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항상 같은 고민을 할 때가 많다. 내가 정말 훌륭한 교사가 될 수 있을까. 가르치는 것만이 교사가 하는 일의 전부가 아님에도 항상 이 부분에서 부담을 느끼기도 하고,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처음에는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준다는 것이 기분 좋아 무작정 영어교사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누군가를 도와주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상관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처음 교대에 붙었을 때에는 답답한 마음이 앞서기도 하였다. 나의 경우에는 점수를 맞춰서 교대에 들어온 것도 아니었으며, 안정된 직장을 원해서 들어온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교대를 무척이나 원하여 들어온 것도 아니었다. 그저 어렸을 때 교사라는 직업에 느꼈던 그 설렘이 나를 들뜨게 한 것 같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나를 정말 힘들게 하는 것은 ‘수업 진행’이었다. 40분이라는 짧은 듯 긴 수업시간이 하루에 4,5개이며, 모든 교과를 다 지도하여야 한다는 부담감. 그렇다고 모든 교과에 능통한 것 같지도 않은 나. 이런 나를 믿고 아이들을 맡겨줄 학부모님들을 생각하면 왠지 벌써부터 부담감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때문에 학교에서 하나하나의 교과를 배울 때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떻게 하면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많이 알려줄 수 있을까. 혹시나 못 따라오는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해 주어야 할까. 시간이 나면, 틈만 나면 생각해 본다. 그러나 답을 얻기는 힘들다. 그래도 고민한다.
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의 담임선생님을 떠올리며 미래의 내 모습을 만들어간다. 나의 즐거웠던 기억, 선생님의 모습. 하나하나가 나를 이끌어주는 힘이다. 조금은 큰 욕심일지 모르지만 나의 꿈은 ‘내가 가르친, 내가 스쳐간 아이들이 나를 오래토록 기억해 주는 일’이다. 그러나 내가 먼저 아이들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따스하게 다가가야 할 것이다. 아이들을 이해하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다가가는 그런 교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처음의 초심을 잃지 않는 교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초등 교사이신 막내이모의 방에는 늘 제자들의 편지와 선물들이 있었다. 과거의 일이었지만 나는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이모가 아닌, 이모의 제자가 되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었다. 학교에서 선생님으로서의 이모는 어떤 모습일까. 나도 저런 교사가 될 수 있을까.
나날이 느끼지만 교사는 정말 대단한 존재이다. 미래에 교사가 될 나를 생각하면 이런 말을 스스로 하기는 뭣하지만, 정말 대단한 존재임은 분명하다. 단지 지도안을 보며 수업을 하고, 학생들을 자유롭게 풀어놓는 교사라면 정말 별 걱정 없이 30년의 정년을 채울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항상 미래의 학생들을 생각해 보고, 미래의 내 모습을 떠올리고 고민하는 것 자체가 아직은 예비 교사로서의 내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고 스스로 말한다.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떨려오며, 이는 흔들리는 나를 바로 잡아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5년 후, 난 아직 수업을 하는 데에 긴장감을 느끼고 있을 것 같다. 자신감이 없는 데서 나오는 긴장감이 아닌, 아이들과 어떻게 수업을 함께 해나갈지 고민하는 행복한 긴장감. 사실 첫 발령지는 시내가 아닌, 시외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적은 수의 학생들과 함께 학교에 대해 천천히 적응을 해나가고 싶다. 조금 더 먼 미래의 나를 계획하며, 학생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방학 중에는 부모님과 함께 해외나 국내로 여행을 다니고 있을 것이다.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주기 위해서는 내가 알려줄 그 이상의 것들을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흥미 위주의 책이 아닌 인문학이나 자연과학과 관련된 비문학 도서들, 교육과 관련된 도서들을 많이 읽어 보고, 여행을 많이 다니며 견문을 넓히고 있을 것이다. 하나하나의 경험들을 학생들과 관련해서 생각해 보고 많은 것들을 얻는 것이다.
10년 후, 교사로서의 경쟁력을 키울 것이다. 해외 연수나 각종 교사 재연수를 통해 나만의 특기를 살리고, 좀 더 높은 질의 수업을 해나가고 싶다. 아이들이 학원에서 쉽게 접하는 지식 주입식 수업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새로운 내용을 창의적이고, 즐겁게 이해하고 알아가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초등 미술과 관련된 교사 연수를 받고, 개인적으로 또는 방송통신대학을 통해서 아동 심리나 미술 치료에 대해서도 배우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학생들을 즐겁게 해 줄 놀이나 수업에 사용할 수 있는 수업 자료, 학생들과 함께 해 볼 수 있는 무언가를 준비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쓸 것이다. 그러면서 나의 기록들과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교단일기를 적어볼 것이다.
20년 후, 교육은 계속해서 변화할 것이다. 따라서 공부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교육과정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공부하고, 내가 지난 10여년에 걸쳐 사용하고 생각해 온 학급 경영 관련 내용은 흐트러짐 없이 꾸준히 사용하고 변화시킬 것이다. 나의 흐트러짐은 나 스스로에게는 인생 한 순간의 게으름이겠지만, 아이들에게는 일 년이라는 시간이 헛되게 쓰이는 일이 될 것이다. 나는 나만의 게으름 때문에 아이들에게 소홀해 지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면서 초심을 다잡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나에게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을 계속해서 채워나갈 것이다. 옳지 않은 것은 여러 번 수정을 해보고 옳게 배워나가며, 계속해서 공부할 것이다.
30년 후, 나는 정년에 가까워질 것이다. 그리고 나의 과거를 떠올리며 미소를 짓거나 부끄러워하기도 할 것이며, 나 스스로 내가 그리던 교사가 되었는지 생각할 때가 늘어날 것이다. 이때에 나는 운동을 하고, 식물을 기르면서 마음의 여유를 늘릴 것이다. 초심을 잃지 않으면서 항상 부지런한 자세로 아이들을 대하고 만나도록 나는 나를 좀 더 가꿀 것이다. 그다지 큰 꿈을 안고 교사가 된 것은 아니지만 나는 쭉 교사의 길을 차분히 걸어가고 싶다. 학생들과 소통하고 만나고자 교사가 되었다. 점수가 되었으니 승진을 해야 한다는 것은 교직의 길을 걸으면서 선택일 뿐이지 목표 그 자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끊임없이 발전하고 매일매일 변화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을 뿐이다. 처음의 마음이 끝이 되길 바라며 나는 나를 가꾸며 학생들을 마주대할 것이다.
요즘은 교사 임용 경쟁률이 높아져만 가고 학교에서의 경쟁은 늘어만 간다. 많은 학생들이 어떻게 교사가 될 것인지 고민할 뿐, 어떤 교사가 될 것인지 고민하지 않으며 서로 함께 나눠볼 시간은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경쟁력 있는 교원이 미래의 인재를 육성하는 데에 꼭 필요하나, 조금은 삭막해진 분위기가 마음을 아프게 한다. 따라서 이러한 교사로서의 비전을 세우는 일은 우리가 어떤 교사가 될 것인지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는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잠시나마 혹은 먼 미래까지 우리의 길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