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부터 나는 매우 모범적이고 틀에 박힌 채 살아가는 아이였다. 부모님 말씀을 잘 들으라기에 부모님 말씀을 잘 들으면서 살았고, 학교에서는 선생님 말씀을 잘 들으라기에 선생님 말씀을 잘 들으며 살았다. 이렇듯 타인의 말에 의해 살아가는 수동적인 존재였다. 고등학교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부모님 말씀에 의해 안정적이고 오래갈 수 있는 공무원이 되는 것이 목표였다. 나 자신 스스로의 생각이나 비전 따위는 전혀 중요치 않았다. 결국 수능을 봤다. 수능을 봤는데, 왠걸? 수능점수가 너무 잘 나왔다. 그래서 사범대를 가야할 애가 덜컥 전주교육대학교로 와버리게 되었다.
막상 교대를 와서 대학생이 되고 나니, 어렸을 적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나를 살아가게 했던, 소위 부모님의 기대나 선생님의 지시는 사라지고 없으며, 덩그러니 전주교대 기숙사에 '나' 라는 존재만이 남아있었다. 이제 홀로서기를 할 때가 온 것이다. 교대에 입학한 2014년 벚꽃이 아름답게 휘날리던 4월의 세번째 주에 첫 교생실습을 나가게 되었다. 첫 실습 때의 느낌이란.. 모래시계를 뒤집어 시간을 다시 재는 것처럼 내가 초등학생 때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아이들을 보니 마음 속의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듯이, 뒤통수를 쌔게 얻어맞은 것처럼 나에게 있어 긍정적인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것 같다. 학교에서 '교실'이라는 무대과 '교사'라는 지휘자와 '학생들'이라는 관현악단원들의 합주가 이루어지는 듯 했다.
작년 10월 막연하게 교직에 대한 긍정적인 느낌만 가지고 학교를 다니던 나는 두번째 실습을 나간 후 알 수 없는 무기력함에 빠지고 만다. 소위 '교직이 내가 갈 수 있는 길인가' 하는 고민이다. 작년과 비슷한 일정, 비슷한 실습에서의, 활동들이었지만, 첫 실습과는 정반대의 느낌을 가지고 학교로 돌아오고 말았다. 그 이후로 3학년 1학기인 지금까지도 알 수 없는 무기력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나를 어쩔 도리가 없었다. 더군다나 3학년 1학기가 되고 나니 실질적으로 현장에 필요한 교과서 재구성이라든가, 수업시연을 위해 지도안을 짜고 수업을 준비하는 과제를 수행하면서 교사가 되는 것이 쉽지않은 길임을 인지하게 되었고 최근에는 작년의 알 수 없는 무기력함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나의 교사로서의 비전을 선언하는 글을 써야하지만.. 나는 아직 확신이 들지 않는다. '과연 내가 어떠한 자격으로 수많은 아이들 앞에 서서 교육을 할 수 있는가', '과연 내가 교직의 길을 잘 갈 수 있을까', ' 이 길이 정녕 내가 가야만 하는 길인가' 등등의 허무주의에 기반한 질문들이 끊임없이 괴롭히지만 감히 비전선언을 해보려 한다.
아직은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라 생각하는 중이다.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서의 시련은 더욱 나를 단단하고 견고하게, 강하게 만들 것이며, 이는 나중에 우리반 아이들을 위한 좋은 자양분이 될 것임을 알기에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아이들에게 부끄럽지않은 교사가 되고 싶다. 그저 아이들을 위해 좋은 교육적 활동들을 준비하는 것이 귀찮다거나, 혹은 나만의 사적인 일로 인해 아이들에게 충분한 교육을 펼칠 수 없는 등 무책임한 행동을 하는 교사가 되고 싶지 않다. 책임감있게 나만의 위치에서 언제나 아이들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목표는 아이들이 학교로 오고 싶게 만드는 교사가 되고 싶다. 학교에 오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하게 만들다거나, 수업 때 웃음이 끊이질 않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멤도는 교실을 만들고 싶다.
아이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교사, 아이들이 학교로 오고 싶게 만드는 교사 이 두 가지가 내가 교직생활을 함에 있어 마음 속에 깊이 새길 비전들이다. 초심을 잃지않고 지금은 기본에 충실하여 배움에 열중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