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의 꿈을 인터뷰한 김수영씨가 나에게도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라는 물음을 던진다면 나는 뭐라고 답할까?
TV나 책에서 김수영 씨를 볼 때마다 자연스레 떠올려보게 되는 질문이었지만 아무래도 나는 그 질문에 대해 할 말이 너무 많은 것 같았다. ‘23’이라는 숫자가 말해주듯이 살아온 날들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내 앞에 길게 펼쳐져있는 지금, 누군가 나와 내 인생 꿈의 리스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면 한층 흥분되고 고조된 목소리로 반나절은 꼬박 수다를 떨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조금 바꿔 ‘교사로서의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어본다면? 아, 이제 어느 정도 정리를 해서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 돕고 싶으세요? 꿈을 꾸도록 도우세요. 열정을 품도록 도와주세요. 꺼지지 않는 불을 가슴에 지펴주세요. 영원한 것에 대한 갈망을 심어 주세요. 가장 큰 도움이고 가장 귀한 섬김입니다.
어느 책에서 읽었던 구절이다. 이 구절을 읽고 내 마음 한구석에 자그마한 불씨 하나가 번뜩 하고 타올랐었다. 이것이다. 교사로서의 나의 비전은 ‘돕는 것’이다. 꿈이 없는 아이에게는 희망을 심어줄 수 있고, 자신감이 없는 아이에게는 용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고, 의욕이 없는 아이에게는 열정을 품도록 도와주는 교사. 어려운 환경 속에서 힘겨워하는 아이에게 그것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자기밖에 모르는 아이에게 남을 이해하고 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호기심 많은 아이에게 알아가는 기쁨을 느끼도록 도와주는 교사.
예비교사인 나의 비전이다. 내 말 한마디가, 나의 따뜻한 포옹 하나가, 나의 가르침이, 나의 존재가 아이들 한명 한명이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도울 수 있다면, 그 방향이 그 아이의 꿈이든지, 인성이든지, 지성이든지간에 더 좋은 쪽으로 나아가도록 내가 영향력을 끼칠 수만 있다면 발 벗고 돕는 것, 열정으로 섬기는 것이 내가 현직에 나가서도 꼭 간직해야 할 꿈이자 비전이다. 단순하고 소박한 꿈인 것 같지만 내가 이것을 잊고 교단에 서 있을 때, 나는 더 이상 ‘교사’라고 당당히 말 할 수 없다.
다양하고 재각각인 아이들은 그들이 도움을 받아야 할 부분, 정도 또한 모두 재각각일 것인데 그 아이들을 한곳에 모아놓고 목청이 터져라 잘 가르치는 교사보다도 그 재각각인 부분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도와주는 것이 내가 진정 교사로서 이루고 싶은 것이다. 이러한 맞춤식 교사가 되려면 아이들의 그 다양한 필요와 도움을 충족시켜줄 여러 자질을 갖춰야 함은 당연하다. 지금은 비록 이 좁은 교대 속에서 그래도 더 많이 배우고, 많이 경험하고, 많이 깨달으며 바라보는 지경을 넓히고자 꿈틀대는 한 마리 애벌레 같은 존재이지만 비전을 품는다는 것, 실천하려 노력한다는 것. 즉 꿈과 믿음은 미래를 현재로 걸어가는 두 발과 같다. 내가 품은 비전이 이루어졌을 때 나와 아이들 그리고 우리 모두가 행복한 꿈, 다시 말해 꿈다운 꿈일 것이라 확신하고 감히 반드시 이루리라고 선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