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내가 아직 확실하게 진로를 정하지 않았을 때 이었다. 그 때엔 하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누군가 나에게 그 중에서 내가 미래에 직업으로 삼을 만한 것을 고르라고 했다면 바로 대답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에겐 그것들을 잘해낼 자신도, 꾸준히 계속 좋아할 자신도 없었다. ‘미래의 나’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나마 어렴풋이 미래의 내 모습을 생각해 볼 때마다 떠올리곤 했던 직업 세 가지 중에서 현재 선택된 직업인 선생님은 나의 흥미와는 가장 멀리 떨어진 직업이었다.
어렸을 적부터 나는 주로 소설이나 만화를 읽는 것을 좋아했었다. 그래서 인지 가끔 학교에서 미래의 나의 모습에 대해 그려보라고 할 때 마다 소설가나 만화가가 되고 싶다고 했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의 나 또한 소설이나 만화를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때와 비교하자면, 만화에 대한 흥미도는 낮아지고 소설을 읽는 것을 훨씬 좋아하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 보아도 ‘미래의 나’로서 소설을 쓰거나 만화를 그리는 것에는 자신이 아직 없다. 어쩌면 지금 내가 교대에서 ‘예비 교사’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는 것은 이러한 자신과 타협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내가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것은 딱히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을 좋아해서도 아니고, 교육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어서도 아니었다. 막연히 좋아했던 선생님을 보면서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잠깐 생각했었던 것뿐이었다. 내가 정말로 좋아했던 것보다 잠깐 스쳐 지나가듯 떠올렸던 일이 선택된 이 상황이 조금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종종 현실적인 측면에서, 사람들은 꿈만을 먹고 살 수는 없는 것이라는 말을 한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말이 전적으로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은 꿈만 먹고 살 수는 없지만 꿈을 먹기 위해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나는 소설책을 읽는 것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만난 적이 없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도 나는 무엇인가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구성하여 써내려가는 것에는 그렇다 할 능력이 없다. 나의 꿈만으로는 살아갈 능력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 꿈을 무조건 포기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즉, 내가 소설을 써서 대성할 확률은 굉장할 정도로 낮지만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좋아한다고 말할 수 는 있는) 선생님이 되어 살아가면서 돈도 벌고, 시간도 짬짬이 내어 취미로써 소설을 쓸 수는 있는 것이다. 꿈만 먹고는 살 수 없지만, 꿈을 먹기 위해 살아갈 수는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유로운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한 제한과 부담이 걸리는 순간 그것이 나에게 주는 즐거움은 사라져 버리고 마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내가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한다면 이것은 어디까지나 취미로서가 좋다. 내가 소설가가 되어서 글을 읽고 분석하여 써내려가는 것이 나의 생계와 연관이 되어 의무감을 지워준다면 소설은 나에게 더 이상 즐거움을 주지 못하고 스트레스만을 남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어른들이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아이들에게 흔히 말하는 “네가 좋아하는 것을 해라.”라는 말은 조금 무책임한 말이 아닐까 싶다. 오히려 아이들에게 적절한 말은 “네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해라.”가 아닐까. 그들이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줄,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간혹 잘할 수 있다고 해서 싫어하는 것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는데 나는 잘할 수 있는 것은 저절로 좋아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므로, 이는 고려할 가치도 없는 이야기이다.
이후에 학교를 그만두던, 계속 남아있던, 일단 나는 교사가 될 목적으로 교대에 다니고 있다. 교대에 다니면서 수많이 들었던 말 중 ‘학생들은 교사의 말 한마디에 평생의 영향을 받는다. 는 말이 있다. 타당한 말이다. 나 또한 그 말에 동의하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는 학생을 바라보는 안목을 길러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학생들이 무엇을 잘할 수 있는 지(적성)을 알아보고, 무엇을 좋아하는 지 알아내어서(흥미) 적성을 키워주고 흥미를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것이 진정한 교사라고 본다. 즉,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과서에 서술되어있는 지식을 천편일률적으로 가르치고 평가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학생 개개인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만의 개성에 주목하여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진정한 교사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이 가질 수 있는 지적, 정서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혹은 고양시켜줄 수 있는 폭 넓은 배경지식을 기르는 것은 물론 학생에 대한 포용력(인내심과 융통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로서 나의 ‘미래와 꿈’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고자 한다. 내가 과연 미래에 내가 생각하는 교사상의 모습을 가지고 교직에 서있을지, 현실과 타협하고 교과서에 적혀있는 지식만을 전달해주고 있을지, 혹은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다른 직업에 종사하고 있을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며 나 자신에게조차 미래에의 확신이 없기 때문에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아직까지 초등학교 교사가 되고 싶다 생각하고 있고, 되고 싶은 초등학교 교사상이 있다. 미래에 확신이 서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 미래에 대한 희망(소망)은 가지고 있으며 내가 원하는 미래에 도달할 수 있다고, 나는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