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 때 나는 하고 싶은 것은 많고 딱히 뭘 꼭 해야지라고 정해놓은 꿈이 없는 그런 학생이었다. 게다가 선생님은 내 적성과 맞지 않는 절대 안해야지 하는 직업 중 하나였다. 동생을 가르치거나 누굴 가르쳐주는 일을 할 때 답답해서 화만 내고 가르칠 것도 제대로 못가르치는 일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이런 내가 교대에 오게된 것은 수능 성적에 맞춘 부모님과 담임 선생님의 권유 때문이었다. 입학한 후 약 한달 동안은 그만 두고 다른 것을 하는게 좋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많이 했었다. 이랬던 나의 과거를 보면 나의 교사로서의 시작은 별로 좋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내가 교사라는 직업도 괜찮겠다 생각한 것은 1학년 때 처음으로 투쟁을 갔을 때였다. 정확히 말하면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생각의 변화라기 보다는 교육에 대한 내 관심이 커졌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교사가 되는 것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교육 쪽의 일에도 상황이 어떤지 학생들은 교육을 받는 데에 있어서 어떤 불편한 점을 겪고 있는지 하나도 알지 못했었다. 1학년 첫 투쟁 때 외친 것은 국립대와 통폐합을 반대하는 것과 교육 여건 개선 뿐이었지만 그 때부터 교육이라는 분야에 대해 점점 궁금함이 생겼던 것 같다.
이 때부터 학교 강의나 뉴스 기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교육계 현실이 얼마나 좋지 않은지 더욱더 실감하게 되었다. 교사의 권위는 점점 하락하고 있으며, 아이들은 부모도 선생님도 방관하는 상태에서 꿈과 희망을 잃어간다. 학교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학생들의 자살률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학교는 그것을 덮기 위해 위험한 현실에 처한 학생들을 모른척한다. 한창 뛰어놀아야 할 초등학생들은 명문 중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밤늦게까지 학원을 다니고 이러한 모습은 고등학교가 끝날 때까지 지속된다. 한국의 교육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되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교육의 길로 들어선 이상, 이런 나쁜 모습의 학교와 교육을 조금이라도 바꿔보자는 목표를 가지게 되었다. 나 한사람으로 뭐가 달라지겠냐마는 적어도 내 학생들은 저런 고통을 덜받길 바라는 마음으로, 또 내 학생들이 자라서 이러한 나의 꿈을 이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교사를 하고자 마음먹었다. 얼마 전에 핀란드의 교육 모습을 찍은 영상을 보았다. 그냥 좋은 교육을 받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나온 것 뿐이었는데 왠지 모르게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핀란드처럼 되려면 시간도 많이 걸릴 것이고, 어쩌면 그렇게 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행복하게 시험 걱정 없이 학교를 다닐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 또 더 나아가 교사보다 더 큰 세상에서 우리나라의 교육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이것이 나의 비전이고 목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