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선언

음악교육과 손샘

미래 교육 2013. 6. 5. 00:08

 나는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어렸을 때부터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어떤 선생님, 어떤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 어떻게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은지는 막연했지만 이렇게 교대에 오게 되고 아이들을 접할 기회가 조금은 늘어나게 된 지금에서야 생각해 나가는 중이다.


 나는 항상 누군가에게 내가 아는 것을 가르쳐주고, 이해시키는 과정이 뿌듯했다. 그리고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아이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것 뿐 아니라, 아이들을 웃게 해주는 것, 상처가 있는 아이들의 상처를 치유해 주는 것, 순수하고 깨끗한 아이들의 인격을 내가 올바르게 형성해 줄 수 있다는 것 등이 너무 좋았다. 그만큼 내가 더 올바른 인격을 가져야 하고, 더 많이 알아야 하며, 더 넓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지만 그래도 선생님 한 사람이 평생 수천명의 아이들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은 어서 빨리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하지만 교대에 오고 과외, 교육봉사, 교생실습 등을 하며 꽤 자주 아이들과 마주치게 되면서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 나중에 진짜 선생님이 되었을 때의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될수록 설렘 보다는 두려움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다. 친구의 일화인데, 어떤 학교로 멘토링을 갔다고 한다. 4학년 학생들 이었는데, 4~5명 정도가 매주 1번 멘토링 오는 친구를 무시하고 자리에 앉지도, 책을 펴지도, 조용히 하지도 않은 채, 자신들끼리 문자를 주고받으며 웃고, 다 같이 엎드리면서 시위를 했다고 한다. 지금 뭐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시체놀이요“라며 깔깔대었다고 했다. 이런 일화가 이 뿐만이 아니니 내가 직접 겪지는 못했지만 진짜 선생님이 되고 나서의 일이 약간은 두려워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내가 맡은 아이들이 그러하다면 1년 동안 같이 생활하면서 내가 바꿔줄 수 있다는 사실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선생님이 다른 직업과 다른 이유, 내가 선생님이 되고 싶은 이유가 그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요즘은 아이들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학원에 숙제에 바쁘다. 그런 아이들이 학교에 와서만큼은 웃을 수 있도록, 공부를 두려워하지도 싫어하지도 않고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무서운 어른이 아닌 자신들보다 조금 더 아는 어른으로 아이들이 편히 다가갈 수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인 내 동생은 내가 음악교육과라는 사실로 인해 내가 음악 전담 선생님이 된다고 생각을 하는데, 동생이 얼마전 나에게 음악선생님이 되면 아이들에게 재밌는이야기, 누나 이야기를 많이 해줘야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참여도 잘하고 선생님 말도 잘 듣는다고 하였다. 나는 항상 아이들이 먼저 내게 다가와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도록, 나 자신을 꽁꽁 싸매고 비밀 속에 가두는 선생님이 되지 않고 먼저 내 이야기를 해 주는 선생님, 언제 내게 다가와도 공감해주면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얼마 전 동생의 말을 듣고 그 생각이 다짐으로 바뀌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더라도 일단 들어주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도록 선생님이라는 사람이 어렵고 불편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다.  지금까지 내가 만나온 선생님들을 생각해 보면 ‘아 그 선생님 수업 진짜 잘했어!’ 보다는 ‘아 그 선생님 내 얘기 잘 들어주시고 애들한테 정말 잘 해주셨는데!’ 하는 선생님을 더 생각하고 찾아가게 되는 것 같다. 나도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아이들과의 관계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선생님 말이다. 물론 수업을 열심히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내가 충분히 알고 충분히 연구해 가면 잘 가르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선생님이 되어서 다른 공부도 해보고 싶다. 예를 들면 합창단 지도, 악기 지도, 학생상담 혹은 요즘 미술시간에 교수님이 계속 강조하시는 미술치료와 같은 학교 수업 이외의 분야에서 노력을 해 나를 발전시키고 싶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매우 바쁠 것이다. 선생님이 된 후에 처음 몇 년 간에는 수업 연구로 인해 힘들겠지만 혹시나 기회가 오거나 선생님으로써의 생활이 약간은 안정이 된 후에는 학교생활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도 더 바쁘게 살아가고 싶다.

 5년 후 나는 초임교사가 되어 초심의 마음으로 온 열정을 다 바쳐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이 5년 후가 정말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처음 지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이들을 대상으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됨으로써 맛보는 좌절을 실패라고 여기지 말고, 내가 훌륭한 선생님이 되어가는 과정으로 생각해야 한다. 수업 연구를 소홀히 하지 말고 더 열심히 준비하고 여러 선생님들께 많이 물어보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10년 후에는 수업을 함에 있어서 어느 정도 능숙해져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수업 이외의 것들에 신경을 많이 쓸 것이다. 아까 말했던 것처럼 합창단 지도, 악기 지도 혹은 그 외의 내가 관심이 있고 배우고 싶은 어떠한 것을 골라 배우고 연구하고 공부할 것이다. 그것이 만약 합창단 지도라면 아이들과 호흡을 맞춰 열심히 지도해 대회도 많이 나가고 여러 가지 재미있는 형태의 공연 준비를 해 볼 것이며, 상담에 관한 것이라면 아이들을 데리고 직접 상담을 해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다.
 20년 후에는 10년 후 정도에 내가 선택했던 그 분야에서 더욱 입지를 굳히고 싶다. 그렇다고 학교생활에 소홀히 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그 쯤 되면 나도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키우고도 남는 나이가 된다. 우리 반 학생들을 내 아이처럼 돌보고 챙겨주며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간간히 나를 찾아오는 제자들을 보며 아이 한 명 한 명을 신경써주고 소통하려 노력하며 관계를 중시하는 선생님이 되어야지. 했던 나의 다짐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남은 교사생활에 대한 계획도 세우는 시기가 될 것이다.
 30년 후에는 정년으로 접어드는 시기이다. 나는 지금까지 정년이 되어간다는 이유로 교사생활을 성실히 하지 않는 선생님을 여럿 보았다. 내가 그 분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었는지, ‘나는 그렇게 되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했던 마음을 잊지 말고 끝까지 사명감을 가지고 교사생활에 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이가 나이인 만큼 고리타분하고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를 방지하려면 보다 젊은 교사 시절에 융통성 있고 열린 마음을 가지고 유지해나가야 한다.
 

 30년 뒤의 일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기란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쉽지 않다. 하지만 어렴풋이라도 미리 생각해보고 설정해 놓아야 바른 길로 갈 수 있다. 선생님이 되어서 살아가다보면 힘든 일도 있을 것이고 어쩌면 하기 싫은 순간이 올 수 도 있겠지만, 오늘 이렇게 구체적으로 써 놓은 내가 선생님이 되고 싶은 이유, 나의 비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불평하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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