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선언

초등교육과 안지은

미래 교육 2010. 5. 28. 17:44

 

 

고등학교 때였다. 고등학생이 되자 모든 선생님들은 항상 각자의 진로를 미리 정해 놓아야 대학 입시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맞는 말이었다. 내가 무엇이 되고 싶은지를 정해야 가고 싶은 학교와 과도 정하고 그에 맞춰서 대학 입시를 준비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 이후로 나는 내가 도대체 무엇이 되고 싶은지 매일매일 궁금했었다. 그렇지만 막상 떠오르는 게 없었다. 다른 아이들은 하고싶은게 너무 많아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는데, 난 하고 싶은 게 하나도 떠오르지 않아서 걱정이었다. 내가 할 줄 아는 거라곤 오직 공부뿐이었다. 그렇다고 공부를 특출나게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공부 외엔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려서부터 이것저것 많이 해보면서 내 적성 좀 찾아볼걸 하는 후회도 많이 들었다. 그렇게 몇날며칠을 고민하다가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그러면서 떠오른 것이 나는 아이들을 정말 좋아한다는 사실과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남들에게 알려주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둘을 함께 할 수 있는 직업이 바로 교사였다. 결국 나는 하고 싶은 것이 없었다기 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교사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이후로 나는 교대라는 목표를 잡고 다른 곳에 한눈 판 적이 없이 오로지 교대에 가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공부를 했었던 것 같다.

나는 공부를 잘 가르치는 교사보다 아이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교사가 되고 싶다. 어렸을 때 나는 매우 소극적이고 내성적이고 조용한 아이였다. 선생님들은 한없이 어렵고 먼 존재로만 느껴졌었다. 때문에 선생님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도 친해질 수가 없었다. 친해지기는커녕 질문 하나 하는 것조차 힘들어했었다. 그 때부터인지 학생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고 학생들과 친하게 지내는 선생님들이 왠지 좋고 편했다. 대학교에 들어온 바로 직후였다. 나는 아이들에게 무료로 공부를 가르쳐주는 동아리에 가입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 곳 아이들에게 선생님이라는 말도 들었다. 그곳에서 나는 아이들에게 공부도 가르쳐주면서 같이 장난도 치고 놀기도 하며 재밌게 보냈다. 하지만 어느 날 한 선배에게 아이들과 그렇게 친하게 지내면 안 된다고 혼이 났다. 아이들이 선생님을 무서워하지 않고 선생님을 선생님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난 뒤, 나는 한참동안 엄청난 혼돈에 빠졌었다. 정말로 내가 잘못한 행동이었는지, 왜 선생님은 아이들과 격없이 친하게 지내면 안 되는지, 정말 선생님이 아이들과 격없이 친하게 지내면 아이들은 선생님을 선생님으로 생각하지 않는지, 선생님은 꼭 무서워야만 하는지, 아이들과는 친하게 지내면서 동시에 아이들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정말 수만 가지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솔직히 아직도 정확한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다. 다만, 나는 확실히 아이들에게 거리감이 느껴지는 무섭고 다가가기 어려운 교사는 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친구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그저 학교에서 자기에게 공부를 가르쳐주는 그런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지 않다. 자신들의 마음을 정말 잘 이해해주었던, 정말 거리낌 없이 자신들의 고민을 말 할 수 있었던, 선생님이지만 친구 같은 선생님이었던 교사로 기억되고 싶다. 물론 그렇다고 수업을 소홀히 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말이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나처럼 많은 경험을 해보지 못한 채, 그저 공부만 하는 아이들로 크지 않기를 바란다. 물론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지만, 그것보다는 정말 많은 경험들을 해보길 바란다. 그래야만 자신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를 깨달을 수 있고, 그러한 경험들은 나중에 꼭 삶의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때 배운 지식보다도 말이다. 그래서 그 아이들이 정말 자기고 원하고, 진심으로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나중에 대학교 가기 직전이 되어서야 어쩔 수 없이 학교를 정하고 과를 정하고, 결국엔 그냥 자신의 적성이나 흥미와는 상관없이 아무 회사나 취직해서 살아가는 사람은 되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나는 그 초석을 다져주는 교사이고 싶다.

