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다른 사람들
요즘 길거리, 지하철, 대형마트 등에서 우리와 생김새나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어느새 우리나라에도 우리와 다른 모습의 외국인들이 매우 많이 거주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법무부의 2007년 출입국·외국인 정책 통계자료에 의하면, 장기체류 외국인은 1997년 387,000명, 2001년 567,000명, 2005년 747,000명에서 2007년에는 1,066,291명으로 급증하면서, 외국인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고 있다. 결혼 이민자는 110,362명으로 2006년보다 17.7% 증가하였고, 그 중에 외국인 여성이 우리나라로 이주해오는 경우가 97,000명( 88%)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또한 2007년 외국인 출입국자는 12,659,349명이었고, 전체 출·입국자는 39,833,724명에 달했다.
이처럼 우리 사회도 여러 인종과 민족이 혼재하는 다문화사회로 나가고 있다. 그러면서 정부가 주도하여 사 회통합의 차원에서 다문화주의 정책이나 다문화교육을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정책들 대부분 외국인 근로자와 국제결혼 이민자들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움으로써 단일민족에 기초한 한국사회에 적응하도록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2006년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가경쟁력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인종 차별에 대한 국가 경쟁력이 조사대상 55개국 중에서 51위로 인종 차별이 심한 국가로 조사되었다. 또한 2007년 7월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는 우리나라가 단일민족을 강조하는 것은 인종차별에 해당될 수 있으므로 다른 민족이나 인종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할 것을 권고하였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우리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차별이 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단일민족의 신화와 차별
우리 사회는 몇 천 년 동안 한민족이 같은 지역에 살아왔기 때문에, 한 핏줄, 한 민족, 한 언어로 요약되는 단일민족의 신화가 우리 안에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또는 언론을 통해 우리는 '반 만년의 유구한 역사', '백의민족', '단일민족',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 '동방예의지국' 등의 말을 수없이 들으며 자라왔다.
이런 순수혈통과 단일민족이라는 신화는 우리와 다른 생김새나 피부색을 가지고,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구별 짓고 차별하는 것을 당연시하게 만들었다. 우리와 다른 것이‘틀린 것’으로 인식되고, 우리와 다른 차이는 곧‘차별’로 이어졌다.
우리는 흔히“너는 나와 옷 입는 스타일이 틀리네.”,“ 너의 아파트는 우리 아파트와 틀리네”라고 말한다. 옷 입는 스타일이나 아파트의 실내 디자인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서로 다른 것일 뿐인데, 나와 다른 것이‘틀린 것’으로 인식된다. 나와 다른 것이 곧 틀린 것이 되고, 따라서 옳은 것과 구별하여 차별하게 만드는 것이 무의식적인 언어 속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별 생각 없이 사용해왔던 살색, 튀기(혼혈인), 깜둥이, 노랑머리 같은 언어는 우리 사 회에 널리 퍼져있는 인종적, 민족적 편견이 문화적으로 반영된 말이다. 단일민족의 신화 속에서 우리와 다른 것이 틀린 것으로 간주되고, 틀린 것을 구별지 어 차별하는 것이 일상화된 것이다.
차이가 차별로 나타나는 사회
이처럼 단일민족과 단일문화라는 신화와 인종적 편견으로 인해, 우리와 다른 외모와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차별을 받으며 살아왔다. 해방 이후 미군과 우리나라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들 은 우리와 피부색과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튀기'라고 놀림 당하고 사회적으로 따돌림 당하였다. 혼혈인들은 분명히 이 땅에서 태어나서 우리 국적을 갖고 우리말을 사용하지만, 단지 우리와 피부색과 외모가 다르다는 이유로 사회적으로 차별 당해왔던 것이다.
우리와 다른 사람들을 차별하는 어른들의 문화는 요즘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모방되고 있다. 필자가 대학원에서 가르치는 초등학교 선생님의 말에 의하면, 전북지역 초등학교에는 한 반에 서 너 명씩 다문화가정 아동들이 있는데, 피부색과 외모가 다르고 우리말이 서툴다는 이유로 놀림을 받고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다문화가정 아동들은 “너희 엄마가 까마니까 너도 까만거냐?”,“ 너희 아빠가 튀기니까, 그럼 너는 뻥튀기냐?" 라는 식으로 놀림을 당하고 있다.
이런 편견과 차별로 인해 다문화가정 아동들은 학교를 정상적으로 다니기 어렵고 결국 좋은 직업을 갖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2001년 펄벅재단이 재단 소속의 혼혈인 아동 184명을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초등학교 미진학 및 중퇴자가 9.4%이고, 중학교 미진학 및 중퇴자가 17.5%로 나타났다. 또한 같은 재단에서 기지촌 출신 혼혈인 67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혼혈인 56%가 미취업에 가까웠고 33%는 단순노무직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 다.
단일민족의 신화 속에서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는 아이에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우리와 다른 사람들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차별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버렸다. 그러하기에 우리와 다른 사람들에 대해 차별하는 것이 아무런 죄의식이나 문제의식 없이 행해지고 있는 것 같다.
더불어 사는 문화와 관용교육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우리나라로 이주해 오는 외국인들이 급증하면서, 우리 사회도 다문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우리 사회도 단일민족국가라고 하기 어렵고, 순수혈통과 단일민족을 고집하는 것은 세계 역사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그러면 다문화사회에서 우리와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살아야 할까?
작년도 미국의 슈퍼볼에서 한국계 혼혈인 하인스 워드가 최우수 선수로 선정된 성공스토리가 언론에 소개되면서, 우리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면서「국제결혼 가정에 대한 차별금지법」, 「혼혈인 및 혼혈인 가족 지원법」등이 발의되었지만 여전히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성공한 스포츠와 연예계 혼혈인 스타에 대한 관심이 잠시 높아졌을 뿐이지, 혼혈인 전체에 대한 관용과 공존의 태도가 형성된 것은 아니다.
우리와‘다른 것’이‘틀린 것’은 아니고, 우리와의 차이가 차별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음식에 맛을 내기 위해서 반드시 소금이 들어가야 하고, 향기로운 커피에 쿠키가 곁들여 지면 더 좋듯이, 우리 사회도 이제는 우리와 다른 사람들의 차이를 인정하고 더불어 사는 문화를 형성하고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관용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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