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단 한 번도 교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진 적이 없습니다. 때문에 다른 전공을 택해 다른 학교를 다녔었고, 다시 수능을 준비하며 목표를 정할 때에도 교대는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원했던 목표를 이루지 못했고, 거듭된 실패로 인해 지쳐있던 저는 안정적인 길을 가고 싶어 교대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원했던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학교를 다니면서도 학과공부에 전혀 흥미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 제가 가진 상처를 해결하는 것도 벅차 앞으로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보듬어 주는 것을 상상할 수 조차 없었습니다.
그런 제가 학교를 다니면서 유일하게 즐겁게 했던 일은 그림을 보는 일이었습니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행복하기도 하고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힘들 때 그림을 통해 많은 위안을 얻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제 상처가 아물어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누군가를 돌아볼 줄 알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도 갖게 됐습니다.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심리적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을 무렵 미술치료에 관한 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전공을 살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미술을 통해 아동을 치유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아이는 어른보다 더 예민하고 섬세한 존재입니다. 따라서 더 쉽게 상처받고 그것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합니다. 상처를 받은 아이들은 심리적 문제가 발생할 뿐 아니라 학업, 교우관계에 있어서도 장애를 나타냅니다. 저는 이런 아이들의 마음을 미술을 통해 어루만져주고 싶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지만 5년 후 저는 미국이나 독일에서 대학원에 진학하여 미술치료에 관해 공부하고 있을 것 입니다. 미술치료 중에서도 특히 초등학생들이 그린 그림에서 감정과 상태를 분석하고 또 미술로 그것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싶습니다.
석, 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적어도 10년 정도는 학교 현장에서 있을 것입니다. 현재 제가 현장에 나가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아침 자습시간마다 아이들에게 그림을 한 장씩 그리게 하는 것입니다. 어떤 소재와 주제로 어떤 그림을 그리는가는 상관없습니다. 그냥 자기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게 하고, 저는 그 그림을 보면서 그 날 아이들의 기분이나 심리상태를 파악할 것입니다. 그 방법을 통해 아이들의 변화를 좀 더 쉽게 알아챌 수 있고 더 효과적인 처방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술치료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 수 있는지 실제로 경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20년 후에는 저의 전공과 10년간의 교직생활을 바탕으로 한 경험과 노하우를 여러 예비, 현직 교사와 부모님들에게 가르쳐 드리고 싶습니다. 조금의 관심이 아이들을 변화시킬 수 있고 전혀 어렵지 않으며 오히려 즐거운 과정이 될 수 있음을 알려줄 것입니다.
30년 후에는 연구소를 차릴 것입니다. 연구소라고 하면 딱딱하고 격식 있게 느껴지지만,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언제고 찾아 올 수 있고, 아이들과 교감하고 싶어하는 어른이라면 누구나 와서 방법을 익힐 수 있는, 문턱이 낮은 연구소를 차려 많은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