 직접 제작한 학습 영상을 통해서, 때로는 아이들이 직접 영상을 찍어보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학습 동기를 높이고 시대의 흐름에 맞는 수업을 하고 싶습니다. 요즘은 유튜브라는 인기 플랫폼으로 인해 다양한 영상을 접하기 쉬워지기도 했고, 자신을 표현함에 있어 영상이 적절한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영상을 통한 수업, 그리고 영상을 직접 제작해 보는 수업은 충분히 의미 있는 수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아이들과 영상을 제작하면서 저 또한 꿈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수업을 준비할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학교라는 공간이 즐거운 곳이 될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습니다. 요즘엔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에 대한 부담감에 시달리는 친구들도 많고, 친구 문제로 힘들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전 오랫동안 수능을 준비하면서 공부에 대한 부담감도 절절히 느껴봤고, 꺼내놓기 민망한 기억이지만 왕따를 당해 본 적이 있어서 친구 문제로 힘들어하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당시엔 정말 힘들었지만, 돌이켜보면 그런 경험들을 했기에 다양한 아이들의 고민을 헤아릴 수 있는 교사의 자질을 기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뉴스에서 보면 어린 시절의 경험이 살아가면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나오곤 합니다. 실제로 어렸을 때의 트라우마로 성인이 된 후에도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만큼 초등교사라는 직업이 얼마나 중요하고 귀한 직업인지 스스로 기억하고, 항상 아이들을 소중히 대하고, 위로와 공감으로써 그들의 아픔을 품어주는 그런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실제로 이런 교사가 되기에는 분명 많은 어려움이 존재할 것입니다. 하지만 더 이상은 현실과 타협하는 내 모습을 보며 부끄러움을 느끼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꼭 이 3가지를 실천할 수 있는 교사가 되어 훗날에 돌이켜 보았을 때 참 많은 작품을 탄생시켰노라고 뿌듯해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