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생각해보니, 지금의 난 교육대학교에서 누군가의 스승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지만, 어렸을 때에는 아무런 의미 없이 그저 부모님이, 또는 친척들이 좋다고 하는 판․ 검사나 변호사가 되는 것이 내 꿈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작은 시골학교에서 초․ 중등 시절을 보내다보니 자연스럽게 학교가 통폐합 되는 과정 속에서 성장했고, 나는 다양한 가정환경에서 자라온, 특히 자의 또는 타의에 의해서 공부보다는 핸드볼에만 전념해야 하는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사실 처음엔 그 친구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보면서 ‘핸드볼을 안 하면 되지. 공부를 못하니까 핸드볼을 하는 게 아닐까.’라는 이기적인 생각을 가지고 무의식적으로 그 친구들의 아픔을 모른 척 하며 무시해왔던 것 같다. 하지만 우연히 그 친구들의 공부를 도와주고 가까워지면서 내 입장에서만 보았을 땐 알 수 없었던 그 친구들의 '공부를 못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을 알 수 있었고, 조금이나마 같이 나누고 위로해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의 작고 부족한 도움에도 고마워하고 기뻐하는 친구들이 표정을 보면서 느꼈던 그 기분은 당황스럽기도 하고 으쓱하기도,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지만 오히려 내가 그 친구들에게 고맙게 느껴졌다. 그 때, 누군가 내 도움으로 ‘할 수 있다. 하면 된다.’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고 그 변화를 함께 하며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의미 있게 다가왔다. 또한 ‘과연 나에게 이러한 기회가 다시 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게 정말 내가 좋아하고 바라는 것이고 ‘가르치는 일을 사랑할 수 있겠다.’라는 확신이 내 마음 속을 가득 채웠던 것 같다.
하지만 바라던 교육대학교에 진학했지만 막상 수업을 들으며 교수님들의 말씀과 변해가는 초등학교의 현실을 마주하면서 과거의 내가 가지고 있던 확신보다는 내가 바라왔던 ‘교사’라는 게 도대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더 켜졌다. 그러다보니 지금까지의 나는 그저 ‘강사’ 수준에 머물렀다는 사실과 함께 요즘에 흔히 표현하는 ‘무너져가는 교실’ 속에서 과연 내가 어떤 ‘교사’가 되어 어떤 ‘교육’을 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스스로 얻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남들은 당연한 말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교사는 학생의 거울’이라는 말을 믿고 있다. 그래서 나를 만난 아이들이 나로 인해서 불행하지 않도록, 내가 그 아이들을 책임질 수 있는 ‘교사’가 되기 위해 내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긍정의 힘’을 키우려고 노력 중이다. 가정환경 때문에 힘든 아이가, 왕따나 학교폭력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아이가 나로 인해 불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치유되고 행복할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는 선생님이자 사람이고 싶다. 게다가 현 교육과정의 문제에 대해서는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고집을 가진 선생님이 되고 싶다. 때로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더라도 내 작은 노력이 교육에서 잔잔한 물결이 될 수 있다면 그 길을 헤쳐 나가며 그 길을 밝혀주는 등대지기가 될 것이다.
지금 가지고 있는 나의 ‘교육비전’들이 미래에 교사가 되어 다시 되돌아봤을 땐, 이상적이고 순수하며 당연하게 옳은 말들이고 꿈일 수 있지만! 이런 사실보다도 나에게 중요한 것은, 만약 미래의 내가 타성에 젖어 지쳐가고 빛을 잃어가고 있다면 이 글이 다시 나에게 힘을 줄 수 있길 바란다는 것이다. 이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