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선언

과학 20140126 전혜진

미래 교육 2016. 5. 30. 16:49

교직은 천직이라고 했다. 작년 1학기 때 배운 교직 실무 시간에, calling이라는 단어 하나를 보고 얼마나 많은 감동을 받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아직도 생생하다. 누군가 나를 교직을 위해 이 곳으로 불렀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말인지 모른다. 막연히 좋은 대학, 서울에 있는 대학을 바라보며 시험만을 향해 달려온 나에게 사실 교대는 정시 나군에 성적 맞추어 끼워 넣기 좋은 학교였을 뿐이다. 그것은 또한 고등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의 성화였는데, 어차피 가지도 않을 거 한번 쓰긴 쓰겠다는 마음도 조금은 있었다. 지금은 물론 그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누리지 못했을 이 감사한 날들을 실감할 때마다 그때 교대를 쓴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분은 옳았다. 물론 어렸을 때, 거의 모든 여자아이들이 그렇듯 한번 쯤 으레 선생님이 되기를 바란 적은 있었지만 여태 살아온 것 보다 훨씬 많은 날을 선생님으로서 보내야 될 줄은 정말 몰랐다.

교대에 온 나는 적성에 맞지 않는 예체능을 울며 겨자 먹기로 겨우겨우 넘기면서 몇 번이나 교대에 온 것을 후회했다. 사실 생각해보면 하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왜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이런 고생을 하고 있을까 하는 마음뿐이었다. 문과 출신으로 과학교육과에 온 것은 둘째 치고, 정말이지 적성에 맞지도 않고 재미도 없는 이런 나날이 자꾸 나를 괴롭혔다.

이런 나를 교사로서 일깨우게 한 것은 다름 아닌 교생실습이었다. 그때 마주한 사랑스러운 아이들, 선생님이라고 나를 부르는 목소리, 그리고 아이들 한명 한명 이름을 불러줄 때 나에게 다가온 울림은 지금은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 되었다. 그때부터는 학교생활이 정말 다르게 다가왔다. 나는 좋은 선생님이 되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 생활을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해야만 했다. 뭐든 좋은 선생님이 된다고 생각하면 다 참을 수 있었다.

또 그때 쯤 나는 과학교육과 근로 사업인 영재교육원의 보조교사 일을 하고 있었다. 사실 과외는 꿈도 못 꿀 부질없는 능력이었기에 용돈이나 벌면서 해보려고 신청한 일이었다. 적당히 실험 준비나 출석 체크만 하면 된다는 말에 더욱 안이하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때 6학년 아이들 15명과 함께한 내 1학년 한 해도 정말 값진 경험이었다. 수업을 함께 듣고, 선생님을 보조 하고, 아이들과 부딪히고 이야기하며 나는 나만의 반이 하나 생겼다는 책임감마저 들었다. 그렇게 너무 정이 든 마음에 마지막 수업을 하기 전날 울기도 했었던 것 같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나는 3년째, 올해도 영재교육원에서 일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나의 교사로서의 비전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다. 한 사람 한 사람 너무 소중한 아이들이 나에게로 와서 각자 다른 의미로 교사로서의 나를 성장하게 해 주었고, 아이들과 만나고 있는 매 수업마다 조금씩 생각을 고쳐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영재교육원 수업 현장에서, 아니면 2년간 경험한 교생 실습에서, 일상에서 만나는 많은 아이들에게서, 교대에서 같이 공부하는 동기들에게서, 수업을 듣는 교수님들에게서 나는 매일매일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사실 영재교육원을 3년 쯤 하다 보니 더 이상 교사로서의 내가 멀게 느껴지지 않는 다는, 좀 더 과장해서 말하자면 이미 교사의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이런 생활이 너무너무 만족스럽고, 우리 반-영재 교육원의-아이들이 늘 보고 싶은 나에게 꿈이 생기지 않는다면 그것은 거짓말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전에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굉장히 보여지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교생실습 때 정장 갖춰 입는 것을 생각하며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차려입고 영재 수업 보조를 했었다. 물론 그런 것들이 교직 생활에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또 그런 것에 집중한다고 좋지 못한 교사인 것도 아니다. 하지만 영재교육원 강사를 하시는 어떤 선생님의 보조를 하게 되면서 느낀 것이 있다. 그분은 대학원도 다니셨고 교대에서 강의를 하고 계시기도 하다. 많지 않은 나이에 우리 학교 교수님들과 어깨를 맞대고 교과서를 쓰신다는 일은 분명 멋진 일이다. 그런 실무적인 부분에서 만이 아니라 아이들을 사랑하시는 분이고, 좋은 선생님이 되고자 늘 노력하시는 분이다. 그런데 그 분의 차림새는 늘 수수하다. 좋은 옷을 못살 만큼 봉급이 적은 것도 아니고, 그분이 멋들어진 화장을 못할 리도 없다. 다만 그 분은 그 이상으로 진정으로 중요하고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은 분인 것 같았다. 아이들 앞에 멋진 모습으로 선다는 것은 좋은 외모, 화려한 차림이 아니라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진심으로 고민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임을 나는 이제야 깨닫게 된 것이다.

사실 지금의 나는 선생님으로서 내가 쓴 교과서 한 줄을 우리나라의 모든 학생들이 공부했으면 하는 마음도 조금은 있고, 지금처럼 아이들 모두를 사랑하고 아끼는 선생님이 되고 싶기도 하다. , 아이들과 평생을 정년퇴직 하도록 함께하고 싶기도 하지만 좀 더 높은 자리에서 다른 일을 해보고 싶기도 하다. 이렇게 교사가 된다는 사실이 좋은데도 다른 인생을 꿈꿀 때도 있다. 전에 어느 교수님이 자신이 자신의 인생에서 주인공이라고 느껴질 때가 언제인지 질문하신 적이 있다. 나는 교생실습을 하며 교실 맨 뒷자리 참관 책상에 앉았을 때, 보조교사를 하며 아이들 얼굴을 바라보며 함께 할 때가 그렇다. 확실한 것은 내가 이 길을 걷고 있는 것이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고, 제법 잘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방향은 언제든지 바뀌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그렇다.

누구나 막연하게 좋은 교사를 꿈꾼다. 하지만 좋은 교사가 되는 방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교사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줄여나가는 것이 결국 좋은 교사로 나아가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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