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대학교라는 학교에 입학하기 전, 어떤 선생님이 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단지, 그 생각이 막연했을 수 있으나, 수능 점수에 맞춰 입학하는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다고 생각 덕분에 괜찮다고 안심했다. 그러나 매일매일 반복되는 삶 속에서 나는 나의 선택이 옳았나 하는 고민을 하게 되고, 자꾸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과연 나는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고민이었지만 정말 내가 아이들한테 떳떳한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앞섰다. 자신이 없던 것이 사실이었다. 교대를 선택한 내 자신에 대한 후회는 없었지만 너무 막연한 생각만으로 가득 차 있는 내 자신에 대한 실망감이 커져갔다. 한 과목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과목을 다 잘하고 가르쳐야만 하는 초등학교 선생님이란 직업이 나에겐 점점 부담스러웠나보다.
그러나, 나의 초등학교 선생님을 돌아보면 가르치는 것이 선생님의 전부는 아니었다. 나에게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선생님은 수업을 굉장히 잘하시고 학문적으로 아는 것이 뛰어났다기 보단 언제나 날 보면서 환하게 웃어주시며, 내가 아플 때엔 날 업고 뛰시고, 추운 겨울엔 따뜻한 목도리를 만들어주시며 나를 항상 걱정해주시던 선생님이셨다. 5학년 때 선생님이신 이 분은 나에겐 굉장히 큰 충격이었다. 항상 무서운 매와 따끔한 충고로 학생들을 다루시던 모습이 아니었다. 매를 때리실 때에는 반 전체가 책상위로 올라가서 다 같이 혼나곤 했는데, 이 때 선생님은 정말 항상 눈물을 머금고 우리를 때리셨다. 맞는 우리보다 때리는 선생님이 더 아파보이셨다. 따끔한 충고와 무서운 말투 그리고 굉장한 분위기로 학생을 압도하시기보다는 귀엽고 온화하신 미소에 이상하리만큼 절로 선생님의 사랑을 느끼게 해주시는 분이셨다. 나는 이 분이 좋았다. 나는 이 분이 정말 나의 꿈과 상상속의 선생님이자 나의 역할모델이시다.
이 분은 내가 선생님이 되고자 교대에 왔다는 말을 듣고, 오히려 자신보다 더 멋진 선생님이 될 꺼라며 나를 안아주셨다. 이런 선생님 앞에서 자신이 없다는 말을 차마 꺼낼 수가 없었다. 오히려 더 잘하고 싶은 의지가 생겼으며 이 분을 닮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일단 그러기 위해선 항상 행복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야 할 것 같다. 아이들을 대하는 나의 마음이 행복하지 않다면 나를 바라보는 아이들이 과연 행복한 꿈을 꿀 수 있을까? 나는 아이들에게 행복한 꿈을 키워주는 행복한 사람이 되어야 겠다.
5년 후 나는, 26살로 3년째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풋풋하고 어린 선생님일 것이다. 나의 열정은 나의 모든 행동에 비해 앞설 것이며 이 열정만이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하루하루를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을 것이다. 또한 교육 경력 2년 이상이면 지원할 수 있는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의 석사과정을 공부하고 있을 것이다. 난 나의 배움이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떳떳하기 위해서 나 역시 나의 발전에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을 다짐해본다. 현장교육을 토대로 한 교육연구를 통하여 교육의 질 개선에 이바지 할 수 있는 선생님이 되도록 더 많이 배우고 싶다.
10년 후 나는, 36살로 좀 더 노련한 교사가 되어 가르치고 아이들 앞에 서있을 것이다. 이제는 아이들의 주의 집중을 위해 소리를 쳐야만 하고 화를 내야만하는 나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을 거라 믿는다. 하루하루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며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꿈을 꾸는 교사의 모습이고 싶다. 우리 반 벽에는 나와 아이들이 함께 한 1년의 흔적들이 가득 채워질 수 있도록 더 많은 활동과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퇴근 시간을 기다리는 교사보다는 출근시간을 기다리는 교사가 되고 싶다.
20년 후 나는, 46살로 이제는 더더욱 나를 교사로 이끌었던 나의 은사님의 모습에 가까워져있을 것이라 믿는다. 나는 내 아이를 낳아서 길러본 엄마의 마음이 더욱 더 커져있을 것이다. 더 사랑스럽고 더 따뜻한 눈으로 우리 반 아이들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지니고 싶다. 아이들 하나하나와 눈 마주칠 수 있는 여유를 가지며, 아이들 하나하나의 생활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는 선생님이고 싶다. 아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조잘조잘 떠들 수 있는 그런 편안한 선생님이고 싶다. 자신의 이야기를 같이 공유해줄 수 있는 친구 같은 선생님이랄까.
30년 후 나는, 56살로 더 이상 선생님은 아니지만 전국의 초등학교 모든 아이들의 수학캠프와 수학 시험을 주관하는 교육계 공무원이 되어 있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수학에 흥미를 잃은 아이들은 커서도 수학에 흥미를 느끼기 힘들다. 난 이런 아이들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고 싶은 것이다. 전국의 모든 아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평가받는 시험지를 내 손으로 만들고, 수학캠프를 통해 아이들과 수학을 함께하는 시간을 같이 가져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