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아직도 나를 잘 모르겠다. 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었던 것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초중고 시절을 되돌아보면 그렇다. 누군가가 넌 뭘 하고 싶냐고 물었을 때 난 아무것도 답할 수가 없었다. 내가 좋아한다는 것의 수준은 기껏해야 취미 수준에 그칠 것이였고, 어떤 평생 동안 그게 아니라도 최소한 한때의 직업으로 삼을만한 그런 일들은 아니였다. 하고 싶은 일이 없었다. 그런 일이 있었다면 이렇게 나태하게 살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교대에 왔다. 부모님에게 난 아무런 욕심이 없고 굴곡없이 살고 싶다고 했을 때 들은 답이 교대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교대에 왔고 5학기 째 학교에 다니고 있다. 그리고 나서 느낀 건 사람이 사람을 떠나 살 수는 없고 그렇기에 어떤 목표를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자와 같이 제 욕망에 솔직하지도 않고 자성도 버리고 흘러가는 강물처럼 살 수는 없었다. 자신에 대하여 아무런 생각도 없고, 별다른 꿈도 없는 선생님에게 배우는 학생의 끔찍한 입장을 생각해보면 그렇다. 하지만 대개의 우리는 삶에 치여서 부패하게 되고 어느새 적당히 중간에나 섞여 갈려고 들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어린 아이들은 자라서 당신처럼 살지 않겠다고 말할 것이다. 그 당신처럼 살지 않게 나 자신을 좀 더 확고하게 만드는 것이 나의 목표가 되었다. 흔히 사람답게 산다고 말하던가. 그래서 나는 항상 공부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교사의 삶을 살고 싶다. 무엇을 공부할 것인지는 조금은 어렴풋하지만 동양철학을 공부하고 싶다. 나의 신념을 좀 더 확실하게 만들 수 있고, 아무래도 내 취향에 맞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고리타분하고 지루한 학문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20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생명력을 잃지 않고 전해 내려온 데는 그 이유가 있고 그 사이 축적되어온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가르침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하고 싶은 것은 컴퓨터에 대하여 좀 더 알고 싶다. 프로그래밍이나 플래시 같은 것인데 이러한 것들은 내가 흥미가 있기도 하고 수업이나 업무를 하는데 있어서 도움을 줄 것이다.
노력하는 교사가 될 것이다. 굳이 여기 언급한 것이 아닌 자그마한 것이라도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에 도전하는 것이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열심히 살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그렇게 나는 내가 가르칠 아이들 또한 열심히 사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한다. 별로 특별할 것이 없더라도 인간성을 가지고 사람답게 살았으면 한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교육의 목적 중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동양철학에 관심이 가게 된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5년 뒤 아마 나는 평범한 교사의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학교에 출근하고, 수업을 하고, 업무를 보고, 출근하고, 수업 준비를 하는 생활의 반복일 것이다. 그래도 반복된 생활 속에서 좀 더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을 가지고 싶다. 아이들과 같이 영화를 보거나 가까운 지역으로 여행을 간다거나 아니면 시골이라면 수업을 좀 째고 체험학습을 가는 등의 시간 말이다. 젊은 나이인 만큼 아이들도 좀 더 거리감 없이 나와 대화를 하고 학교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신참내기 교사에다가 남자인 나는 아마 쉴 새 없이 바쁠 것이다. 그래도 내가 원래 가졌던 생각에 대하여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반성하고 생각할 것이다.
10년 뒤에는 교육대학원에 진학해 있을 것이다. 아마도 윤리교육에 대하여, 동양 철학에 대하여 좀 더 깊이 있게 공부할 시간을 가질 것 같다. 그러면서 옛날 사람들의 생각에 대하여 좀 더 생각하고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하여 더 고민할 시간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따라서 행동할 것이다. 이러한 지식과 고민은 아이들에게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있어서 상담을 해주고 방향을 제시하는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20년 뒤에는 40대가 되고 학교생활에도 충분히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학교 활이 지루해지고 매너리즘에 빠지기 딱 좋은 시기이다. 그래서 생각이 난 게 언젠가 친구들과 반 장난 식으로 이야기 했던 우리들만의 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내가 만들어서 나의 교육철학을 가지고 운영하는 학교라니 꽤 가슴 설레지 않은가.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가에 대하여는 회의감이 들지만 그래도 내가 초심을 잃지 않고, 반성하는 삶을 산다면 그것이 내가 만드는 학교 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틈틈이 배운 컴퓨터 지식으로 학습용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그것을 이용할 방법에 대하여 연구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그때 가서 생길 많은 새로운 기기나 교육 이론에 대하여 배우는 시간 또한 가지게 될 것이다.
30년 후에는 50대가 된다. 교장이나 교감을 생각해봄직한 나이이긴 하지만 나는 그런 건 관심이 없다. 그런 관리직 보다는 아이들을 직접 보면서 가르치는 것이 좀 더 나에게 맞는 것 같다. 아이들을 바른 길로 가게 하는 것이 교사이기 때문에 이때의 난 아이들과 좀 더 소통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이다. 50대쯤 되면 아무래도 아이들과 나이차도 많이 나고 보수적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후배 교사들과도 많은 교류를 하고 싶다. 날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날 불편함 없이 대했으면 하고 내가 가지게 된 교육의 방법들이나 경험들에 대하여 이야기할 기회를 많이 가지게 되었으면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젊고 열정 있었던 교사가 나이가 들고 현실과 타협하게 되면서 그저 그런 교사가 된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이 글을 봤을 때 게을러져 있을 내가 정신차릴 하나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