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꿈은 오래 전부터 선생님이었다. 그것이 유치원 선생님이든 초중고 선생님이든 학원 선생님이든 나에겐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무엇인가 내가 아는 것을 남에게 가르쳐 주는 데 보름을 느꼈고, 그 뒤에 고맙다고 들려오는 말이 보람되었다. 나에게 이런 영향을 미친 것은 내가 지금껏 만나왔던 선생님들이다. 나는 인복이 있었는지 늘 좋은 선생님을 만났다. 친구 중에는 선생님 때문에 상처를 입은 친구들도 있지만 나에겐 그런 기억이 거의 없다. 내가 좋다고 느끼는 선생님들은 엄하시지만 다정다감하고 수업이 재밌었던 선생님이다. 그래서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성생님도 그런 모습이다.
그런데 나는 이런 오랜 꿈을 가지고 있지만 구체적으로는 생각을 해본 적이 별로 없다. 오히려 오랜 꿈이라서 잘 알고 있다고 나중이 되더라고 잘해낼 자신이 있다고 자만하고 있었던 것 같다. 비전 세우기라는 과제 때문에 여러 가지 고민을 해보면서 더욱 내가 어리석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바라던 이상적인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는 난 아직 배워야 하고 해야 할게 많은데 나는 아무 노력도 하고 있지 않았다. 물론 대학생활을 즐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내가 이러려고 교대를 오려고 밤새도록 공부를 했던 겉 아니다. 비전 세운 것을 책상 앞에 붙여 놓고 자주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5년 후, 나는 여행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고 사실 대학에 진학하고 나면 휴학을 하고 여행을 다닐 계획이었지만, 임용 고시에 합격하고 난 뒤로 미루자는 부모님의 제안 때문에 보류하고 있는 중이다. 교사가 된 뒤에 2, 3년 정도 교사를 해서 돈을 모은 뒤에 2, 3년 정도 방방곡곡 돌아다닐 것이다. 공부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배우러 가는 것이다. 나는 어디에서는 어느 때든 늘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행하면서 배운 것들은 나중에 나의 교사 생활에 힘이 될 것이다. 여행을 하면서 배운 것들은 차곡차곡 정리해서 언제든 필요할 때 꺼내보고, 힘이 들 때 꺼내보고, 심심할 때 꺼내보면서 그 추억을 간직할 것이다.
10년 후, 나는 교직 생활에 복귀해서 나의 여행 경험을 열심히 아이들에게 전달할 것이다. 고등학교 선생님 중에 여행을 좋아하시고 늘 이야기를 해주시는 선생님이 있었다. 이상하게 그 선생님에게 들은 이야기들은 잊을 수가 없다. 나는 수업을 할 때에도 모든 것을 연관시켜 가르치고 싶다. 수학을 가르치다가도, 사회를 가르치다가도, 국어를 가르치더라도, 체육을 가르치더라도, 어느 하나 단지 그 부분만 알게 하고 싶지 않다. 달리기를 한다고 해서 달리는 법만 알려주는 게 아니라 달리기는 왜 생겼고, 누가 지금 세상에서 제일 빠른지, 왜 운동화를 신고 달리기를 해야 하는지 하는 것들을 재밌게 가르쳐 주고 싶다. 그래서 아이들이 나에게 배운 것들을 또 다른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달릴 때마다 나를 생각했으면 한다. 10년 후면 나는 32살일 것이다. 아마 나는 이때까지도 결혼은 안 했을 것 같다. 아직은 여행을 좋아하고 학생들과 놀기를 좋아할 것이다. 그리고 교직 생활에 내가 다짐한 것이 두 가지 있다. 이것만은 꼭 지키고 싶다. 첫 번째는 수시로 가정방문을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학생들과 학부모님을 자주 우리 집에 초대하는 것이다. 요새 들어 자주 느끼지만 교사의 권위와 신뢰가 많이 실추되었다. 이것은 교사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모든 학생과 학부모에게 신뢰 받는 성생님이고 싶다. 이러한 신뢰는 수업 시간 뿐 아니라 학교 밖에서도 학생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믿는다.
20년 후, 나는 더 이상은 초등학교 교사가 아닐 것이다. 나는 초등학생을 정말 좋아한다. 순수하고, 내가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무엇보다 너무나 사랑스럽다. 그렇지만 대학교 와서 느낀 것인데 이러한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교사가 될 예비 교사들은 부족한 점이 정말 많은 것 같다. 또 많은 가르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교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가 여행과 초등학교 교사 생활에서 얻은 모든 것들을 아낌없이 예비 교사 학생들에게 전해주고 또 그 학생들이 좋은 선생님이 되면 좋겠다. 그리고 이때쯤엔 나에게 배웠던 초등학생들이 많이 커서 나를 찾아오지 않을까 한다. 사실 그랬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 나는 중학교 2학년 선생님을 만나러 자주 서울에 가고, 고등학교에도 일 년에 한 두번은 꼭 간다. 그렇지만 초등학교 선생님을 찾아 뵌 적은 없다. 우연히 부설 초등학교에 갔다가 우연히 마주친 적은 있지만 부러 찾아 뵌 적은 없다. 나는 나의 학생들이 졸업하고도 나와 계속 연락을 했으면 한다. 연락처를 받아두고 내가 먼저라도 언제든 전화를 할 것이다. 그래서 그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면서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도움을 주고 싶고, 내가 가르친 학생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다.
30년 후, 나는 시골 촌에 있을 것이다. 선생님일지 교수일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누군가를 가르치고 있을 것이다. 어느 드라마에 나왔는데 돈을 받지 않고 동네 아이들을 방과 후에 데려다가 수학을 가르치던 선생님이 나온 적이 있다. 그것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우선 시골은 공기도 좋고 물도 좋고 사람도 좋다. 또한 계속 도시 생활만 해온 나에게 시골은 또 하나의 여행이 될 것 같다. 또 시골의 교육 환경은 많이 열악한데 내가 그 곳에서 학생들에게 좋은 가르침을 주고 싶다. 교육비는 받지 않고 김치나 지역 특산물 정도이면 좋겠다. 나는 지금도 과외를 하지 않는다. 잠깐 과외를 했지만 오래 하지 못했다. 왜인지 과외는 내가 가르침을 주는 것 같지 않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 같다. 가르침의 은혜를 갚는 법은 가르침을 잊지 않고, 가르침을 주신 분을 잊지 않고, 또 그 가르침을 다른 누구에게 전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52살 정도면 나는 늙은이가 되어있겠지만 여전히 젊게 살 것이다. 학생들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을 것이고, 나를 찾아오는 나처럼 늙어버린 제자들과 술도 한잔 할 것이다. 그렇게 늙은 좋은 선생님이 되어있을 것이다.
이 글을 책상위에 붙여두고 보면 왠지 부끄러울 것 같지만 절대 이 계획을 흘려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방학 계획표도 잘 지키지 않는 나이지만 이것만은 꼭 지키고 싶다. 이렇게 세운 계획들이 헛되지 않도록 평생을 노력하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