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선언

컴퓨터교육과 박현오

미래 교육 2012. 6. 7. 17:50

분명 시작은 마냥 순수하지만은 않았다. 마땅한 진로를 찾지 못한 방황의 길이 괴로워서 교사가 갖는 이득이나 내가 가진 능력의 한계에 대한 적당한 합의점으로 선택한 길이었다. 보장된 미래를 부러워하는 주변의 시선에 나도 모르게 우월감이 생겼고, 첫 번째 대학의 자퇴가 틀린 선택이 아닐 것이라는 확신을 주었다. 하지만 막상 교대를 다니기 시작하자 전에 다니던 대학에서의 방황과 고뇌의 시간은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렸다. 그보다 더 깊고 고독한 고뇌를 하면서 교대를 도피처로 삼은 자신에 대한 자괴감과 순수하게 교사를 꿈꾸는 다른 학생들에 대한 열등감에 자신감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생겨났다. 하지만 너무나 뻔하게도 비 온 뒤엔 땅이 굳는 법. 그런 마음이 점점 단단해져 예비교사로서의 포부는 점점 원대해졌다. 지금의 마음을 잊지 말자,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는 나 같은 실수는 하지 않게 해주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도 좋을 일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자. 그런 마음들이 커지면 커질수록 초등 교사를 향한 순수한 열망은 처음과는 다른 종류의 자존감으로 변하였고 지금은 좋은 교사를 꿈꾸는 하지만 여전히 고민은 많은 예비교사가 되었다. 물론 지금 하는 고민들 역시 처음과는 달리 나를 위한 고민이 아니라 앞으로 내가 가르칠 학생들에 대한 고민이다.

5년 후, 학생들 앞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수업을 하지 않을 정도로 익숙해졌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앞으로의 우리 반 학생들을 위해 계획했던 교실 형태를 조금씩 완성해나가고 있을 것이다. 아침 조회시간에는 10분 독서를 실천하고 진도에 쫓기기 보다는 교실 외의 공간을 활용하는 수업을 하고 좋은 교사 아카데미에서 받았던 좋은 가르침들을 실천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실천하고 싶었던 학생들의 비전을 찾게 해주는 활동을 하며 인생의 목표를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알게 해주고 싶다.

10년 후, 업무에 치여 초심을 잃을지도 모르는 그 때, 대학원에 진학 하여 문예창작을 공부하고 싶다. 그리고 좀 더 나아가 아이들을 위한 동화나 예비교사를 위한 에세이를 쓰고 싶다. 중학생 때까지 내 꿈은 작가였다. 소설가든 방송작가든 글 쓰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고 싶었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어 책 읽는 시간과 글 쓰는 시간은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남들에 비해 글 쓰는 감성이 아주 약간 뛰어났을 뿐이었던 나는 실력이 퇴보하여 당연히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처음으로 품었던 소중한 꿈이었는데 좀 더 노력할 생각은 하지 않고 쉽게 포기한 것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학생들에게는 꿈을 키우라고 가르치면서 정작 자신의 꿈을 키우지 않는다면 모순일 것이므로 나 역시 꿈을 키워 학생들을 위한 동화를 쓰는 것을 목표로 공부를 할 것이다.

20년 후, 어쩌면 동료교사들은 승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을지도 모를 나이다. 하지만 난 승진을 위해 고군분투하기 보다는 좀 더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그리고 승진을 위해 바쁘게 살다가 주변에 있는 것들을 놓치고 싶지 않다. 난 하나에 빠지면 곧잘 다른 것들을 잊어버리곤 하기 때문이다. 우스운 얘기지만 지금으로써는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모르겠다. 교직 생활 20년이 지나면 틀림없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30년 후, 어느 덧 퇴직을 앞둔 나이가 되었다. 그 때까지의 교직 생활을 돌아보며 예비교사들을 위한 강연을 하고 싶다. 그리고 나만의 교육관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보람을 느끼고 행복에 겨워 그 때 그 선택을 하기 잘했구나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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