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선언

미술교육과 김영선

미래 교육 2014. 5. 31. 11:27

 내가 기억하는 나의 첫 장래희망은 대학교수였다. 일곱 살 무렵이었는데, 그냥 어감이 멋져서 그랬던 것 같다. 시간이 좀 지나서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글쓰기를 접한 다음에는 작가나 시인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는 교사가 되고 싶었다. 초등인지 중등인지는 가끔 바뀌었지만 고등학교 때까지 교사에 대한 꿈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수시 원서도 몽땅 교대에 넣었고, 상향지원이라 기대하지 않았지만 합격해 이렇게 교대에 다니고 있다.

 1학년 때는 적응하고 알아가느라 바빠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의 내 삶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 보지 못했고, 2학년은 적응도 되고 한가하여 이것저것 해 보고 노는 데 보내버렸다. 3학년이 되자 내가 내년에 임용 공부를 한다는 사실이 확 다가오면서, 어떤 교사가 될 것인지 고민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한 학기 동안 나름대로 생각해 본 결과 나는 교사를 직업으로만 보고 꿈꿔 왔다는 결론이 났다. 그리고 좋은 교사, 참된 교사가 되는 것 보다는 그저 교사가 되는 것 까지만 목표로 하고 되고 나서는 내 일이 아니라 남이 살아 줄 것처럼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내 생각이 어땠는지 직시하고 나자 걱정이 되었다. 내가 아무리 교사를 직업으로만 생각했다지만 그렇게 되면 학생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하게 될 거라는 것은 안다. 학생들은 그저 내 직장 유지를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 정도로 보일테니까.

 이것을 정말 크게 느낀 것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였다. 나는 2학년 여름방학부터 수학과 과학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학원을 체인점으로 운영하는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였다. 방학마다 있는 영재 캠프의 인솔 교사로 일하는 것인데, 아침 7시 반에 아이들을 깨워 밤 9시까지 한 순간도 빠지지 않고 같이 있어야 했다. 보통 2박 3일이나 3박 4일로 구성되어 있는 캠프의 둘째 날쯤 되면 아이들은 더 이상 아이들이 아니고 그냥 빨리 집에 가버렸으면 좋겠고 제발 사고 치지 말고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을 뿐인 존재가 되었다. 마지막 날에 나와 작별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데도 하나도 섭섭하지 않고 그저 해방되었다는 생각에 좋았다. 처음 인솔 교사 일을 했을 때는 일이 힘들어서 그렇겠거니 했는데 두 번째 참여하게 되자 나의 교사 생활과 연관지어 생각하게 되었다. 교사가 되었는데 학생들이 빨리 집에 갔으면 좋겠고, 빨리 방학이나 기다리게 된다면 그건 나에게도 학생들에게도 불행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학기에는 어떤 교사가 될 것인지 생각해 보았다.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전달할 풍부한 지식과 그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능력은 중요하다.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만난 담임 선생님은 어렸던 내가 보기에도 다양한 분야에 풍부한 지식을 갖추신 분이었다. 수업도 잘 하시면서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지식까지 우리에게 알려주셨다. 이런저런 생각할 문제도 많이 제안하셔서 지금까지도 나에게 초등학교 6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한 해는 4학년 때다.

 하지만 지식 전달이라면 능력 있는 강사의 인터넷 강의를 들어도 된다. 자신이 직접 탐구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교사와 학생이 매일매일 만난다는 것은 지식 전달 외에도 꼭 필요한 것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온전하고 건강한, 자립할 수 있는 자아를 형성하는 것으로 보았다.

 현대에는 과거보다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것이 쉬워졌다. TV, 휴대전화 등과, 최근 등장한 SNS로 원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의 소식을 전해들을 수 있다. 그러면서 남과 나에 대해 비교하는 마음도 더 커진 것 같다. 그리고 특히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몇가지 되지 않는 가치를 좇아 경쟁하고, 그렇지 않으면 낙오자 취급을 받는다. 내가 교사가 되어 학생들에게 심어주고 싶은 마음은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추구하는 용기이다. 나는 살아오면서 내내 내가 가지지 못한 남의 능력을 보며 부러워하고, 내가 가진 능력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생각했다. 항상 열등감에 빠져 있었고 나보다 나은 사람을 보면 끌어내리고 싶었다. 대학생이 되어서야 그런 생각은 옳지 않으며 나를 힘들게 할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아직 나를 소중히 여기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 학생들은 그런 열등감과 자괴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남과는 다른 자신의 능력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으로 자라도록 이끌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나부터 나를 아껴야 할 것이고, 여러 의견과 가치가 의미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학급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번 여름방학에도 인솔 교사 일을 하게 된다면 여전히 힘들기는 하겠지만 학생들이 빨리 집에 가버렸으면 좋겠기만 하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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