 

5년 뒤, 나는 아직 많은 것을 배우고 있을 것이다. 초임으로써 아이들이 이럴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하고 저럴 때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등을 배우고 있을 것이다. 이때는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학교에 적응해가며 아이들의 행동이나 생각들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간들이 되었으면 한다. 이때는 내가 되고 싶은 교사가 되기 위한 초석을 다지고 싶다. 대학원에 진학해서 교육심리학이나 상담 쪽에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을 쌓는 것도 좋을 것 같다.

10년 뒤, 더 늦게 전에 외국에 한 번 다녀오고 싶다. 특히 핀란드에 가서 그곳의 교육에 대해 직접 보고 느껴보고 싶다. 언제 한번 핀란드 교육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봤을 때 많은 것을 느꼈었다. 우리나라처럼 무조건 경쟁만을 조장하고 무조건 공부하기만을 강요하지 않지만, 아이들의 성적은 분명 높았다. 아이들은 기쁜 마음으로 공부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에 다니는 것 같았다. 항상 무언가에 쫓기듯이 여기저기 학원을 전전하며 어른들에게 공부만을 강요받고 사는 우리 아이들과는 분명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이상적인 교육현장이 아닐 수 없었다. 10년 뒤쯤엔 그런 곳에 직접 가서 어떻게 하면 그런 교육환경을 만들 수 있는지 직접 보고 배워오고 싶다. 내가 우리나라의 교육을 전면적으로 바꿀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내가 가르치는 교실에서만큼은 그런 교육을 실현해보고 싶다. 작은 곳부터 바뀌면 언젠가는 전체가 바뀌술도 있지 않겠는가.

20년 뒤, 아이들의 눈빛만 봐도 그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는 그런 노련한 교사가 되고 싶다. 또한 아이들의 경험이나 시야를 확장시킬 수 있는 교사가 되고 싶다. 나는 교사생활을 하면서 여행도 많이 다니고, 이것저것 많은 것들을 경험해 볼 것이다. 일단 내가 많은 것을 경험해보고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어야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로지 공부만 하고 수업만 하는 교사이고 싶지 않다. 주말이면 아이들과 함께 봉사활동도 가고, 이곳저곳 여행 다녀온 이야기도 많이 들려주고, 세상의 많은 얘기를 들려주고 싶다. 또한 교육대학교에서 강의도 하고 싶다. 나는 지금 교대에 3년째 다니고 있지만 실상 학교 현장의 상황은 잘 알지 못한다. 때문에 한 번씩 실제로 초등학교에서 근무를 하고 계시는 현장강사의 수업을 들으면 참 재미있고 많은 것을 듣는다. 이때는 내가 직접 교대에 가서, 예비교사들에게 교사로서의 경험, 교사가 되기 전에 생각할 점들, 아이들에게 어떻게 대하면 좋은지 등에 대해서 가르쳐주고 싶다.

30년 뒤, 이때는 평교사보다는 교장이 되고 싶다. 승진욕심 때문은 아니다. 30년 동안 나는 많은 경험을 쌓을 것이고, 많은 것을 느낄 것이고, 많은 것들을 생각하며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교육현장을 생각할 것이다. 그것을 직접 실현해보고 싶다. 평교사로서는 그것을 실현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교장이 되어 한 학교만이라도 나의 이상적인 교육현장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 TV에서 남한산 초등학교를 본적이 있다. 보고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느꼈던 기억이 있다. 그런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 선생님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를 생각해보게 됐다. 나도 그 곳 선생님들처럼 그런 학교를 한 번 만들어 보고 싶다.

 

사회적 지위, 명예, 부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들만을 갖기 위해 살고 싶지는 않다. 나중에 내가 늙어 교육현장을 은퇴하고 소소한 노년을 즐기고 있을 때, 나의 제자들이 나를 기억해주고, 편지를 보내주거나 가끔씩 안부전화를 걸어오고, 또는 한 번씩 생각나서 찾아오고 싶은,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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