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선언

컴퓨터 교육과 김효선

미래 교육 2012. 6. 7. 02:57

교사라는 직업은 들은 바에 의하면 직업에서 주는 안정성이나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분위기 때문에 나태해지기 쉽고 매너리즘에 빠져 바보가 되는 것은 시간의 문제라고들 합니다.  입시 경쟁을 지나 교대에 입학하였지만 큰 보람이나 성과 없이 지낸 지난 학기들을 돌아보건대 제가 교사가 된 후에 나태한 교사들의 무리에 끼는 상상을 하면 아찔하면서도 겪어보지 않은 미래에 대해 벌써부터 타협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답답하기도 합니다.
다른 대학교의 학생들은 자신의 전공 분야를 심층적으로 배우고 전문인이 되어 가는데 교대생이라는 이유로 여러 과목을 섭렵해야 하다 보니 얕게 훑고만 지나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도 한 이유입니다. 이것 역시 저의 게으름 탓으로 돌린다면 할 말은 없지만 말이죠.

지난 학기 독서토론을 참여했지만 과제를 핑계로 더 깊이 파고들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있고 글도 꾸준히 써보고자 했지만 제 장점이자 단점인 감성적인 태도를 벗어버리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어느덧 3학년 1학기도 후반전의 끝을 달리고 있는데 이렇게 마감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비전선언이라는 과제를 주셔서 교사의 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들을 주신 데에 감사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민망한 고백이지만 현재 저는 제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입니다. 어린 시절에는 내성적이고 남을 배려하는 행동을 주로 했었고 부모님의 말씀을 잘 따르는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어떤 시기가 지나면서부터 제 자신의 행복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내가 행복해야 다른 사람들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제 행복과 다른 사람의 행복의 갈림길에서 대응을 잘하지 못해 실수를 하는 과정에 있기도 합니다. 자아를 인지하고 내 행복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하면서 의아하게도 같이 따라오는 생각은 타인의 행복이었습니다. 내 자신이 소중하다는 생각은 타인의 행복까지 고려하게 되는 마음을 갖게 한 것입니다.


저는 수능공부를 다시 하던 해에 연극, 문예창작이나 연출 쪽에 관심이 생겼었습니다. 사람들에 관련된 이야기를 쓰고 감정에 대해 고민하고 표현하는 작품 활동이 매력적이게 느껴졌기 때문이죠. 연극배우나 작가들의 작품은 동경의 대상이 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수능을 보고 원서를 쓰는 결정의 순간 저는 용기 없는 선택을 하고 교대에 오게 되었습니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과 환상은 교대생활에 지칠 때면 어김없이 저에게 도피처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솔직한 지금 심정으로는 제가 교사 생활을 하게 되면 몇 년이나 하게 될지, 임용시험을 과연 보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만일 제가 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만난다면 자의식에 빨리 눈을 뜨고 인생에 있어서 주체적 결단을 내리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 되도록 힘쓰고 싶다는 점입니다.

5년 후까지 제가 교사라는 직업을 그만두지 않고 하고 있다면 저는 아마도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있을 것입니다. 제가 임용공부를 보기로 마음먹었다면 한 번에 합격할 것이고 졸업한 당해에 발령을 받을 것입니다. 3년 정도는 아이들과 부대끼며 시행착오를 겪으며 신규교사의 열정과 소신을 마음껏 분출할 것입니다. 아이들은 제가 아침마다 30분씩 읽게 한 책들로 독서습관이 갖춰질 것이고 일주일에 한번은 고전을 읽게 될 것입니다. 또 진도가 늦춰지더라도 토의 수업의 비중을 늘릴 것입니다. 3년 후 부터는 학문에 대한 갈증으로 대학원에 등록할 것입니다. 교육대학원의 교육연극전공이나 중앙대학교대학원 문예창작과 중에서 선택한 후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을 조금이나 씻어버리고 있을 듯 합니다. 제 미래에 있어서 제일 기대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제가 만일 10년 후에도 교사를 그만두지 않고 있다면 저는 아마 10년의 경력이 주는 압박감과 두려움에 간혹 시달릴 것 같습니다. 10년 동안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답이 없는 질문들로 괴로워할 것 같고 세속적인 것들에 현혹되어 지금 하고 있는 비전선언은 까맣게 잊어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물리적인 나잇값에 걸맞게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들에 기꺼이 대답하지 못하는 순간에는 추해보이는 제 자신과 마주하겠지요. 이런 방황과 고민이 여전히 함께하는 가운데서도 대학원 과정이후 계속해온 공부를 놓지 않고 어린이 교육에 있어서도 문학작품을 통한 자의식 발달과 인간성 회복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아이들은 각자 개성이 있고 고유한 존재들입니다. 그들의 인생 하나하나가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인생에 있어서 좌절의 순간이 와도 결국에는 극복해내는 인생을 살기 바랍니다. 앞으로 세상이 얼마나 치열해질지 모르지만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 더 나아가 타인에게 도움이 되고 세상에 희망을 줄 수 있는 삶을 살길 바랍니다. 그들이 성인이 된 후 초등학교 때 저와 함께한 수업과 많은 일상들을 떠올릴 때 한 장면만이라도 자신의 삶에 힘이 되는 기억으로 남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교수법을 연구하고 수업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제가 만일 20년 후에도 교사를 그만두지 않고 있다면 저는 아마 어린이 문학 평론가에 등단하거나 교과서 연구진으로써의 책임도 다하고 있을 것입니다. 20년 후에는 인문학의 중요성을 모든 사람들이 알게 되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 저는 유럽에 파견교사로 나가서 해외에서는 시나 소설을 시인이나 소설가들이 직접 가르치는 것을 참관하고 여전히 창의적인 인재양성에 뒤처진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에 일침을 가한 후 대대적인 교육개혁을 일으키는 데 일조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초등학교에서 치러지는 일제고사부터 대학입학 시험에 이르기까지 지금과 같은 형식적인 시분석이나 암기식의 문학 감상이 철폐될 것이고 초등학생들은 더 이상 어른들의 시각이 아닌 자신만의 눈으로 동시를 쓰고 문학을 접할 것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만의 관찰력과 경험을 갖게 되고 작품 활동을 하곤 했던 아이들은 성인이 된 후에도 타인과 자신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질 것이며 삶에 대한 긍지와 애착을 갖게 될 것입니다.

제가 만일 30년 후에도 교사를 그만두지 않고 있다면 저는 제 제자들이었던 학생들을 한명한명 찾아다니면서 인터뷰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인터뷰 내용으로는 그들이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고 현재 하고 있는 고민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또 초등학교 졸업 한 뒤 기억할만한 사건들은 무엇 이었는지 앞으로의 꿈은 어떻게 되는지 그들에 대해 다시 궁금해 하고 때론 공감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제게 주어진 교사의 삶을 장식해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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