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선언

수학교육과 이윤원

미래 교육 2014. 5. 30. 23:41

내가 아주 어릴 적부터, 엄마는 내가 앞으로 커서 선생님이 되면 좋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셨다. 그럴 때면 선생님은 평생 학교를 다녀야 하는데,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었다. 대신에 사람들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고 사회의 정의를 구현하는 판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나의 꿈은 쭉 판사였다.
하지만 법대가 폐지되고, 로스쿨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내 꿈은 나에게서 더욱 멀어졌다. 현실적으로 생각하겠다고 고등학생 때는 세무사를 장래희망으로 적었지만, 마음 한 쪽에는 늘 판사라는 직업에 대한 선망과 동경이 가득했다. 그리고 인생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험에서 기대한 성적을 받지 못한 나는, 판사의 길로도, 세무사의 길로도 갈 수 없었다.
재수를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집안의 반대에 부딪쳤고, 엄마는 여전히 내가 선생님이 되기를 바라셨다. 나는 평생 동안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하고 싶지 않고, 다시 한 번 시험 준비를 해보겠다고 말했지만, 교대를 한학기만 다니면 반수라도 시켜주겠다는 말에 원서를 쓰게 되었다.
그렇게 뜻 없이 오게 된 교대였는데, 사람들 사귀는 것을 좋아했던 성격인지라 학교에 너무 빨리 적응해버렸다. 1주일의 짧은 교생 실습을 나가서 어린 아이들을 직접 만나보니, 생각보다 선생님이 내게 아주 나쁜 직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어영부영 학교를 다니다 보니, 1학기가 끝나있었고, 2학기가 시작되었다. 2학기 개강을 맞이할 때는 지금부터라도 다시 시험 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이대로 시간이 흘러 월급이나 받는 교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나는 꿈을 서서히 잊어갔다.
그런데 2학기에 만나게 된 통합교과교육론의 교수님은 이런 내 생각을 바꾸어 주셨다. 두 번째였는지 세 번째였는지 잘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교수님은 수업 초반에 자신의 어릴 적 꿈을 뱃지로 만들어보는 활동을 시키셨다. 이에 나는 망설임 없이 판사복을 입은 모습을 그렸었다. 교수님은 나의 뱃지를 보시고는, 판사는 법정에서 판결을 내리지만, 선생님은 교실에서 판결을 내린다는 점에서 교실의 판사가 될 수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 말을 듣고, 마음의 무언가가 울컥하는 느낌이 들었다. 교수님의 말씀 한마디가 나도 잊고 있던 내 오랜 꿈에 날개를 달아주신 것이다.
그 때부터 나는 선생님이라는 직업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도 생각을 마무리 하지 못했지만, 교수님이 그러셨듯이, 나 또한 아이들의 꿈에 날개를 달아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렇기 때문에 선생님으로서의 나의 비전은 아이들의 꿈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많은 꿈을 꾸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내가 어릴 때보다 더욱 학교와 학원에 쫓겨 꿈조차 꾸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개인적으로 꿈이 없는 삶은 죽어 있는 삶과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아이들이 너무도 안타깝다. 적어도 내가 맡는 아이들이라면, 학교에서만큼은 많은 꿈을 꾸게 하고 싶다. 그리고 아이들이 꿈을 이루어 나갈 때에,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1년에 한 번씩은 아이들과 함께, 학교에서 벗어나, 직업 체험을 할 수 있는 센터에 방문하여, 아이들의 다양한 끼와 재능을 북돋워줄 것이다. 아이들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아주 조금이라도 잘한 일에 대해서는 무한한 긍정의 태도를 보여줄 것이다. 아이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귀담아 들으며, 헛소리라고 치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마음으로 교단에 선다면, 5년 후든, 10년 후든, 나 스스로는 피곤하지만 아이들의 꿈이 자라는 모습에 결국은 웃고 마는 교사가 되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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