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삭발인가?
- 박상준 교수 -
지난 2월 22일 목사ㆍ장로 등이 영락교회에 모여 집단 삭발하며 '개정사학법 재개정을 위한 한국교회 총궐기 기도대회'를 열었다.
기도회에서 이광선 예장통합 총회장은 "개정사학법은 기독교학교의 신앙과 선교의 자유를 빼앗는 악법"이라며 "사학법은 반드시 재개정돼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목사와 장로들의 삭발 시위를 보며, 크리스챤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참담함을 느낀다.
삭발 시위를 하는 목사, 장로들을 보면서,
예수를 죽음으로 몰아갔던 유대교의 지도자들이 떠오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유대교 지도자들은 "예수가 하나님을 모욕하고 유대교의 전통을 무너뜨렸기" 때문에, "하나님과 유대교(종교)를 살리기 위해서"예수를 죽여야 한다고 사람들을 선동해서,결국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았다.
개정 사학법의 주요 쟁점인 개방형 이사제는 기독교 학교의 신앙과 선교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전체 이사회 7명 이상에서 2명 정도의 교원이 이사회에 참여한다고 해서 이사회의 의사결정(과반수로 결정)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더구나 현재 초중등교육법과 교육부 교육과정에 의하면, 재단 이사회는 학교교육과정의 운영에 대해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즉, 교원이나 외부 인사가 이사회에 참여할지라도, 기독교 학교의 종교교육이나 선교에 대하여 중지시키거나 방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독교 학교에서 종교교육을 시키고 선교를 하는 것은 학교장과 소속 교사들의 의견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지, 재단 이사회에서 종교교육이나 선교를 금지시킬 권한이 없다. 그것은 초법적인 행위이고 월권행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사, 장로 등이 삭발하고 시위하는 것은 진정 무엇을 위한 것인가?
우리 사회에는 아직 복음을 듣지 못하고 죽어가는 많은 영혼들이 있고, 사회에서 소외받고 차별받는 장애인들, 외국인 근로자들, 노숙자들, 비정규직 근로자들, 여성 등이 많다.
또한 기독교 학교에서도 학교 폭력과 교사의 체벌이나 부당한 대우 등으로 고통받는 학생들이 수없이 많다.
사립학교법의 개방형 이사제가 종교교육과 선교에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문제들이 오히려 기독교의 선교에 방해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종교 자유와 기독교의 선교가 지상 최대명령이라면,
왜 목사, 장로 등 정말 중요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삭발하고 기도하지 않는가?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며 삭발 시위를 하는 목사, 장로들을 보면서, "예수가 하나님을 모욕하고 유대교의 전통을 무너뜨렸다" 고소하여 십자가에 죽게 만들었던 유대교의 지도자들(제사장, 서기관)이 떠오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하나님이 사학법 재개정을 위해 삭발 기도하는 목사, 장로들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드실까?
공의의 하나님이 그들의 기도를 들어주실까 심히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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