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대에 입학해 가장 많이 들어본 질문은 ‘교대 오고 싶어서 왔니?’인 것 같다. 그렇다고 대답을 하면 ‘아이들을 정말 좋아하나봐!’라고 뒤에 말한다. 어린 아이들을 좋아하는 것은 교사가 당연히 갖출 덕목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맞는 말이다. 반대로 어린 아이들도 선생님이 자신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알 수 있다. 나 같은 경우도 그랬다. 어린 시절에는 담임선생님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다 크고 존경할만한 것으로 보였다. 그런 선생님이 예상치 못한 행동, 예를 들어 과한 체벌이나 차별대우를 했을 때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 어린 나이에도 ‘담임선생님은 우리를 싫어하나봐.’라고 생각했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다. 어쩌면 하루에 엄마보다도 더 오랜 시간 볼 수도 있는 담임선생님이 자신에 대해 무관심하고 애정이 없다고 느낀다면 학교에 오는 것이 즐거울 리가 없다. 나는 아이들이 나에게 ‘좋다.’라는 느낌을 갖게 하고 싶다. 그것은 교사의 당연한 소임이면서도 굉장히 어려운 일임을 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아이들을 좋아하고 그 마음으로 이끄는 자세가 필요한데 이것 역시 쉬운 것은 아니다. 교사라면 아이들을 좋은 마음으로 이끌고 아이들도 그것을 느끼게 해야 한다.
5년 후에는 새내기 교사이기 때문에 아마 고학년을 많이 맡게 될 것이다. 분명히 힘든 일에 많이 부딪히고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느라 본래 마음먹었던 교사의 비전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을 수 있다. 하지만 매일 아침 마음을 다 잡으며 하루를 시작할 것이다. 수업 면에서는 굉장히 열의만 넘쳐 매번 무리하게 수업을 진행할 것 같다. 이런 것도 다 아이들을 좋아하고 좋아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넘치는 의욕으로 수업시간에 다양한 활동을 해볼 것 같다. 그러다 보면 나 자신도 많이 힘들 수도 있고, 위로받고 싶은 순간에 많이 직면할 것이다. 그래서 넘치는 의욕과 교사의 의무, 비전 사이에서 나를 붙잡아 주실 ‘멘토’ 선배교사를 만들 것이다.
10년 후에는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어 수업시간에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팁을 사용하는 제법 능숙한 교사가 되어있을 것이다. 그리고 방과 후에는 꼭 상담시간을 만들어 아이들과 이야기할 시간을 늘리고 싶다. 선생님과의 1:1상담은 아이들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친밀감 형성에도 도움이 된다. 수업시간은 제대로 활용하되 아이들과도 정서적으로 교류하고 싶은 여전히 의욕 넘치는 선생님으로 있을 것이다.
20년 후에는 왠지 교직생활에 회의감을 많이 느낄 것 같다. 정말 아이들이 내가 원하는 대로 되고 있긴 한지, 1년 동안 내가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건지 등의 회의에 빠질 것 같다. 수업은 능숙하게 하지만 초임교사 때 세웠던 목표에 부합하여 사는지가 고민스러울 시기이다. 하지만 여전히 나를 믿는 아이들이 있으므로 마음을 다잡고 아이들을 바로 보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아마 교사생활을 하면서 심리적으로 가장 힘들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하는 일이 고돼서 힘든 것이 아니라 교사 직업 자체에 지겨움을 느끼면서 스스로가 흔들릴 시기일 것이다. 아이들과 더 많이 얘기하고 애정을 쏟으며 마음을 다잡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30년 후에는 가끔 저녁 식사를 함께하는 제자들이 많이 생겼을 것이다. 장성한 제자들이 잊지 않고 찾아주는 것을 보고 교사로서의 뿌듯함도 느낄 것이고 그 제자들이 초등학생이었을 적을 회상하며 그 당시의 나도 회상해볼 것이다. 학교에서는 신규 교사들을 보며 흐뭇해하고 멘토역할을 자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초임교사시절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물을 것이다. ‘선생님의 비전은 뭐에요? 어떤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