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선생님이 꿈이었던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교대는 전혀 생각지도 않다가 온 사람이 있는데 내 경우는 그 중간, 미적지근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상황 설명을 해보면 어렸을 때부터 꿈은 늘 바뀌기 때문에 초등학교 때는 초등학교 교사가 꿈이었고, 중․고등학교 때는 중․고등학교 교사, 교수, 이렇게 끝이었다. 셋 중에서 공통점을 찾아보자면 모두 교육계에 종사하는 직업이다. 수능이 끝나고 날짜도 잊을 수 없는 2월 2일부터 2월 4일까지의 대학교 등록기간에서 나는 사대를 등록할 것인가 교대를 등록할 것인가 엄마와 씨름을 했다. 내가 원해서 지원한 사대와 엄마의 권유에 지원한 교대였다. 사대를 가서 전문적인 지식을 가르쳐 보겠다며 교대는 가지 않는다고 2박3일 동안 나름대로 버티던 것이 단식이었다. 하지만 나의 단식은 그렇게 마지막 등록일에 무너졌다. 그리고 교대에 오게 되었다. 드디어 인서울이라는 생각에 가득 부풀어있었던 나는 1학년이라는 짧고도 긴 1년의 시간을 후회하며 보내왔었다. 교생실습을 다녀와도 아.. 초등학교 선생님은 참 좋은 직업이라고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교양도 전부 내가 상상했던 교양과는 다른 과목들에 나오지 않는 성적에 교대는 내 체질이 아닌가보다 했다. 하지만 2학년은 맞이하게 되었고 재수하고 싶다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학교를 다니다가 어린이날 행사를 하면서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내가 아이들을 좋아하고 나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 2학년 5월 5일이다. 하루 내내 쉬지도 않고 아이들과 함께 놀고 눈높이에 맞춰 앉아서 말을 하고 그 아이들을 기쁘게 해주는 것이 너무 뿌듯했고 그것이 곧 내 기쁨이기도 했다. 좋은 일은 한꺼번에 찾아오는 것인지 여름방학부터는 교육봉사를 하면서 어린이날에 봤던 아이들과는 다른 아이들을 만나면서 좀 더 따뜻하고 모든 아이들을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교육캠프를 하면서는 항상 열린 생각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다양한 체험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3학년에 올라오면서부터는 교육과정을 공부하면서 초등학교 교사는 정말 단순한 지식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도 느끼며 이제 내가 진심을 다해 아이들을 대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교대 입학을, 그러니까 초등학교 교사로 살아간다는 것이 간단하고 쉬운 지식을 그냥 가르쳐주면 된다는 잘못된 생각에 나는 초등학교 교사가 되기 싫어했다는 건데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뿐이다.
우리학교의 지리적 위치상 주변에는 가정 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이 많이 살고 있다. 하지만 반면에 근처에 있는 부설초등학교만 봐도 교육봉사 때 했던 아이들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다. 어떤 아이는 학기 중에 가족 여행으로 프랑스를 다녀오는 반면에 어떤 아이는 프랑스도 모른 채 한자리 수 더하기 덧셈을 손으로 세야만 해서 끙끙거리는 아이도 있다.
비슷한 시기에 너무나도 상이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모든 아이들을 아우를 수 있는 넓은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아이들의 특성을 내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성장하게면서 나는 그 옆에서 보조자의 역할로서 다듬어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넘어져서 걷지 못하는 아이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걷게 이끌어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
5년 후에는 초임교사이기 때문에 연수를 받느라 낯선 학교 업무에 시달리고 있겠지만 드디어 내가 아이들을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항상 들떠서 학교를 다닐 것 같다. 방학 중에는 연수도 받겠지만 20대 초반의 열정으로 초등학교 교사로서 자질을 기르기 위해 외부에서도 많이 배우고 경험하면서 아이들을 아우를 수 있는 교사가 될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10년 후에는 그 동안 외국어를 공부해온 것을 바탕으로 해외 교사 파견에 나가있을 것이다. 그 동안에 해외 파견 교사가 되기 위해 외국어 실력과 교육 전반에 관련된 지식을 끊임없이 배우고 실천하는 활동을 할 것이다.
20년 후에는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는 나이도 그렇듯이 정말 내 자식을 가르치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할 것이다. 수업시간도 좋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방과 후 활동이나 주말 활동을 만들어서 평소에는 자주 해볼 수 없는 것들을 경험하게 해주고, 특히나 집안 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은 가정환경으로 인해 기회마저 없는 아이들을 데리고 꿈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고 아이들의 기억에 초등학교 생활이 너무나도 따뜻했던 기억으로 남을 수 있게 노력할 것이다. 교과내용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언제든지 이 선생님만큼은 항상 우리에게 열려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만큼 아이들에게 누구보다도 한 발 더 다가간 선생님이 될 것이다.
30년 후에는 아마 정년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나이가 지긋한 선생님일 것이다. 학교생활에는 게을러지면서 승진만 하고 싶어서 아등바등하는 교사가 아니라 교장선생님이나 교감선생님이 되기보다는 아이들을 항상 가까이서 하루 내내 함께 하고 싶은 생각이 커서 승진보다는 그저 평교사로 남아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저 평범한 교사가 아니라 해외 파견 교사 경험과 아이들과의 다양한 활동을 바탕으로 나를 통해 거쳐 가는 아이들이 학교생활에서 절대 상처받지 않고 많은 것을 배우고 얻어가는 참교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