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선언

과학교육과 이현미

미래 교육 2011. 6. 4. 01:53

교대에 입학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3학년이란다. 식상한 표현이긴 하지만 요즘의 내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말이 아닐까 싶다. 벌써 3학년,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아직 3학년.. 새삼스레 지난 2년을 되짚어 보게 된다. 사실 1학년 때의 나는 교대에 입학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꿈이 교사라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없었다. 내 꿈이 교사였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엄마의 간곡한 부탁에 못 이겨 교대에 오긴 했지만 내가 꿈꿔왔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만큼 실망도 컸고 혼란스럽기까지 했다.

이렇게 갈피를 못 잡던 나에게 터닝 포인트가 되어준 것은 첫 교생실습이었다. 나도 아이들이 처음이고, 내가 맡은 아이들 역시도 교생선생님이 처음이어서 서로가 어색한 상황이었지만 용기 내어 나의 진심을 보여주고자 했다. 내가 먼저 진심으로 대하니 아이들 역시도 일주일이라는 시간동안 하루가 다르게 마음을 열고 나에게 다가와 주었다. 아직은 부족하기 그지없는 나를 선생님이라 부르며 따라주는 아이들을 보니 순간 내 자신이 창피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이런 아이들이 고마워 울컥 하기도 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내가 아이들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웃을 수 있고,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하듯이 나 역시도 아이들에게 그런 선생님이 되겠다고. 아이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그런 선생님이 되겠다고.

물론 현직에 나가면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 외에 처리해야 할 일들도 많고, 이래저래 받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에 지금의 이 마음을 한결같이 간직하기란 어려울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가 되고자했던 선생님의 모습에서 멀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마음을 잃기 전에, 내가 바라던 모습에서 멀어지기 전에 나 자신을 상기시키고 끊임없이 채찍질해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선생님이란 것을 단순히 직업으로 생각하지 말고, 학교를 매일 나가는 직장이라 생각하지 말고 그냥 이 모두가 내 삶이고, 나의 전부라 생각하며 감사히 여기고 소중하게 가꿔야 행복한 교사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선생님의 생각이, 말 한마디가 얼마든지 아이들을 바꿀 수 있고 크나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선생님의 역할이 중요한 법이다. 내 어깨에 우리 아이들과 교육이 달려있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그 책임감을 포기하거나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5년 후

내가 입버릇처럼 말하던 일들이 그대로 실현되었다. 산골짜기 시골 어딘가에서 가을하늘만큼이나 맑은 아이들과 4년째 함께 하고 있다. 체육시간엔 운동장에 나가 같이 공차며 뛰어놀고, 과학시간엔 뒷산으로 아님 시냇가로 채집하러 가고, 실과시간엔 학교 앞뜰에 토마토와 상추를 심고..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자연과 함께 하는 수업일 것이다. 그리고 학교 내에서 과학과 관련된 모든 것이 다 내 소관이다. 내가 과학에 관심이 많고, 대학시절 과학실험동아리였던 점을 살려 방과후에는 과학 실험반도 운영한다. 자기계발의 일환으로 대학시절 기본기만 닦아두었던 드럼을 꾸준히 연습하고, 기타도 배운다. 그리고 아이들의 마음을 좀 더 잘 알고 이해하기 위해 대학원에서 아동 심리를 공부한다. 물론 빠듯하겠지만 아직 젊으니까 넘치는 나의 열정을 다해서!

 

10년 후

여전히 산간벽지를 떠돌며 그 곳에서 만난 아이들과 동화되어 살고 있다. 자연과 함께 하는 수업에 어느 정도 나만의 노하우가 생겼고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방과후 과학 실험반 역시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과학박람회에 단체로 구경을 가기도 하고 조금 욕심을 내서 아이들과 함께 과학경진대회에도 참가해보기도 한다. 자기계발에도 끊임없이 힘쓴다. 꾸준히 연습했던 드럼과 기타를 어느 정도 마스터했다. 그래서 악기에 관심을 보이는 아이들에게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 알려주기도 한다. 아이들과 마음으로 소통하는 선생님이 되고자 상담 공부도 하고 있다.

 

20년 후

누군가의 아내가 되고, 누군가의 엄마가 되어있을 것이다. 가정이 있는지라 예전처럼 산골짜기 시골은 아니더라도 근교의 작은 학교에서 선생님을 하고 있다. 이제 자연친화적인 교육에 일가견이 있다. 혁신을 꽤하는 시골의 작은 학교들에서 나를 찾는다. 그 곳에서 척박한 교육현실을 개선하고 좋은 학교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과 함께 고민한다. 나의 과학 실험반은 과학경진대회에서도 꾸준히 입상하고 좋은 성과를 거둬 이제 꽤 유명해졌다. 그리고 악기를 좋아라하는 선생님들과 함께 밴드를 이뤄 드럼과 기타를 꾸준히 연주하고, 종종 공연도 하면서 젊게 산다. 아이들의 표정만 봐도, 눈빛만 봐도 마음을 이해할 수 있고 사랑으로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엄마 같은 선생님이 되어있다.

 

30년 후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이들로 하여금 자연과 함께 함으로서 굳이 어떤 걸 가져야 행복한 것이 아니라 가진 게 없더라도 모든 걸 가진 것처럼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선생님이 되어있다. 내가 여태껏 해왔던 자연과 함께 하는 교육, 자연친화적인 교육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늘었고 나는 여전히 시골의 혁신학교들과 교류를 하고 있다. 이쪽 방면에서 꽤 유명한 사람이 되어있기 때문에 자연과 함께 한 나의 지난 교사생활에 대해 에세이를 써낼 준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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